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앞’ 유치원 개원 … 학부모는 떨고 있다
이재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20.05.25 13:33

-유치원 집단감염 매개될까 걱정하는 학부모
-긴급돌봄 참여 늘어 유치원 방역관리에 피로
-교육부, 유아 밀집도 낮추고 원격수업 도입
-‘강서구처럼’ 학원發 집단감염 매개될 우려

  • “아이가 코로나19에 감염될까 두려워요.”

    무기한 휴원했던 유치원이 27일 속속 개학한다. 교육당국은 안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학부모의 불안감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일부 학부모는 등원을 거부하겠다고 통보하기도 했다. 서울 강서구에서 발생한 유치원생 감염 사례가 알려지면서 이 같은 불안감은 더욱 증폭하고 있다. 

    25일 일부 유치원에 따르면 지난 주말부터 등원을 거부하는 학부모의 통보가 늘었다. 아이들이 모이는 유치원이 자칫 코로나19 감염원이 될 수 있단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경기도 수원시 한 유치원 교사(28)는 “고심 끝에 보내지 않겠다는 학부모의 연락이 늘었다”며 “유치원으로서도 안전을 장담하기 어려워 만류하거나 등원을 권고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교사는 어제(24일) 하루에만 10여통이 넘는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유치원 측도 우려를 드러냈다. 이달 초 방역당국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생활 속 거리두기로 완화하면서 긴급돌봄 참여가 늘어 방역과 유아 관리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실제 등원을 시작하면 안전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게 유치원계의 의견이다. 
    실제 지난 6일 방역당국이 방역기조를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완화한 뒤 등원율은 점진적으로 오르고 있다. 지난 18일 기준 서울시의 유치원 긴급돌봄 참여 인원은 3만2763명(등원율 43.1%)으로, 방역기조 전환 직후인 11일 3만559명(40.2%)보다 2000여명 늘었다. 경기도 역시 같은 기간 5만6181명(32.9%)에서 5만8665명(34.3%)으로 증가했다. 곳에 따라 등원율이 50%를 웃도는 곳도 나타나고 있다. 다만 대구와 경북 등 코로나19 감염이 극심했던 지역은 여전히 10%대에 머물렀다. 

    임병하 한국사립유치원협의회 대변인은 “서울과 경기를 중심으로 생활 속 거리두기 전환 뒤 등원율이 늘어 유치원 1곳당 등원율이 80%에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최대한 분반을 장려하고 유아의 접촉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80일 넘게 긴급돌봄을 지속하고 있어 유치원의 방역과 유아 관리 역량에도 피로가 누적돼 어려움이 크다”고 털어놨다. 

    이어 “방역물품 등도 개별 유치원이 마련해야 하는 등 행·재정적 부담도 커 실제 유아가 등원을 예상하면 불안감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고 했다. 

    교육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우선 유아의 밀집을 피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또 EBS 등을 활용한 방송 프로그램을 6월 말까지 연장해 제공하고, 놀이꾸러미 등을 가정에 지원할 방침이다. 원격수업을 병행해 등원을 원하지 않는 유아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긴급돌봄은 현행처럼 운영하고, 유아대상 방과 후 과정도 운영한다. 

    현재까지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코로나19가 전염된 사례는 없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4월에도 영유아나 청소년의 코로나19 감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학교나 유치원 긴급돌봄 등 유아동에게 교육시설에서 전염이 시작된 사례는 없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강서구에서 발생한 유치원생 감염처럼 자칫 코로나19가 학교시설을 매개로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경기도 김포시에서 7세 딸을 키우는 차모(36)씨는 “학원이나 과외 등을 받은 다른 아이들에게 전염될 우려가 있지 않느냐”며 “등하원을 시작하고 접촉이 많아지면 안전을 장담할 수 없을 것 같아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당국은 강서구의 유치원생 감염은 학원가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강서구 한 미술학원 강사가 24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같은 학원에 다닌 유치원이 같은 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미술강사는 22일까지 이 미술학원에서 수업을 진행했고, 그와 접촉한 유아와 초등학생은 100여명으로 알려졌다. 서울교육청은 인근 지역의 초등학교 5곳과 유치원 10곳의 운영을 26일까지 중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