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학원 집합금지 풀려났어도…여전히 전전긍긍
이진호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20.10.14 14:32

-강의실 줄이는 시설변경ㆍ법인 쪼개기 나서
-“학생들 고충 고려해 ‘고위험시설’서 제외해달라”

  • /조선일보 DB
    ▲ /조선일보 DB

    “쾌적한 환경 포기하고 강의실 없애야 하나요? 억울합니다.” 대형학원을 운영하는 한 원장의 말이다.

    학원가가 ‘생존법’을 고심하고 있다. 300인 이상 대형학원들은 집합금지 조치 속에서 시설 용도를 변경하는가 하면 법인을 쪼개는 방법 등 생존을 위해 각종 고육지책을 내놓았다. 지난 12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조정되며 집합금지 조치에서는 벗어났지만, 대형학원들은 추후에도 정상운영을 보장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방역당국은 현재 원생 300인 이상 대형학원을 고위험시설로 분류해 놓은 상태다. 지난 8월 19일부터 10월 11일까지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되며 이 지역 대형학원에는 집합금지 조치가 내려져 대면 수업이 불가능했다. 과외로 눈을 돌리거나 중소형 학원으로 옮기는 등 학원을 떠나는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대형학원들은 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학생들도 예상치 못한 조치에 혼란을 겪기는 마찬가지였다.

    지난달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강의실이 넓고 많아 300명 이상 대형학원으로 분류된 학원의 억울함을 들어주세요’라는 내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등록한 수강생은 200명이지만 일시수용능력인원이 700명에 육박하는 규모라 한 강의실에 20명도 안 되는 학생이 거리를 유지하고 수업을 해왔다”고 전했다. 이 청원인은 청원에서 “쾌적하고 위생적인 환경을 포기하고, 숫자상의 수용인원을 낮추기 위해 강의실을 없애고 좁혀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대형학원들이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것이 바로 이 청원에 제기된 ‘일시수용능력인원’ 기준이다. 학원 규모는 학원설립운영등록증에 기재한 일시수용능력인원을 기준으로 분류하는데, 학원 강의실 규모 1㎡당 수용인원을 1명으로 계산한다. 이 기준을 따르면 실제로는 200명의 학생이 다니더라도 강의실 규모가 총 300㎡일 경우에는 일시수용능력인원도 300명이 돼 대형학원으로 분류된다.

    이에 대형학원들은 ‘시설 변경’에 나섰다. 말 그대로 시설 용도를 변경해 학원 규모를 줄이는 방법이다.

    서울 송파구에 있는 A 대형학원은 집합금지 조치가 내려지자 울며 겨자 먹기로 시설 변경을 진행했다. 원생이 250명 정도인 A 학원은 전체 시설 규모가 1000㎡가량이다. 기존 교무실이나 휴게실 등으로 사용하던 300㎡가량의 공간을 제외하고, 약 700㎡였던 강의실 규모를 300㎡ 이하로 줄이고 교육지원청 실사를 받았다. 실사 결과 문제가 없다고 판단된 이 학원은 추석 연휴께부터 운영을 재개할 수 있었다. A 학원 원장은 “총 10개의 강의실 가운데 절반인 5개를 시청각실과 상담실 등으로 바꿨다”며 “생존을 위해 고육지책을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일시수용능력인원 기준은) 현실과 안 맞는 부분이 있다”며 “(시설 변경 신청을) 합리적인 민원으로 보고, 실사 결과 타당할 경우 변경을 허용해 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설 변경은 단순한 강의실 규모로 운영 가능 여부를 결정하는 셈이라 코로나19 감염 예방에는 특효약이 될 수 없다. 반대로 강의실 규모를 줄이는 시설 변경을 하지 않고 그대로 운영한다면 보다 넓게 강의실을 쓸 수 있어 방역에도 도움이 된다.

    대형학원들이 짜낸 고육지책은 이뿐만 아니다. 법인을 분리해 등록하는 방식도 대안으로 떠올랐다. A 원장은 “장기적으로 보면 법인을 나눠 등록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본다”며 “많은 학원이 이를 고려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예컨대 2개 층을 쓰는 학원의 강의실 규모를 합쳐 500㎡라고 치면, 층별로 법인을 분리해 신고할 경우 각각 250㎡ 규모의 다른 2개의 중소형 학원으로 분류된다.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2단계로 상향 됐을 때도 집합금지 조치를 피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 모르는 만큼 이 같은 방안이 시설 변경보다 확실한 방법이라는 뜻이다.

    교육부도 현재 학원들의 고충을 인지하고는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상향 시 대형학원 기준을 어떻게 잡을 건지 중앙방역대책본부와 협의할 예정”이라며 “현재 원생 수를 기준으로 학원 규모를 분류하는 방법, 현재처럼 면적을 기준으로 하되 예외를 인정하는 방법 등 다양한 방안을 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학원가는 여전히 걱정하는 모습이다. 한 대형학원 관계자는 “지금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상향으로) 다시 집합금지가 되면 수험생들은 공부에 큰 차질을 빚을 게 뻔하다”면서 “수험생들의 입장을 고려해 고위험시설 군에서 대형학원을 제외하는 것이 공익적인 방향일 것”이라고 말했다.

    jinho2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