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K-제약바이오’의 역할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번 계기로 제약바이오산업이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자리 매김할 것이란 핑크빛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 더해 전국 약학대학 대다수가 예비 고3이 대학 입시를 치르는 오는 2022학년도부터 통합 6년제 전환을 본격화한다. 손동환(63) 한국약학교육협의회(이하 약교협) 이사장은 “약대 통합 6년제 전환은 약학교육을 전면 개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내년 1월 말 약대 표준교육과정과 운영체계 개편안을 확정하고, 각 대학에 보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수 연구 참여 통한 실험교육 강화…AI도 적극 활용
통합 6년제 전환을 맞아 내년부터 달라지는 약대 교육과정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실험교육 강화’다. 손 이사장은 “약학은 수득(修得)의 학문, 즉 손으로 익히는 학문”이라며 “그럼에도 기존의 2+4년제에서는 학생들이 ‘듣는 교육’에만 익숙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약대 교수들의 연구가 갈수록 최첨단을 달리면서 기존 이론과의 간격이 크게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학생들이 이론을 듣기만 할 게 아니라 현장에서 최첨단 연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대폭 늘리는 취지에서 실험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교수의 연구와 대학 교육을 잇는 징검다리 같은 교육과정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심화 실무실습과 연계한 ‘(졸업)논문연구제’도 학교별 특성에 맞춰 도입할 예정이다.
약교협은 현재 ‘임상실무 수행능력 평가시험 모델’도 개발 중이다. 손 이사장은 “실무실습 전 자격요건을 강화해 실무교육을 지금보다 고도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오는 2022학년도 신입생 대상 교육과정에 적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임상실무 수행능력 평가시험 시범사업은 현재 손 이사장이 몸담고 있는 계명대 약대에서 진행했다. “예를 들어, 복약상담 시험에서는 학생이 훈련받은 모의환자를 대상으로 직접 실습을 해봅니다. 이를 통해 학생의 실무 역량을 극대화하면 현장에서의 업무 융통성도 커지겠죠. 실무실습에 나가기 전에 학교에서 충분한 교육을 받고 나가는 만큼 학생도, 교수도, 실습기관도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내년부터는 5개 권역별 약대에 도입하는 식으로 확대 적용할 예정이에요.”
최근 약학계의 위기 요인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바로 인공지능(AI)이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오는 2025년 보건의료 분야에서 약사의 AI·로봇 대체율(68.3%)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손 이사장은 “AI를 이기는 방법은 AI 기술에 올라타는 수밖에 없다”며 약대의 스마트화도 중점 과제로 강조했다. 실제로 약교협은 최근 ‘비디팜(BDPharm·Big Data in Pharmacy)’이라는 위원회를 만들고, 학생들이 저학년 때부터 AI와 빅데이터 등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과정을 준비 중이다. 손 이사장은 “기존 2+4년제 중 2년은 교양교육의 시간이었다”며 “이젠 교양교육도 단순히 듣는 교육이 아니라 실제로 전공과 접목시킬 수 있는 주제를 배우며 직접 활용해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존의 2+4년제에선 국가고시 위주의 임상실무교육을 실시했다면 통합 6년제에서는 국시를 넘어서는 최첨단 제약바이오 이론·실무교육이 이뤄지도록 할 계획입니다. 좀 더 욕심을 낸다면 약대 학생들이 유기화학을 연구하는 ‘웨트 랩(Wet Lab)’이나 AI와 빅데이터 등을 다루는 ‘드라이 랩(Dry Lab)’을 모두 한 번씩 경험해봤으면 합니다.”
◇2022학년도부터 고교 졸업생 1658명 선발…‘실험·프로젝트’ 도움될 것
무엇보다도 통합 6년제 도입으로 가장 크게 달라지는 건 ‘입시’다. 일종의 편입 체제에서 고교 졸업생 선발 체제로 바뀌기 때문이다. 2022학년도부터 통합 6년제로 전환하는 곳은 전국 약대 37곳 중 32곳으로, 이들 학교는 총 1658명을 선발한다. 2022학년도 대학입시를 치르는 예비 고3 수험생들, 특히 자연계열 최상위권 사이에서 약대 지원 열풍이 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렇다면 약대 진학을 계획하고 있는 학생들은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할까. 손 이사장은 “기본적으로 화학과 생물학 등에 관심과 흥미를 갖고 있어야 한다”며 “약대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화학, 생명과학, 의학, 공학 등을 융합한, 사실상 종합과학을 배운다”고 말했다.
2022학년도 수시모집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을 통해 약대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이라면 교내 활동을 통해 자신의 관심 분야를 드러낼 필요도 있다. 손 이사장은 “많은 고교에서 실험실습을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화학·생물·물리 등 과학 실험이나 연구에 한 번씩 참여하는 게 도움이 된다”며 “책상에 앉아서 수업을 듣기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실험해보면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보라”고 권했다. 그는 이어 “각 대학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프로젝트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며 “교내에서 프로젝트에 참여하거나 직접 이끌어본 경험이 있으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약대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두 가지 꿈을 가져야 합니다. 자신을 위한 꿈 한 가지와 타인과 사회를 위한 꿈 한 가지죠. 자신의 재능을 타인과 사회를 위해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해야 한단 얘깁니다. 가령, 약사는 결코 자신만을 위해 사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약사는 지역사회에서 약을 처방할 뿐만 아니라 상담자 역할을 하죠. 제약회사에서 약을 만드는 것 역시 사회의 건강 증진을 위한 일입니다. 앞으로 더욱 성장할 제약바이오 산업에 적극 동참한다면 무궁무진한 기회가 펼쳐질 겁니다.”
lulu@chosun.com
“약대 통합 6년제 전환은 절호의 기회…교육과정 확 바꾸겠다”
-[인터뷰] 손동환 한국약학교육협의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