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현의 오뮤(오페라&뮤지컬) 산책] 오페라와 뮤지컬의 힘
기사입력 2020.05.08 17:15
  • 요즘 대부분의 학생은 자료를 검색할 때 포털사이트보다 유튜브 채널을 이용합니다. 3~5분의 짧은 클립영상을 보며 정보를 얻고 여가를 보내죠. 학생들이 즐겨 보는 클립영상의 특징은 연결된 내용이 아니라 분절적으로 끊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하나의 영상을 보고 다음 영상으로 이동하면 새로운 국면이 펼쳐집니다.

    이 같은 매체 사용 경향은 학생들의 심리, 행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많은 교사가 학생들에게 생활지도를 하면서 공통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학생들이 지적받고 혼날 때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교무실만 나가면 바로 언제 그랬냐는 듯 순식간에 태도가 변한다는 얘기입니다. 연속성 없는 학생의 행동에 교사들은 당혹스러움을 느끼곤 합니다.

    물론 이러한 특성을 옳고 그름의 잣대로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매체의 영향으로 학생들의 심리와 행동이 달라졌음을 인정하고 존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더불어 학생들에게 단절된 스토리가 아닌 완성된 콘텐츠에 몰입하는 경험을 제공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승전결로 이야기가 이어지는 방식뿐 아니라 감정의 형성, 표현에 대해서도 알려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오페라와 뮤지컬을 통해 그 경험을 제공하려 합니다.

    ◇알고 보면 친숙한 오페라와 뮤지컬?

    오페라와 뮤지컬은 탄탄한 스토리로 이뤄져 있습니다. 초기 오페라 중에는 신화(神話)나 민담을 소재로 삼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 검증된 소설 또는 희곡으로 성공을 거둔 작품을 바탕으로 하기도 합니다. 뮤지컬도 마찬가지입니다. 안정적으로 구조화된 스토리 위에 음악과 연기의 요소를 더해 더욱 조화롭게 만들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이처럼 여러 요소를 결합하다 보니 일부 학생들은 오페라와 뮤지컬을 낯설고 어렵게 느낍니다. 그러나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우리는 오페라와 뮤지컬을 접하며 살아갑니다. 몇 마디의 멜로디만 듣고도 “아, 이 음악!” 하고 알아챌 수 있는 뮤지컬과 오페라 수록곡도 여럿입니다.

    한 전자제품 대형마트 광고에서 “시간 좀 내주오~ 갈 데가 있소”라며 남녀가 흥겹게 부르는 노래는 주세페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에 수록된 ‘여자의 마음(La donna e mobile)’을 개사한 것입니다. 조르쥬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전반부에서 매혹적으로 등장하는 주인공 카르멘의 아리아인 ‘하바네라(Habanera)’도 새로운 버전으로 재생산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아리아는 오페라에서 기악 반주가 있는 서정적인 가락의 독창곡을 의미합니다.

    즉, 오페라와 뮤지컬은 대중적 속성을 동시에 갖고 있으면서 체계적인 스토리와 다양한 음악적 요소를 가진 종합 예술인 셈입니다.

    ◇미래 핵심 역량도 기를 수 있어

    오페라와 뮤지컬은 미래 핵심 역량을 기르는 데도 도움을 줍니다. 현재 우리 아이들에게 적용되고 있는 교육과정은 2015 개정교육과정입니다. 개정교육과정의 방향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인문·사회·과학 기술에 관한 기초 소양 교육 강화 ▲미래 사회에 필요한 역량 제시 ▲학습량 적정화 및 교수·학습, 평가 방법 제시 등입니다.

    미래 사회에 필요한 역량으로는 여섯 가지를 제시합니다. ▲자기관리 ▲지식 정보처리 ▲창의적 사고 ▲심미적 감성 ▲의사소통 ▲공동체 역량입니다. 이들 역량은 ‘미래 사회 시민으로서 성공적이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핵심적인 능력으로 지식, 기능, 태도 및 가치가 통합적으로 적용해 발현되는 능력’으로 정의됩니다.

    오페라와 뮤지컬은 이중 심미적 감성, 창의적 사고 역량 함양에 최적화된 예술 영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음악과 이야기, 연기 등의 요소가 합쳐졌고 그 안에 역사와 철학 등에 대한 풍자도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은 오페라와 뮤지컬을 보면서 종합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가는 능력을 터득할 수 있습니다.

  • ◇작품에 얽힌 이야기 접하며 가까워지기

    앞서 저는 오페라와 뮤지컬을 비평하고 분석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공연 연출자, 아티스트들과 대화를 나누며 더욱 깊이 있는 이야기들도 접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는 그간 쌓은 지식을 교사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온라인 연수과정을 제작 중입니다. 이와 함께 교육적 가치를 지닌 오페라와 뮤지컬을 학생들에게도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이 커졌습니다.

    작품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들을 알게 되면 어렵게만 느껴지던 오페라와 뮤지컬에 한결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여기에 교육적 가치까지 더해지면 더욱 유익하겠죠. 다음 편부터는 본격적으로 작품을 만나며 오페라와 뮤지컬에 가까워지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첫 번째로 만날 작품은 오페라 ‘라 보엠’과 뮤지컬 ‘렌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