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교수님, 화장실 갈 땐 마이크 좀 꺼주세요" 웃픈 '싸강 후기' 쏟아져
오푸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20.03.20 10:00
  • “사회학의 이해 수업에서 누가 밥그릇을 싹싹 긁어먹는 소리만 들리네요.”
    “마이크 음소거 안 하는 분들 왜 이렇게 많나요? 방금 어떤 학생 어머니께서 소리지르는 거 50명이 다 들었어요.”

    요즘 대학가에선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온라인 수업이 한창이다. 앞서 대다수 대학이 개강한 지난 16일에는 각 대학의 온라인 수업 홈페이지에 접속이 몰리면서 서버가 순식간에 다운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에도 교수와 학생들이 원격수업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탓에 ‘웃기면서도 슬픈’ 강의 후기가 각 대학 커뮤니티에 실시간으로 쏟아지고 있다. 이를 접한 학생들이 여러 대학의 ‘싸강(사이버강의의 준말) 후기’를 한데 모아 올리면서 큰 화젯거리로 떠올랐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온라인 수업은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각 대학이 온라인 수업 방식을 교수의 재량에 맡겼기 때문이다. 교수들은 대체로 ▲실시간 원격수업 ▲녹화 영상 ▲유튜브 ▲PPT 등 교안 ▲과제물 대체 등을 중심으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가장 많은 후기가 쏟아지고 있는 건 실시간 원격수업이다. 원격수업은 캠·마이크·채팅 창을 활용해 수업이 이뤄진다. 다만, 첫 주차 온라인 수업은 ‘맛보기’ 수업이 주를 이뤘다. 강의계획서를 토대로 앞으로 배울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는 식이다.

    그럼에도 교수와 학생들이 온라인 학습 지원 프로그램이나 장비 조작에 어려움을 느끼다 보니 실제 수업에 앞서 출석 확인조차 쉽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한 수업이 끝날 때면 ‘어떤 학생이 마이크 켜는 법을 몰라 출석을 부를 때 자기를 봐달란 듯이 캠 앞에서 열심히 손뼉을 치더라’ ‘교수님이 40분 동안 마이크 세팅하는 걸 실시간으로 지켜봤다’는 등의 후기가 각 대학 커뮤니티에 쏟아졌다.

    일부 대학은 원격수업 시스템이 낯선 교수와 학생들을 위해 협의를 거쳐 미리 정한 온라인 강의 출석·지각·결석 기준을 안내했다. 동국대의 경우, 수업시간에 기준강의시간의 50% 이상을 시청하면 출석으로 인정한다. 50% 미만을 시청했으면 지각, 해당 강좌에 접속하지 않았으면 결석으로 처리하는 식이다.

    온라인 수업 첫날과 같은 서버 과부하를 방지하기 위해 긴급대책을 마련한 대학도 있다. 명지대는 다수의 학생이 안정적인 네트워크 환경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단과대학별 수업 참여 권고 일정을 별도로 공지했다. 월요일엔 ICT융합대학(인문)·공과대학이, 화요일엔 경영대학·자연과학대학·건축대학·ICT융합대학(자연)이 온라인 수업 홈페이지에 접속해 주차별 강의를 수강하는 식이다.

  • /한 대학 커뮤니티 캡처
    ▲ /한 대학 커뮤니티 캡처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학생들은 온라인 강의가 현장 강의보다 상대적으로 수업 전달력이 떨어진다며 성적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는 김모씨는 “교수님이 직접 스마트폰을 들고 책상에 놓인 강의계획서를 보여주며 설명하는 영상을 봤는데, 소리가 너무 작고 화면 흔들림도 심하더라”며 “수업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기 어려워 앞으로 과제나 시험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고 전했다.

    공과대학이나 예술·체육대학 등 실기가 중요한 단과대학의 경우, 연습 영상을 교수에게 보내 피드백을 얻거나 시연 영상을 보고 레포트를 쓰는 과제물 수업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학생들 사이에선 수업 공백에 대한 책임을 학생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아우성도 나온다. 국민대 커뮤니티에서 한 예술대생은 “전공 필수 과목 중 3~4분 이상 학생과 교수 앞에서 독주해야 하는 위클리(연주) 수업이 있는데 이를 통과하지 못하면 졸업을 못한다”며 “오랜 시간 연습해야 하기 때문에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해 폐쇄된 학교 연습실 대신 또다시 돈을 들여 사설 연습실을 구해 실기를 준비하고 있다. 적어도 등록금에 포함된 연습실비라도 반환해 대책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해 1학기 전체 수업이 온라인 수업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시청각장애 학생들을 위한 대책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을 비롯한 6개의 시민단체는 20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다수 대학에서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전문성이 낮은 자막을 제공하거나 수어 통역을 아예 지원하지 않는 곳도 있다. 심지어 실습과목을 비롯한 일부 과목은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농대학생들도 온라인 강의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이러한 문제를 개선해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