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이 메타인지의 핵심입니다” 김금선 하브루타부모교육연구소장
장희주 조선에듀 기자 jhj@chosun.com
기사입력 2023.03.13 16:36
  • 김금선 하브루타부모교육연구소장
    ▲ 김금선 하브루타부모교육연구소장
    “생각하는 힘이 바로 기초 학습 체력입니다”

    최근 몇 년간 ‘메타인지’라는 개념이 교육계를 강타했다. 메타인지란 인간이 생각, 지식, 기억 등에 대해 인식하고, 이해하는 것을 말한다. 즉, 자신에 대해 스스로 인식하는 능력이다. 

    메타인지 능력이 높으면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떻게 학습하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자신의 부족한 면을 채워나가고, 조절하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어 문제를 해결할 때 더 높은 성공률을 보인다.

    공부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메타인지가 높은 사람들은 학습하면서 자신이 어떻게 학습하고 있는지 인식하고, 자신의 학습 방법을 조절해나간다. 이를 통해 더 효율적으로 학습하고, 더 많은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김금선 하브루타부모교육연구소장은 메타인지를 높이는데 있어 하브루타 교육이 상당히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김 소장은 “하브루타 교육의 핵심은 ‘질문’이다. 하브루타를 통해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질문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을 관찰하고, 평가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메타인지다”라고 강조했다. 

    아래는 하브루타 교육에 대한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 유대인 교육법 ‘하브루타’ 정확한 의미는?

    하브루타는 짝을 이뤄 서로 질문을 주고받으면서 공부한 것에 대해 논쟁하는 유대인의 전통적인 토론 교육 방법을 말한다. 유대인의 지혜와 처세를 담아낸 ‘탈무드’에 담겨 있는 공부법이다. 

    - 대한민국 내 하브루타 교육의 현황은?

    대한민국에서 하브루타 교육이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2012년이다. 이제 12년이 다 되어 간다. 지난 10년 동안 공교육, 사교육, 가정교육 구분 없이 열심히 하브루타를 알리고 있지만, 아직은 모르는 분들이 훨씬 많다. 어느 교육이 한 나라에 뿌리를 내리는 데 10년의 세월은 굉장히 짧은 시간이라고 본다. 아직 대한민국에서 하브루타 교육은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더 많은 분께 하브루타를 알릴 계획이다. 

    - 대한민국 교육은 결국 입시와 직결된다. 정해진 정답을 맞춰야하는 대입에 있어 하브루타 교육법은 실정에 맞지 않는 것 같다.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공부머리’가 좋아야 한다. 이 공부머리는 근원적으로 살펴보면 ‘생각머리’에서 비롯된다. 생각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 생각이 없는 아이가 결코 공부를 잘할 수는 없다고 본다. 유대인들 중에 인재가 많은 이유는 지식이나 정보를 아이에게 넣어주려고 애쓰기보다 아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기 위해 애쓴 결과다. 생각하는 힘이 결국 기초 학습 체력인 셈이다. 

    아무리 부모가 또 선생님이 ‘공부하라’고 밀어붙여도 근본적으로 ‘공부를 해야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결코 스스로 공부하지 않는다. ‘공부를 왜 해야 하는 건지’ 또는 ‘공부를 어떻게 신나게 할 수 있지’ 등 스스로 공부를 해야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할 수 있어야 공부를 하는 것이다. 이 모든 건 생각하는 힘에서 시작되고, 하브루타는 문답을 통해 스스로 생각하는 방법을 익히는 공부법이다. 

    - 실제 교육 현장에서 하브루타는 어떻게 적용되고 있나?

    딱 하브루타라고 지칭하진 않았지만, 지난 10년 동안 공교육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논술형 인재’ 혹은 ‘독서 토론’이나 ‘바칼로레아 교육’ 등 다양한 명칭으로 토론에 대한 중요성은 강조돼왔다. 저마다 다르게 부르지만 결국 ‘스스로 생각하고 말할 수 있는 인재 양성’이라는 측면에서 궁극적으로 모두 같은 목표를 가진 셈이다. 

    지난 10년간 토론 교육은 일종의 흐름이 됐고, 공교육에서도 ‘질문’이라는 키워드가 굉장히 중요해졌다. 기존 우리 교육이 ‘암기식’, ‘주입식’으로 여겨졌다면, 요즘 공교육에서 토론의 중요성을 담으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당장 아이들의 국어나 미술 교과서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계속해서 질문을 유도하고, 짝이나 조별로 모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구성됐다. 

    - 교사와 학생이 효과적으로 하브루타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

    근본적으로 교과 양을 줄여야 한다. 하브루타는 아이들에게 말할 시간과 기회를 주는 것이다. 서로의 생각이 오고 가면서 많은 말을 쏟아내기 마련이다. 게다가 상대의 의견을 받아들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단편적인 지식은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다. 하지만 지식에 대한 창의적인 생각을 하고, 서로 나누는 등 근원적인 행동은 오히려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접하기 어렵다. 교과 양을 줄이고, 그만큼 독서 토론 수업이 늘어나야 한다고 보고 있다. 

    - 우리 사회가 질문이나, 논쟁을 지양하는 편이고, 남들의 시선에 예민한 문화다. 실질적으로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대화를 시작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하브루타를 실천할 수 있다. 유대인들은 ‘당장 대화를 시작하라’고 말한다. 이들에게는 단어를 몇 개 외우고, 수학 문제를 한 개 더 풀었냐는 중요치 않다. 오히려 가정에서부터 대화를 시작하길 강조한다. 대화는 ‘독서’와 같다. 우리가 독서를 하는 이유는 결국 간접 체험하기 위함이다. 책을 통해 작가의 경험이나, 소설 속 상황을 간접적으로 느껴보고 이에 대해 생각하고자 독서를 한다. 독서를 통해 우리는 공감하기도, 지식을 쌓기도 하면서 스스로 성장해 나간다. 대화 역시 마찬가지다. 상대방의 경험을 입과 귀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행위다. 충분한 대화를 통해 방대한 지식을 쌓아가는 것이 바로 하브루타다.
  • 초등 메타인지 공부력./위즈덤하우스 제공
    ▲ 초등 메타인지 공부력./위즈덤하우스 제공
    - 최근 ‘초등 메타인지 공부력’이라는 책을 썼다. 하브루타 교육과 메타인지 간 어떤 상관관계가 있나?

    ‘메타인지’라는 용어가 있다. 메타인지는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아는 것으로, 즉 자신의 역량과 성과 등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이는 인간이 문제를 해결하고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능력이다. 따라서, 메타인지는 인간이 사고와 학습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데 필수적이다.

    20년 동안 하브루타를 실천하면서 하브루타 교육법이 메타인지를 높이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다. 하브루타는 기본적으로 내가 아는 것을 설명하고, 또 질문을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자연스럽게 파악하게 된다. 결국엔 메타인지가 높아지는 셈이다. 이 책을 쓴 계기가 여기에 있다. 하브루타 교육법은 메타인지 향상에 확실히 효과적이다. 

    - AI시대에 하브루타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나?

    최근 챗GPT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챗GPT를 비롯한 AI의 발전으로 미래인재상 역시 이에 맞게 변화를 꾀해야 한다. AI시대에 가장 적합한 교육법 역시 하브루타라고 본다. 챗GPT만 하더라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결국 좋은 질문이 있어야 한다. 좋은 질문이 좋은 결과물을 뽑아낸다. 좋은 질문이 없으면 AI가 아무리 발달했더라도 이상한 결과물을 줄 수밖에 없다. 하브루타의 기본은 ‘질문’이고, 좋은 질문을 뽑아내고, 이에 걸맞은 답을 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하브루타 교육받은 인재들이 AI시대에서도 두각을 보일 것이라 자부한다. 

    - 하브루타를 실천함에 있어 부모 역시 익숙치 않을 수 있다. 부모들이 하브루타를 실천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무엇인가?

    서두르는 부모들이 많다. 하부르타 교육법에서는 질문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때문에 처음 하브루타를 배운 부모들은 ‘좋은 질문을 해야 해’라는 생각에 사로잡히기 쉽다. 그동안 아이와 쌓아온 집집마다의 문화나 분위기가 있는데, 그 모든 걸 무시하고 갑자기 아이에게 질문을 던지는 경우를 많이 봤다. 아이가 로봇도 아니고, 갑자기 질문을 한다고 해서 아이가 쉽게 따라줄 리 없다. 하브루타를 위해서는 서두르기보다 차근차근 문화를 바꿔나가야 한다. 

    처음부터 어떤 텍스트를 가지고, 질문을 주고받는 건 좋지 않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먼저 일상에서 대화를 많이 나눠야 한다. 아이의 감정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경청하면서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감정 상태를 공유하고, 표현할 수 있는 단계가 되는 것이 우선이다. 이후부터 논제에 대한 질문을 서로 주고받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 하브루타 교육을 실천하려는 부모에게 강조하고 싶은 말은?

    절대 서두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무리 좋은 교육법도 아이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단계별로 접근해야 한다. 하브루타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부분은 아이와 부모의 관계다. 서로의 입장과 감정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부모와 자녀 간의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관계를 만들어 놓은 다음 조금씩 하브루타적인 요소, 질문을 적용해 나가기를 바란다. 어떤 것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한꺼번에 집어넣으면 버겁기 마련이다. 인내심을 가지고, 아이가 하브루타를 받아들일 수 있는 단계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글=장희주 조선에듀 기자(jhj@chosun.com) #조선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