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등교원 양성 규모 줄이자’ 공감대…초등 규모는 정부가 관리 권고
이진호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20.12.15 16:01

-국가교육회의, 교원양성체제 개편 숙의 결과 발표
-권고안 바탕으로 내년 중 교육부가 양성체제 발전방향 수립
-“또 ‘중장기 의제’…협의문 실효성 있을지 의문” 지적도

  •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조선일보 DB
    ▲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조선일보 DB

    교원양성체제 개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집중숙의단을 구성해 논의해 온 국가교육회의가 중등교원 양성 규모를 축소할 것을 정부에 권고했다. 초등의 경우 임용 규모에 맞게 정부가 양성 규모를 관리해야 한다고 봤다.

    교육부는 국가교육회의가 내놓은 협의문 내용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교원양성체제 개편안을 마련해 내년 중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민감한 주제를 중장기 의제로 미뤄놓은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15일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는 제21차 회의를 개최하고 ‘미래 학교와 교육과정에 적합한 교원양성체제 발전 방향 정책 집중 숙의 결과 및 권고안’을 발표했다.

    권고안은 교·사대 관계자, 경제·사회·과학·문화 분야 전문가 등 총 31명이 숙의단으로 참여해 도출했다. 9월~12월 총 6회에 걸친 집중 숙의를 통해 협의문 형식으로 권고안을 만들었다. 숙의단은 교원 양성 규모와 교육과정 개편으로 쟁점을 좁혀 논의해왔다.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번 집중 숙의는 합당하면서도 이해관계 당사자들의 합의를 이끌어낼 가능성이 있고,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교원양성체제 개선 정책의 가능한 범위를 정해달라는 교육부 요청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숙의단은 교원 양성 규모와 실제 임용 규모의 불균형이 교원양성 교육을 내실화하는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중등교원은 양성 규모를 축소하고, 초등교원은 임용 규모에 맞게 정부가 양성 규모를 관리하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단 이 같은 교원양성 규모 적정화는 학령인구 감소와 교실 여건, 지역별 특성이 고려돼야 할 것으로 봤다.

    또 숙의단은 구체적으로 초등의 경우 양성 규모 관리, 교육의 질 제고, 초·중등 연계 교육 필요성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체제 발전방안을 모색하도록 했다. 권역별로 교육대학(교대)을 통합하거나, 교대·거점국립대 통합 모색 등을 옵션으로 꼽았다.

    중등의 경우는 교원 양성 규모를 줄이기 위해 질 관리를 강화하고 양성 경로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예컨대 일반대 교직이수 과정이나 교육대학원의 신규 교원 양성과정을 조정하고 교육대학원은 재교육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앞서 지난 11월 일반 시민 294명으로 구성된 숙의 검토그룹이 숙의한 결과 ‘초등교원 양성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에는 54%가 찬성했다. ‘중등교원 양성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에는 더 많은 71%가 동의했다. 숙의단은 이 같은 검토 그룹의 의견을 반영해 권고안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숙의단은 이 밖에도 교원 임용제도 개선, 교사의 지속적인 전문성 개발 노력과 지원, 교원 양성 교육기간을 5~6년으로 늘리거나 전문대학원을 통한 교원 양성 등을 등을 중장기 의제로 논의해야 한다고 봤다.

    국가교육회의는 이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협의문을 만들어 교육부와 교원양성기관, 시도교육청 등에 권고했다. 국가교육회의는 협의문에서 “현행 교원양성 교육과정은 교원의 구체적인 상(像)과 기준이 불명료하고, 학교 현장과의 연계성이 부족하며 새로운 교육 요구에 대한 대응이 미흡하다는 데 공감했다”고 했다.

    김 의장은 “교원양성 체제 개편은 20여년간 논의돼 온 교육계의 핵심과제”라면서 “이번 권고안은 이해관계자와 일반 국민의 폭넓은 참여에 기반해 마련됐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가교육회의의 이번 권고안이 결과적으로 ‘맹탕’에 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초등 교원 양성 규모는 정부가 관리, 중등은 양성 규모 축소로 가닥을 잡긴 했지만, 학령인구 감소와 교실 여건, 지역별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제를 달았다. 또한 교육계가 주목하는 교원 양성 교육기간 확대나 전문대학원을 통한 교원 양성의 경우에는 국가교육회의의 단골 메뉴인 ‘중장기 의제’로 설정해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이후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혀 영양가 없는 결론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번 협의문을 기초로 내년까지 ‘교원양성체제 발전 방향’의 단계적 추진 방법과 일정을 내놓는다. 결국 교원 양성 규모를 정하는 열쇠는 교육부가 쥔 가운데  국가교육회의가 여러 사람의 의견을 섞어 모호하게 전달해 놓은 모양새다.

    한 교육계 인사는 “매번 나오는 중장기 의제는 국가교육위원회가 설치되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다른 교육계 인사는 “합의문도 아니고, 결정문도 아닌 여러 사람이 이야기한 내용을 종합한 ‘협의문’을 발표한 것”이라며 “아무 구속력도 없는 권고가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jinho2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