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문고, 수십억대 회계 부정으로 자사고 지정 취소
오푸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20.07.09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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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십억대 회계 부정 사실이 밝혀진 서울 휘문고등학교가 일반고로 전환된다. 자율형사립고 운영성과(재지정)평가가 아닌 회계 부정을 이유로 지정 취소 절차를 밟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9일 서울시교육청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등 관련 법령에 따라 휘문고에 대해 자율형사립고 지정 취소 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교육청은 지난 1일 ‘자율학교 등 지정·운영회’를 열고 휘문고 자사고 지정 취소 여부를 심의했다.

    교육청 측은 “휘문고의 민원·종합감사 결과, 명예이사장·이사장·법인사무국장 등의 배임과 횡령 및 횡령 방조 행위는 사회적 책무성과 공정성에 반하는 행위”라며 “사립학교법, 사립학교법 시행령,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에 대한 특례규칙 등을 위반하는 심각한 회계 부정을 저질러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018년 교육청은 민원감사를 통해 학교법인 휘문의숙 제8대 명예이사장이 2011년부터 2017년까지 6년간 법인사무국장 등과 공모해 총 38억2500만원의 공금을 횡령하고, 당시 이사장도 이러한 행위를 방조한 의혹을 확인했다. 명예이사장은 학교법인 신용카드 사용 권한이 없음에도 이를 소지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2억2900여만원을 개인용도로 사용하며, 카드대금 일부를 학교회계에서 지출하기도 했다.

    감사결과를 토대로 교육청은 명예이사장과 이사장, 법인사무국장 등 3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이사장과 법인사무국장은 지난 4월 대법원에서 각각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다만, 명예이사장은 1심 선고 전 사망해 공소가 기각됐다.

    교육청은 2018년 종합감사에서도 학교 성금 회계 미편입 및 부당 사용, 학교 회계 예산 집행 부적정 등 총 14건의 지적사항을 파악했다. 48명(중복 계산)에 대한 신분상 처분과 약 1500만원의 재정상 처분이 내려졌다.

    향후 교육청은 휘문고에 대한 청문 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 지정 취소 여부를 판단하고, 교육부에 지정 취소 동의를 신청할 계획이다. 교육부가 동의할 경우, 휘문고는 내년부터 일반고로 전환된다. 다만, 현재 재학 중인 학생들은 졸업할 때까지 당초 계획된 자사고 교육과정을 이수할 수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사학비리는 적당히 타협할 수 없는 척결의 대상”이라며 “앞으로도 사학비리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처해 사립학교의 공공성과 책무성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