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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는 최근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감안해 대면 수업 시작일을 5월 4일 이후로 조정하라고 전국 전문대학에 권고했다. 이러한 방침에 따라 각 학교는 비대면 수업 방식인 원격수업을 두 달 가까이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진행된 원격수업에 대한 재학생들의 생각은 어떨까. 본지는 이 같은 궁금증을 풀기 위해 전문대학 재학생 5인을 통해 생생한 원격수업 후기를 들어봤다.
◇언제 어디서나 복습 가능, 질문 쉬워 ‘좋아요’
학생들이 꼽은 원격수업의 가장 큰 장점은 단연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수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모(숭의여대 문헌정보학과 2)씨는 “대면 수업과 비교해 원하는 시간에 접속해 수업을 듣고, 다시 듣고 싶어지면 얼마든지 재생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며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을 여러 번 들으며 복습하기에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반복해서 수업을 들으며 질문하는 학생들도 늘었다. 허모(대전보건대 치기공과 3)씨는 “대면 수업에선 쑥스러워 질문을 못했었는데, 원격수업에선 ‘질문쟁이’가 됐다”며 “교수님께 질문을 보내면 즉시 답변을 남겨주셔서 수업 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강의뿐만 아니라 학과별 전달사항까지도 모두 파일로 남기면서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얻기가 한결 수월해졌다는 평가도 있다. 박모(숭의여대 세무회계과 2)씨는 “그간 구두로 전달받았던 학과 공지사항이나 주요 정보 등을 동일한 시간에 같은 방식으로 공유하면서 이를 빠짐없이 관리할 수 있게 됐다”고 부연했다.
학교에 출석하지 않고도 수업을 들을 수 있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김모(숭의여대 비서인재과 2)씨는 “통학 시간은 사라졌고, 교통비는 눈에 띄게 줄었다”고 전했다. -
◇과제 양 너무 많고, 실습 못해 ‘아쉬워요’
많은 대학은 학생들이 각 주차에 해당하는 강의를 듣고 과제를 제출하면 이를 출석으로 인정하고 있다. 다만, 수업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일부 학생들은 과제 수행에 애를 먹고 있다. 유씨는 “전문적인 실무교육을 하는 전문대학의 특성상 몇몇 과목의 난도가 높아 과제를 수행하기가 어려웠다”며 “그렇다고 교수님께 이를 모두 질문하기도 어려워 난처했다”고 말했다. 유씨는 같은 강의를 수강하는 다른 학생이 올려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참고하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시스템상 비공개로 설정된 탓에 별다른 도움을 얻지 못했다.
학생들 입장에선 대면 수업보다 과제 양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점도 불만족스러운 요소다. 특히 박씨는 “과목별 과제가 같은 기한으로 한꺼번에 나오는 바람에 많은 학생이 이를 몰아서 해결해야 했다”며 “학생들이 모여 있는 커뮤니티에선 ‘과제 마감기한을 같게 주는 건 불공정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고 전했다.
반면, 전문대학의 핵심 축인 ‘실습 교육’은 크게 위축됐다. 김씨는 “토론 위주였던 전공 수업이 급작스럽게 PPT를 활용한 원격수업으로 전환되면서 딱딱한 수업이 돼버렸다”며 “수업 이전에 밝힌 학습목표를 달성하기엔 부족함이 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산업체를 찾아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캡스톤디자인’ 수업의 경우,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사실상 마비가 된 실정이다. 허씨는 “국가시험을 통해 자격증을 취득하는 학과에선 실습 교과 비중이 크지만, 원격수업 전환 이후엔 교수나 학생 대표 한 명의 실습 영상을 보는 게 전부”라며 “직접 실습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채울 수 없는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원격수업에 바라는 점은…
교육계에서는 이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교육’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학생들은 무엇보다도 “전문대학의 원격수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우선, 원격수업을 위한 기본적인 시스템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박씨는 “교수들이 각각 개인 장비로 녹음·녹화 작업을 하다 보니 강의 전달력에 큰 격차가 있다”며 “질 좋은 원격수업을 제공하기 위한 교내 환경과 시스템을 마련하면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배속 없이 강의를 들어야만 진도를 기록할 수 있어 충분히 학습했음에도 처음부터 다시 수강하는 일이 있었다”며 “온라인 학습관리시스템(LMS)도 체계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했다.
원격수업에 어울리는 수업방식을 고민하고, 질의응답 시스템을 비롯한 학습보완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씨는 “대면 수업보단 원격수업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지는 건 사실”이라며 “토론이나 실습수업의 경우, 교수와 학생이 즉흥적인 질문과 답변을 실시간 화상시스템으로 주고받으며 서로 집중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려고 노력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과목별 단체 채팅방을 개설해 질의응답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면 더욱 효과적인 학습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실습수업 대책을 세워달라는 목소리도 있다. 허씨는 “학교에서 준비한 실습재료를 개별 학생들에게 택배로 보내 집에서 따라 해보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했다. 이민우(대구보건대 치기공과 3)씨 역시 “재택실습을 원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모든 실습과정이 녹화된 영상과 충분한 재료를 지원해 직접 실습해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대학생 5인의 원격수업 후기 “반복학습 효과적, 실습은 아쉬워”
-코로나19 대응하는 전문대학 人 자세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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