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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선거 투표 가능 연령을 만 18세에서 16세로 낮추자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되자 이에 반대하는 교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교실이 정치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1일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 재직 중인 김모 교사는 “일부 교사들이 정치적으로 학생들을 선동할 수 있고 아이들이 정치 이념에 따라 편을 가르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이어 “투표권을 주지 않더라도 학생들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며 “단순히 선거 연령을 낮추려 하기보다는 현 상황에서 어떻게 학생들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정책에 반영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는 교원 10명 중 8명이 교육감 선거 연령 하향에 반대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설문조사는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교원 1762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16~18일 사흘간 진행됐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3.8%(1476명)가 선거 연령 하향에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학생들의 표를 의식한 인기 영합주의 정책’(42.1%)이라는 게 주된 이유였다. 이어 ‘학교 및 교실의 정치장화 우려’(30.7%), ‘여타 선거와 동일한 연령(18세)이 바람직’(20.6%) 순이었다.
선거 연령을 낮추는 데 동의한 이들은 ‘학생 요구를 반영한 정책 확대’(50.6%)를 찬성 이유로 꼽았다.
교육감 선거 연령 하향에 대한 논의 절차와 방법에 대해서는 사회적 논의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절반 이상인 75.4%가 ‘사회적 논의기구로 공론화 후 법제화 해야 한다’고 답했다. ‘국회 논의를 거쳐 개정하는 게 타당하다’는 응답은 21.1%에 불과했다.
한국교총 관계자는 “뽑는 대상에 따라 고무줄로 투표 연령을 적용하는 식이면 대통령과 국회의원,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선거도 중요도와 관련도에 따라 투표 연령을 달리하자는 것이냐”면서 “타당하지도 않고, 법‧제도적으로도 혼란만 초래하는 기형적 입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년에 치러질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이념, 편향교육에 대한 근절 대책도 없이 투표 연령만 낮추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며 “국회는 표결로 이 내용을 일방 처리하지 말고 선거 연령 인하 여부에 대한 국민적 논의와 합의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hajs@chosun.com
교육감 선거 연령 하향…교원들 “교실 정치장화 우려”
-교원 10명 중 8명 반대 의사 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