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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밀접한 장르
뮤지컬은 무대 위에서 배우의 노래와 춤을 통해 생생한 감동을 전달합니다. 이러한 감동은 스크린에서도 이어집니다. 많은 영화들이 뮤지컬의 형식으로 만들어져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물랑루즈>, <시카고>, <레미제라블>, <라라랜드> 등의 작품들은 흥행뿐 아니라 작품성도 인정 받았습니다. 뮤지컬(Musical)과 무비(Movie)를 합친 ‘무비컬’이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았습니다. 영화로 이미 존재했던 원작이 뮤지컬로 재탄생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무비컬은 그 반대입니다. 이미 완성된 영화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진 작품이 뮤지컬로 다시 리메이크 되는 것이죠. 이러한 무비컬은 뮤지컬의 대명사라고도 할 수 있는 브로드웨이에서 이미 2000년부터 사용되었고 ‘라이온 킹’, ‘미녀와 야수’, ‘스파이더 맨’ 등이 만들어졌습니다. 국내에서도 과거 흥행에 성공했던 작품들이 무비컬로 다시 제작되어 관객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이처럼 장르의 넘나듦이 활발한 영화와 뮤지컬의 작품으로 <싱잉 인 더 레인>과 <에비타>를 함께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
▲ 뮤지컬 영화의 고전 <싱잉 인 더 레인>
MGM에서 1952년 개봉했으며 줄거리에서 본 것과 같이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넘어가는 1920년대 말 헐리우드를 배경과 소재로 삼고 있습니다. 진 켈리와 스탠리 도넌이 만든 이 영화는 뮤지컬 영화 중 최고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 작품은 영화로 먼저 만들어졌습니다. 뮤지컬 영화로 기획되었고, 영화가 뮤지컬로 크로스오버된 경우입니다.
뮤지컬 영화답게 좋은 음악들이 많이 등장하는데요. 영화에 사용된 주요 곡들 중 이 영화의 오리지널 곡은 단 한 곡밖에 없습니다. 지금과 같은 저작권의 개념이 없다 보니 이런 일들은 빈번히 일어났습니다.
가장 중요한 명장면은 역시 탭댄스 장면인데요. 비가 내리는 거리에서 밝은 표정으로 화려한 탭댄스를 추는 신사. 이 모습만 떠올려도 자연스럽게 우리 귓가에는 ‘Sing in the rain’이 맴돕니다.
이 작품을 통해 매체의 변화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데요. 매체는 참 많은 것을 바꿔놓습니다. 이 작품의 소재는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넘어오는 시기의 이야기입니다. 누군가는 더 적응하여 스타가 되지만 누군가는 도태되고 맙니다. 버글스의 노래가 떠오르기도 하는데요. 제목을 직역하면 '비디오가 라디오 스타를 죽였다' 즉 '영상매체로 인해 라디오 드라마의 스타들이 사장되었다'는 뜻으로 TV에 라디오가 묻혔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 상징성 때문인지는 몰라도 MTV 개국 당시 맨 처음 전파를 탄 뮤직비디오가 이 노래였습니다. -
▲ 나의 운명 아르헨티나, <에비타>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팀 라이스가 힘을 합친 작품입니다. 1978년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첫 공연이 이루어지고 2,900회 공연, 1979년 뉴욕 브로드웨이에 진출 후 1,567회 장기 공연이 이루어졌습니다. 토니상 1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돼 작품상, 극본상을 포함해 7개 부문을 휩쓸어 작품성도 인정받았습니다.
1980년대부터 영화화 이야기가 있었지만 알란 파커가 메가폰을 잡아 1996년 개봉했습니다. 파커의 감독 결정 후 여배우를 누가 할 것인가에 세계의 주목을 받았는데, 마돈나는 자청하여 자신이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으나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반발하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그 만큼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에바 페론에 대해 얼마나 신성시하고 있는지 잘 보여줍니다. 팀 라이스가 에바를 다룬 라디오 프로그램을 듣고는 에바의 삶에 매력을 느껴 웨버에게 그녀의 삶을 다루는 뮤지컬을 제작하자고 제안했지만 웨버는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고 합니다. <에비타>의 흥행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을 가졌지만 본격적인 뮤지컬을 제작하기 전인 1976년 발표한 더블 컨셉 앨범이 100만 장 이상 판매되며 인기를 끌었고, 여기에 힘입어 창작으로 이어집니다.
<에비타>는 총28곡으로 이루어진 성쓰루(Sung-through) 뮤지컬입니다. 노래수가 적지만 주요 멜로디가 반복 재생되면서 드라마틱한 구성을 이룹니다. 노래 역시도 에바에 대한 상반된 평가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Don’t cry for me agentina’가 가장 유명한 곡이지만, 영화에서는 죽음을 앞둔 에바가 페론에게 나지막이 부르는 ‘You must love me’가 추가되었고 이 노래는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2006년 런던 리바이벌 공연에서도 이 노래가 뮤지컬 공연에서 추가됐습니다. -
▲ 매체를 넘나드는 감동
오늘 살펴본 <싱잉 인 더 레인>은 영화에서 뮤지컬로, <에비타>는 뮤지컬에서 영화로 장르가 크로스오버된 작품들입니다. 매체를 넘어 감동을 준다는 점과 함께 각 매체에 따른 재미 요소가 두드러지는 두 작품입니다. 동일한 작품을 무대와 스크린에서 비슷한 시기에 경험해보는 것도 참 재미있는 경험일 것입니다. 지루하게 비가 이어지는 날들이지만 아름다운 작품들과 함께 마음의 빛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박정현의 오묘한 오뮤(오페라&뮤지컬) 산책] '싱잉 인 더 레인'과 '에비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