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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2년 ‘마스크 안 씌울 수도 없고…’ 아이‧부모 모두 한숨

최성욱 조선에듀 객원기자

2021.06.1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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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의 한 미용실. A군(5세)이 부모 손에 이끌려 머리를 자르러 왔다. 미용사는 가위질이 어려워 얼굴에 붙이는 마스크를 씌우려고 쓰고 있던 마스크를 잠깐만 벗자고 했다. A군은 그러나 “안돼, 나 죽어!”라며 마스크끈을 놓지 않았다. 부모가 한참을 설득한 끝에 마스크끈을 놓아줬다. 마스크를 교체하는 시간은 수초에 불과한 아주 잠깐이었지만, A군은 두려움에 휩싸였다. 두 눈엔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코로나19 2년째, 실내외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하면서 아동의 성장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지 않을지 부모들의 속은 끓는다.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불안증세를 보이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자신감을 잃고 우울증상을 경험하는 아이들도 있다. 코로나19 초기에 부모들은 억지로라도 마스크를 쓰도록 가르쳤지만, 마스크 의무착용기간이 길어지면서 성장기 자녀의 심리·성장발달에 지장을 주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한마디로 마스크는 ‘씌워도 걱정, 안 씌우면 더 걱정’이다.

하루하루 쑥쑥 크는 아동이 하루의 절반 가량을 마스크를 쓰고 생활해도 문제는 없을까. 아이들의 마스크 착용을 무심코 지나쳤다 화를 입은 사례들이 매스컴을 통해 알려지면서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의 중학생들이 체육수업 시간에 마스크(N95)를 착용하고 달리기를 하다 사망하는 일이 연이어 발생했다. 통풍이 원활하지 않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격렬한 운동을 하다 혈관이 확장돼 일순간 호흡곤란·두통을 일으켰고 사망에 이른 것이다. 몇몇 극단적인 사례이지만, 자녀의 ‘마스크 건강’은 주기적으로 챙겨볼 필요가 있다.

특히 24개월 이하의 유아에게 마스크 착용은 주의를 요한다. 실제로 한국, 미국, 일본 등 대다수 국가는 24개월 이하의 유아에겐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심장에 부담을 주고, 질식에 따른 저산소허혈증, 뇌손상 등 심각한 위험에 빠뜨릴 수 있어서다. 유아와 아동의 경우 마스크가 답답해도 즉시 개선을 위한 행동에 옮기거나 표현을 잘 못하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매일 예닐곱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은 얼굴‧턱관절 변형이나 산소부족에 따른 질병, 피부질환 등의 위험에도 노출된다. 최근 출시되는 마스크의 경우 나노필터처럼 방역을 우선한 제품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마스크 내 통풍이 원활하지 않은 편이다. 마스크를 착용하면 호흡이 달려 입으로 숨을 쉬게 되는데, 비염을 앓고 있거나 호흡기질환을 가진 아이들의 경우 입으로 숨을 쉬는 횟수가 잦아지면서 턱관절과 얼굴모양에 변형이 생길 수 있고, 구강건조증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안재우 서울바른소아청소년과의원 대표원장은 “마스크를 쓰면 산소포화도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성장기엔 들숨과 날숨에 이산화탄소 농도가 짙은 편이라 산소포화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 대표원장은 또 “단기간의 실험으론 미미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오지만, 마스크 착용이 장기화하면 아동의 신체발달에 분명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스크와 직접 접촉하는 피부도 눈여겨봐야 한다. 마스크 내 피부트러블이 장기간 누적될 경우 아토피피부염과 같은 심각한 피부질환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마스크를 장시간 착용하면 말을 하거나 표정을 지을 때 마스크와 피부 사이에 마찰이 생기고, 마스크 내외부로부터 침투한 세균·오염 탓에 각종 피부트러블이 발생할 수 있다. 학계에 따르면 피부질환의 경우 얼굴이 목·팔·손 부위보다 더 민감하고, 얼굴 중에서도 뺨이 가장 예민하다. 마스크 내 세균감염이나 오염이 장기간 누적될 경우 가려움증, 열감, 여드름, 뾰루지 등 피부 자각증상이 나타나는데, 영유아와 같은 민감성 피부 유형은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김민정 제주대 건강뷰티향장학과 교수는 “콧망울이나 아래턱처럼 모공이 큰 곳에 땀이 차면 세균증식이 활발해져 2차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며 “요즘처럼 더워지는 계절엔 마스크를 잠시 벗더라도 땀을 닦거나 가벼운 세안을 하면서 피부를 보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대다수 아동은 땀이 차도 그냥 쓰고 있는 경우가 많기에 마스크 안 피부 청결을 유지할 수 있도록 (거리두기를 전제로) 혼자 통풍하는 방법과 손수건으로 땀 닦는 방법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건강상 문제 외에도 장기간 마스크를 착용하면서 빚어지는 어려움은 더 있다. 언어습득과 심리적 고충이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한 설문조사 결과는 시사적이다. 서울·경기지역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교사와 학부모 총 1451명(4월 27일~5월 2일)을 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아동발달 변화’에 대해 물었더니, 원장·교사의 74.9%가 ‘마스크 사용으로 인한 언어노출과 발달기회가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같은 설문에 학부모(52.7%)도 절반 넘게 공감했다.

마스크 착용에 따른 언어발달 지연현상을 가장 가까이에서 체감하는 어린이집 교사들의 진단은 심각했다. 교사들은 “언어능력을 확장하는 시기에 소리로만 전달이 되다보니 아쉬움이 크다” “표정이 보이지 않아 언어발달이나 애착형성에 어려움이 있다” “발음을 정확하게 보여줄 수 없다” 등 입모양이나 표정을 보지 못한 채 오로지 소리로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밖에 “정확한 소통을 위해 교사가 반복질문을 하게 되는데, 반복질문을 받은 아이들이 짜증을 내기도 한다”며 정서적 측면을 걱정하는 응답도 있었다. 교사들은 교사만이라도 투명마스크를 허용하고,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코로나19가 여전히 전세계에 전파되는 상황에서 마스크를 안 쓸 순 없는 실정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위험성이 워낙 커서 오히려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게 되는 자녀의 건강·보건 문제도 챙길 것을 당부한다. 특히 성장발달기의 아동의 경우 마스크로 인해 예기치 않은 피해를 입을 수 있어 올바른 마스크 착용 습관과 건강관리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마스크 착용이 장기화 하는 국면을 감안해 교육기관과 가정에서 새로운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안재우 대표원장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의 경우 실내활동보단 야외활동을 늘리고, 야외에 ‘격리구역’을 만들어 수업시간 틈틈이 마스크를 벗고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하는 등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프로그램을 고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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