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종 불공정 사례 무더기 적발…서류 기재금지 위반 209건
이진호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20.10.13 18:02

-교육부, 학종 실태조사 결과 발표
-성균관대, 부모직업 등 기재한 4명 합격시켜
-폭력피해 경험한 학생 운동선수 680명

  • 교육부는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7차 교육신뢰회복추진단 회의’를 개최했다./교육부 제공
    ▲ 교육부는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7차 교육신뢰회복추진단 회의’를 개최했다./교육부 제공

    일부 대학이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서 금지돼 있는 부모 직업 기재에도 문제없음으로 처리하는 등 불공정 사례가 대거 드러났다. 자녀의 입학업무를 해당 교수·직원에게 맡기는 등 이른바 '부모 찬스'를 막기 위한 회피·제척제도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대학도 있었다.

    교육부는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7차 교육신뢰회복추진단 회의’를 개최하고 이같은 내용의 학종 실태조사 후속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자녀의 대학 부정입학 의혹으로 학종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자 교육부는 학종 선발비율이 높고 특수목적고 등 특정 유형의 고교 학생들을 많이 선발하는 13개 대학을 대상으로 관련 실태조사를 벌였다.

    교육부는 조사 결과 학종을 부적절하게 운영한 정황이 포착된 6개 대학(건국대·경희대·고려대·서강대·서울대·성균관대)을 대상으로 특정감사를 진행했다.

    감사 결과 이들 6개 대학에서 총 209건의 서류 기재금지 위반 사례가 드러났다. 신분상 조치를 받은 관계자는 총 108명으로 중징계 7명, 경징계 13명, 경고 74명, 주의 14명이다.

    특히 일부 대학에서는 지원자와 특수 관계에 있는 교수·직원을 입학업무에 투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서강대는 교수 자녀가 2016학년도 논술전형에 지원했음에도 해당 교수를 채점위원으로 위촉해 관계자 등이 경고 처분을 받았다. 성균관대는 2016학년도 논술우수전형에 교직원 자녀 4명이 지원한 사실을 알고도 해당 교직원을 시험감독으로 위촉했다. 다만 이들 지원자 4명은 모두 불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는 2019년 수시전형에서 ‘친인척 지원’을 사유로 직무회피를 신청한 교수 9명을 입학업무에 투입했다. 단 해당 교수가 친인척이 지원한 계열의 입학전형에 참여한 경우는 없었다. 교육부는 관계자 등에 경고 처분을 내렸다.

    교사추천서나 자기소개서에 기재 금지 사항을 기재한 경우에도 이를 0점 처리하거나 불합격시키지 않은 대학 사례도 있었다. 성균관대는 2019학년도 학종 서류검증위에서 부모 등 친인척 직업을 기재한 82명 중 불합격시킨 45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37명을‘문제 없음’으로 처리했다. 결국 4명의 학생이 합격해 등록했다. 교육부는 관계자들을 중징계·경징계를 요구한 뒤 탈락자 구제방안을 마련토록 했다.

    또한 서강대는 2019학년도 학종 지원자 2명의 자기소개서에 기재금지 사항인 논문등재나 도서출판 등을 기재했음에도 불구하고 불합격 처리하거나 0점 처리하지 않았다.

    서울대는 학종에서 금지되는 어학성적 기재 외국인 응시자 2명을 부적격자로 처리하지 않아 경고를 받았다. 건국대는 2019학년도 학종 서류평가에서 지원자 12명의 교사추천서에 기재가 금지되는 출신 고교가 담겼지만 입학사정관들이 이를 체크하지 않거나 의견을 쓰지 않아 주의·경고 처분을 받았다.

    서류나 면접평가에 대한 원칙도 잘 지켜지지 않았다. 성균관대는 2018~2019학년도 입시에서 2명이 교차 평가해야 하는 학종 서류전형에서 검정고시·해외고·국제고 출신 수험생 1107명에 대해 평가자를 1명만 배정했다. 교육부는 관계자에 대한 중징계 처분을 요구했다.

    아울러 서울대는 2019학년도 지역균형선발 면접평가에서 학업능력 미달 등을 이유로 자체 권고사항과 달리 지원자 17명을 모두 C등급 처리해 탈락시켰다. 건국대는 학종고른기회전형에서 합격자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면접평가 점수를 번복하고 합격처리했다.

    ◇폭력피해 경험한 학생선수 680명으로 나타나

    교육부는 지난 7월부터 전국 시도교육청과 공동 진행한 학생선수 폭력피해 실태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교육부는 초·중·고 학생선수 5만9401명을 전수 조사했다. 이 가운데 680명(1.2%)이 폭력피해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피해 응답률은 남학생(1.3%)이 여학생(1.0%)보다 높았고, 학년별로는 초등학생(1.8%)이 중·고등학생(1%)보다 높았다. 학교운동부 소속 선수(1.2%)보다는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선수들의 피해응답률(1.3%)이 높게 나왔다.

    이번 조사에서 밝혀진 가해자는 총 519명이다. 이 중 학생선수는 338명이었고 체육지도자 155명, 교사 7명이다.. 교육부는 가해 선수에 대해서는 학내 학교폭력전담기구와 교육지원청 조사 결과에 따라 징계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특히 가해 지도자와 교사에 대해서는 아동학대 신고, 경찰 조사와 함께 신분상의 징계 조치를 내릴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 중 금지어 차단하는 학생부 검증시스템 도입

    교육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적을 수 없는 수 없는 단어를 사전 차단하는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교사가 학생부를 기록할 때 부모 신상정보 등 금지된 사항을 기재하면 경고 메시지로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교육부는 지난 2016년부터 학생부에 부모의 신상정보를 기록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부모 찬스’ 같은 불공정 시비를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기재 금지 사항을 적는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자 이를 원천 차단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시스템은 총 3단계 과정을 거친다. 교사가 학생부에 해당 학생의 부모직업 등을 기재하면 먼저 경고 메시지로 이를 다시 확인토록 한다. 아울러 대입을 앞두고 학생들의 학생부를 일괄적으로 넘기는 과정에서도 금지어가 삽입된 대목이 있는지를 최종 검색토록 했다. 이후 대입전형 과정에서 대학이 발견한 금지어나 의심사례는 교육부와 교육청에 전달되며, 해당 교육청은 현장점검을 통해 사후 확인토록 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교육부는 이번 감사와 현장 점검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무관용 원칙으로 최선을 다해 조치하겠다”며  “지속적으로 관련 제도를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jinho2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