“명분보다 실리, 나만의 진로 찾기 위해 진학”... 전문대 이색 신입생들
백승구 조선에듀 기자 eaglebsk@chosun.com
기사입력 2023.03.23 15:35

-다양한 스포츠 진로 분야 도전 위해 유턴 입학한 쌍둥이 오지은·지현 자매
-글로벌 간호 분야 도전하는 조혜은씨
-예술대생에서 의료보건인으로 변신한 이하은양
-45년 만에 나만의 카페 만들고자 다시 공부하는 만학도 이병주
-인생이모작 설계하는 일반대학 교수 출신 김성우씨

  •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전문대학으로 유턴 입학한 대구과학대 레저스포츠과 오지은(좌)·지현(21) 쌍둥이 자매.
    ▲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전문대학으로 유턴 입학한 대구과학대 레저스포츠과 오지은(좌)·지현(21) 쌍둥이 자매.
    일반 4년제 대학을 졸업(중퇴)하고 전문대학에 다시 들어가는 ‘유턴 입학’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유턴 입학자는 2020년 1571명, 2021년 1769명, 2022년 1770명으로 나타났다. 올해 전문대를 선택한 이색 신입생들의 사연을 들어봤다.

    1. 쌍둥이 자매 운동선수 다양한 꿈을 찾아 유턴 입학 

    대구과학대학교 레저스포츠과에 입학한 쌍둥이 자매인 오지은·지현(21세) 학생은 일반대학(4년제) 하키 특기자로 입학했다. 하지만 졸업 후 불확실한 미래와 진로에 대해 고민하게 됐고 마침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전문대학으로 유턴했다.
    오지은·지현 자매는 “선수 생활을 하다 보면 부상이나 슬럼프 등으로 운동을 계속 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며 “이럴 땐 다른 길을 찾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 새로운 진로를 고민했다”고 유턴 입학 배경을 밝혔다. 지은·지현 자매는 “전문대학 레저스포츠과는 다양한 진로 탐색을 통해 선수뿐만 아니라 물리치료사, 필라테스 강사, 헬스 트레이너, 유아체육 전문 지도자, 실기 교사 자격증 등을 취득할 수 있어 과감하게 진로를 바꾸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학이 명확한 진로 방향을 잡아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잘할 수 있는 진로에 도달할 수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다양한 길을 열어주는 전문대학에 도전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2. 글로벌 간호 전문인재로 성장하고자 입학 

    한림성심대학교 간호학과에 입학한 조혜은(26) 씨는 외고를 졸업하고 일반대학(4년제) 러시아과를 졸업했다. 하지만 어릴 때 꿈꿨던 직업인 간호사에 도전하고자 전문대학에 다시 입학했다. 혜은 씨는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이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일반대학 졸업생이라는 타이틀을 뒤로 하고 전문대학에 ‘간호사’의 꿈을 갖고 입학했다”며 “어학 전공을 살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간호사로 일하면서 추후 해외 병원 간호사로도 도전하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 음대생에서 치위생과에 재도전한 이하은(21)씨.
    ▲ 음대생에서 치위생과에 재도전한 이하은(21)씨.
    3. 예술대학생에서 의료보건인으로 체인지 

    대구과학대학교 ‘치위생과’에 23학번 신입생으로 입학한 이하은(21) 씨는 일반대학(4년제) 예술대학에서 관현악 전공 음대생에서 진로를 바꾼 케이스. 앞서 하은 씨의 언니도 일반대학 음대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한 후 현재 하은 씨와 같은 대학, 같은 과에 다니고 있다. 그는 “음악과 의료라는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걱정이 컸지만 나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은 후 대구과학대학교 치위생과에 다니고 있는 언니가 많은 조언과 도움을 줘 입학을 결심하게 됐다”고 했다. 하은 씨는 “수년간 배운 전공을 포기하고 새 분야를 선택하게 됐지만 음악은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일을 찾기 위한 과정이었다”며 “지금부터가 진짜 나의 배움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입학 소감을 밝혔다. 일반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전문대 입학을 고민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하은 씨는 “이미 긴 시간을 대학에서 보냈기에 새 마음으로 전문대학에 진학하겠다는 결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원하는 진로가 있고 그 방향이 명확하다면 과감히 도전하는 것이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며 응원의 말을 전했다.
  • 평생의 꿈이었던 창업을 위해 전문대학에 진학한 것은 ‘최고의 선택’이라고 말하는 바리스타제과제빵과 이병주(65)씨.
    ▲ 평생의 꿈이었던 창업을 위해 전문대학에 진학한 것은 ‘최고의 선택’이라고 말하는 바리스타제과제빵과 이병주(65)씨.
    4. 45년 만에 나만의 카페를 만들고자 도전 

    1978년 고등학교 졸업 후 45년 만에 ‘카페’ 창업을 목표로 한림성심대학교 바리스타제과제빵과에 입학한 이병주(65). 그는 같은 대학의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HiVE 사업단’의 ‘시니어 바리스타 과정’ 참여를 계기로 전문대학에 입학했다. 시니어 바리스타 과정 수강 당시, 이병주 학생은 강의를 녹음하여 등하교 시 복습하며 공부했고 바리스타 3급 시험을 만점으로 합격했다. 이 씨는 “배움에는 나이보다 열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평생의 꿈이었던 창업을 위해 전문대학에 진학한 것은 최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 대학에서 동북아경제 및 일본의 정치를 10여 년 동안 강의하다 관광중국어과에 다시 입학한 김성우(68)씨.
    ▲ 대학에서 동북아경제 및 일본의 정치를 10여 년 동안 강의하다 관광중국어과에 다시 입학한 김성우(68)씨.
    5. 60代 일반대학 교수 출신으로 인생이모작 위해 전문대 선택
     
    올해 제주한라대학교에는 4년제 일반대학 교수 출신인 김성우(68) 씨가 입학했다. 일반대학 국제지역학부 겸임교수였던 그는 ‘인생이모작’을 준비하고자 관광중국어과 새내기가 됐다. 김 씨는 대학에서 동북아경제 및 일본의 정치를 10여 년 동안 강의했다.
    김성우 씨는 “동북아경제 등을 강의하면서 원서 및 번역물 등을 통한 연구를 했지만 중국의 정치·경제 등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데는 늘 한계가 있었다. 한 국가의 정치·경제, 문화 등을 이해하고 연구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언어 구사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중국어 학습을 통해 양국의 상호이해와 협력의 관계를 유지·발전시키는 것에 일조하고 싶다”고 진학 동기를 밝혔다. 그는 “지역 관광산업 활성화 비전을 보고 전문대학 진학을 선택했다”고도 했다. 이어 “제주도가 국제 관광도시로 재도약하고 새로운 지역 브랜드를 만드는데 도움을 주고, 제주도에 입국하는 요우커 대상으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데도 이바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김은주 제주한라대학교 관광중국어과 학과장은 “일반대학 교수가 새 전공을 선택해 전문대학에 성인 학습자로 입학한 경우는 처음인 것으로 안다”며 “관광중국어 분야 전문직업인으로 재성장할 수 있게끔 돕겠다”고 했다. 

    이색 입학생의 사례처럼 전문대학에는 평생교육 차원에서 제2의 인생 도전을 펼치고 또 본인이 원하는 전공을 찾아 다시 유턴 입학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관계자는 “전문대학은 인생이모작 차원의 평생교육을 학습하기 위해 진학하는 교육기관으로도 거듭나고 있다”고 전했다. 

    남성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은 “요즘 고등교육 학습자들은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 원하는 직업이나 취업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기 위해 관련된 대학의 전공을 선택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며 “전문대학 구성원들은 입학생들이 사회의 전문직업인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글=백승구 조선에듀 기자 #조선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