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도 7단의 법무사 김인엽, “도전하고 부단히 공부하는 게 행복의 조건”
백승구 조선에듀 기자 eaglebsk@chosun.com
기사입력 2023.01.20 12:35
  • 30년째 법무사로 일하고 있는 김인엽 씨는 검도 7단의 사범으로 수련생들을 지도하고 있다./김인엽
    ▲ 30년째 법무사로 일하고 있는 김인엽 씨는 검도 7단의 사범으로 수련생들을 지도하고 있다./김인엽
    영하 10도의 바깥 날씨와는 다르게 도장 안은 검도를 배우는 수련생들의 열기로 뜨겁다. 날카로운 기합 소리와 죽도의 바람 소리가 도장 안의 허공을 가른다. 검객들의 얼굴엔 땀방울이 연신 흐르고 그들의 손에 진검이라도 있다면 무쇠라도 자를 기세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강호검도관. 수십 명의 남녀 수련생 사이를 돌며 지도하고 있는 사범은 칠순을 앞둔 검도 7단 김인엽(68) 씨다. 그는 정년이 없는 법무사를 30년째 하고 있다. 검도는 그의 정신과 몸을 일깨워 주는 원천이라고 말했다. 

    -검도는 언제부터 시작하셨습니까?
    “제가 만 37세 때인 1992년 9월입니다. 오랜 고시 생활로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 있을 때 대학 후배의 권유로 도장을 찾았습니다.”

    -검도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입니까?
    “검도는 한칼에 승부가 나야 합니다. 상대와의 싸움에서 정신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앞서야 상대를 이길 수 있지요. 상대를 이겨내기 위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이 검도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검도는 나이와 상관 없이 도전할만한 운동인가요?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검도는 죽도를 사용하고 또 보호장비를 착용하기 때문에 안전한 운동입니다. 나이 들어 체력보강은 물론이고 정신건강에도 좋습니다. 요즘 전국의 도장마다 시니어 수련생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무엇을 하든 늦은 나이는 없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무조건 법으로 해결하려고 합니다. 소위 ‘진검승부’로 끝장을 보려는 경향이 많은 것 같습니다.
    “법은 문제해결을 위한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합니다. 갈등과 분쟁은 예방이 최선이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대부분 사건이 조정 화해로 끝이 납니다. 제가 법원의 조정위원으로 활동한 것이 10년인데 우리나라는 아직 조정 화해로 분쟁이 해결되는 비중이 매우 낮습니다. ”

    -법무사 일은 언제부터 하셨나요?
    “1992년에 치른 제1회 법무사시험에 합격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검도에 입문한 해와 같습니다. 제 삶을 지탱해온 두 축인 셈입니다.” 

    -법무사는 서민들에 대한 법률서비스가 주 업무이시죠?
    “그렇습니다. 법무사제도의 역사는 무려 120년이 넘습니다. 법무사 업무는 등기뿐만 아니라 민사신청, 집행, 공탁, 상속․증여, 가족관계등록, 성년후견, 기업 법무 등을 망라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민사집행업무는 등기와 더불어 법무사의 오랜 업무였고 지금도 대부분의 민사집행 사건을 법무사가 처리하고 있습니다.”

    -요즘 50~60 은퇴자들과 시니어들의 노후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것 같아요? 100세 시대에 자격증 취득 같은 평생교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노후대비로 전문자격증은 매우 매력적인 선택입니다. 비단 은퇴자들뿐만 아니라 젊은 층에서도 전문자격증을 취득하려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격증 취득을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국가나 지자체가 앞서서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부에는 정년도 은퇴도 없다고 봅니다.”
      
    -법무사이시니까 은퇴 걱정은 없으시겠네요?
    “정년은 따로 없어 다행입니다. 하지만 시대 흐름에 따른 법적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전문성은 계속 축적하고 있어야 합니다.” 

    -행복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건강과 교우관계는 노후의 행복에 꼭 필요한 요소라고 봅니다. 그다음 도전과 공부하는 자세를 추가하고 싶습니다. 저는 50대 중반에 법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하지 않습니까?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부단히 공부하면서 두뇌활동을 하는 것이 행복의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글=백승구 조선에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