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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보(91)는 이른바 ‘단색화’ 열풍의 주역이다. 그의 대표작 ‘묘법(描法·Écriture)’ 시리즈는 자연을 그대로 옮겨 화폭 위에 펼쳐놓은 것 같이 다채로운 빛깔을 지닌다. 박서보의 작품 세계를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래 세 가지 특징을 중심으로 감상하길 추천한다. 참고로 그는 한국 미술을 국제 미술계에 소개하고 해외 무대의 중심에 안착할 수 있도록 기여한 미술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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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연에서 온 색(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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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보의 인기 시리즈 ‘컬러 묘법’은 자연으로부터 기인했다. 작가는 2000년대에 들어서며 본격적으로 색을 쓰기 시작했다. 우연히 찾은 가을 산에서 불타오르는 듯 새빨간 단풍을 마주하고 그 아름다움에 탄복한 것이다. 박서보는 이를 화면에 그대로 옮겼는데, 보는 이에게 자연의 그것과도 같은 신비로움과 평온함을 전하고자 했다. 실제로 그의 그림에는 공기색, 벚꽃색, 홍시색 등 자연으로부터 영감받아 명명한 빛깔이 온전히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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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고랑을 연상하는 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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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앞에 가까이 다가서면 고랑을 연상하듯이 표면이 입체적이고 질감이 도드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작품의 주요 재료인 한지를 수없이 겹치고 이를 밀어내거나 긁길 거듭하며 화면 위에 자연스레 고랑이 형성된 것이다. 한지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단단하며 견고하게 보인다. 그만큼 그의 작품 한 점이 완성되기까지 수많은 작업 과정과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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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반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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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보의 그림은 수없는 반복 끝에 완성된다. 한지를 겹겹이 쌓고 이를 밀어내길 거듭하는 식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작품의 물성은 더욱 살리고 동시에 이를 무수하게 되풀이하는 작가의 행위가 합일에 이르게 되는 것이 ‘수행’이자 단색화의 정신성이라고 박서보는 설명한다. 단순히 단일색을 띤다고 해 단색화가 아닌 셈이다. 박서보의 그림이 행위의 반복으로 빚어진 산물이라는 점이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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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보의 그림을 볼 수 있는 ‘더오리지널II’전(展)이 11월 5일까지 서울 중구 아트조선스페이스에서 열린다. 작가의 최신작 ‘세라믹 묘법’을 비롯해 인기 시리즈인 ‘컬러 묘법’과 함께 1970년대 제작된 ‘연필 묘법’이 출품됐다. 이우환, 김창열, 윤형근, 쿠사마 야요이 등 현대미술가의 회화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조선에듀'를 통해 작가의 작품 세계를 차례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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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서 온 그림, 박서보의 ‘묘법’
[윤다함의 아트123]
●단색이나 ‘단색화’가 아닌 이유... “행위의 반복으로 빚어진 산물”
●더오리지널II展, 내달 5일까지 아트조선스페이스서 열려... 박서보, 이우환, 김창열, 윤형근, 쿠사마 야요이 등 현대미술가 회화 감상 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