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에 들어선 리얼돌 체험방…노골적인 홍보도
하지수·오푸름·신영경 조선에듀 기자 hajs@chosun.com
기사입력 2021.05.14 09:57

-청소년에 무방비로 노출된 리얼돌 체험방<上>
-시·도교육청, 감시 인력 부족해 골머리 앓아
-체험방 수 파악해도 단속할 법적 근거 없어

  • 지난 3일 경기 고양의 한 번화가. 학생들이 자주 찾는 카페 옆에 리얼돌 체험방을 알리는 풍선형 간판이 버젓이 자리잡고 있다./오푸름 기자
    ▲ 지난 3일 경기 고양의 한 번화가. 학생들이 자주 찾는 카페 옆에 리얼돌 체험방을 알리는 풍선형 간판이 버젓이 자리잡고 있다./오푸름 기자
    ‘리얼돌 체험방. 체험료 1시간에 4만원.’

    이달 초 경기 고양 덕양구의 한 번화가. 리얼돌(신체를 본뜬 성인용품) 체험방을 알리는 풍선형 입간판이 거리에 떡 하니 놓였다. 상반신을 일부 노출한 리얼돌 사진도 함께였다.

    이곳에서 반경 1㎞ 이내에 있는 초·중·고교는 총 10여 곳이다. 가장 가까운 학교는 500m가량 떨어져 있지만 놀거리가 즐비해 체험방 인근을 찾는 학생들의 발길이 잦은 편이다.

    이날도 교복을 입은 청소년들이 수차례 가게 앞을 오갔다. 학생들의 시선은 줄곧 입간판으로 향했다. 하교하던 경기 무원고 1학년 김모양은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길에 간판이 세워져 있으니 보기 좋지 않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리얼돌 체험방이 주택가와 학교 주변으로 퍼지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지만 교육당국은 실태 파악은 물론 일일이 체험방을 단속하기도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리얼돌 체험방은 자유업으로 분류돼 구청에 인·허가를 받지 않아도 사업자 등록을 하면 영업이 가능해서다. 담당자들이 현장에 나가서 조사를 하거나 민원을 받는 식으로 현황을 조사하는 수밖에 없다.

    경찰청 생활질서과 생활질서계 관계자는 “체험방은 오피스텔을 임대해 예약 손님만 받는 식으로 영업을 해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며 “정확하진 않지만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대략 80곳이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설령 학교 인근의 가게 수를 정확히 파악한다 해도 이를 단속할 법적 근거는 없다. 성기구 취급업소 등 여성가족부가 고시한 금지시설은 교육환경보호구역(학교로부터 직선거리 200m 이내) 안에서는 영업이 불가능하지만, 이 범위를 벗어나면 얘기가 달라진다. 앞서 언급한 경기 고양 덕양구의 리얼돌 체험방이 그런 경우였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길거리에서 심하게 체험방을 홍보하는 곳을 발견해도 교육환경보호구역인 200m를 벗어나면 우리 쪽에서는 손 쓸 방법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에게 끼칠 영향을 고려해 교육지원청에서도 한 달에 한 번씩 학교 주변 유해시설을 단속하지만 지원청별로 담당자가 한 명뿐이라 모든 학교 주변을 속속들이 살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haj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