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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사립대에 재학 중인 박모(22)씨는 오는 4월 초 예정된 전산세무 시험 취소 소식을 듣고 우울감에 빠졌다. 박씨는 "6월로 예정된 다음 시험에 응시하려면 기말고사와 AT 자격시험 등 3개 이상의 시험을 동시에 준비해야 한다"며 "취업을 앞둔 4학년이라 한시가 급한데, 모든 계획이 틀어져 속상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고3 수험생인 이혜인(18)양은 "3월엔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통해 목표 대학을 정하려고 했는데, 코로나19 확산으로 개학이 3주나 미뤄지면서 아직 뚜렷한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4월에 3·4월 모의평가를 연달아 치러야 해 모의평가 준비에 대한 부담감이 더욱 커졌다"고 털어놨다.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취업 준비 단계에서 필수적인 각종 시험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면서 취업준비생들의 한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대학입시를 앞둔 고3 수험생 역시 개학 연기로 학사·대입일정에 혼란을 겪고 있다. 이들은 당장의 계획이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계획을 세워야 할지 막막하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여파로 토익 등 각종 시험 잇단 취소… “원서도 못 낸다”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2월 중순부터 어학을 비롯한 각종 시험이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다. 특히 많은 기업에서 필수 자격요건으로 내거는 토익(TOEIC) 시험이 잇달아 취소되면서 시험을 준비하던 취준생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달 29일과 이달 15일로 예정된 시험은 모두 취소됐으며, 이달 29일에 시행하는 시험도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라 취소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상반기 공채를 앞둔 취준생들은 망연자실을 거듭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채용을 연기하거나 취소한 기업도 있지만, 상반기에 예정대로 채용을 진행하는 기업도 있기 때문이다. 한 취준생은 “기존 토익 점수가 낮아 목표 기업이 자격요건으로 제시한 토익점수를 달성하기 위해 공부하고 있었지만, 시험이 두 번이나 취소돼 이번 채용에서 원서 접수도 하지 못한 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 해에 시행하는 횟수가 적은 시험일수록 타격이 더욱 큰 실정이다. 상반기에 시험을 치지 못하면 하반기에 시험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HSK 시험의 경우, 1년에 시행하는 7번의 시험 중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2번의 시험이 취소됐다. 명지대에 재학 중인 오모(23)씨는 “상반기에 HSK 6급을 따고 하반기에 본격적인 취업 준비를 하려고 했는데, 현재로선 4월에 있는 시험도 미뤄질 것 같아 걱정”이라며 "한 시험을 준비하는 기간이 기약 없이 길어지면서 다른 공부는 손도 못 댔다"고 했다. 이들로선 취업 시기를 뒤로 미루는 게 유일한 대안인 셈이다. -
◇4월에 모의평가 2번 치르고, 학사·대입일정 빡빡해지는 고3
대입을 눈앞에 둔 고3 수험생도 착잡하기는 마찬가지다. 사상 초유의 개학 3주 연기로 3·4월 모의평가 일정까지 연달아 미뤄지면서 이들의 학습 계획은 이미 틀어진 지 오래다. 3월 모의평가는 4월 2일로, 4월 모의평가는 4월 28일로 각각 미뤄졌다. 올해 고3 수험생들은 3월에 자신의 실력을 점검할 기회를 갖지 못한 채 4월 한 달 동안 두 번의 모의고사를 치러야 한다.
이러한 상황은 고3 학사일정과 대입일정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일부 학교는 오는 23일 정상 개학을 가정하고 5월에 중간고사를, 7월에 기말고사를 치르는 식으로 새 학사일정을 이미 짠 상태다. 수업일수 확보를 위해 여름·겨울방학 기간을 줄이는 안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2일 실제 수업시수를 확보하는 취지에서 중간고사를 ‘수행평가’로 대체하고 2주 이상의 방학 기간을 확보하라고 권장하는 등 뒤늦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하지만 대입에서 내신의 영향이 큰 만큼 각 고교의 학사일정에도 그대로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이를 따를지는 학교장 재량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주목받는 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연기 여부다. 지난 5일에는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수능 연기를 요구하는 글까지 등장했다. '올해 수능연기를 꼭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쓴 청원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수행평가와 학교생활기록부 등을 마무리하는 일정이 빠듯해져 학사일정 진행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며 "개학 연기로 수업 진도도 나가지 못하는데 재수생과 똑같은 경쟁이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청원자는 또 "부디 수능을 연기하고 정시 모집과정과 합격발표 일정을 줄여 미래를 책임질 학생이 공정한 평가와 결과를 받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주장했다. 현재(13일 오후 2시 기준) 청원에 동의한 인원은 599명이다.
일부 학생과 학부모들은 개학 연기로 인한 학습 공백을 학원이나 인터넷강의 등에 의존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전국 모든 학원에 23일까지 휴원을 권고했지만, 실제로 학원 휴원율은 지역별로 들쭉날쭉한 상황이다. 현재 대구의 학원과 교습소 휴원율은 94%로 높은 편이지만, 서울은 38.4%에 그친다. 조영인(대구 정화여고3)양은 “대구에서는 대다수 학원이 휴원해 수험생들이 계속 자습만 하고 있지만,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서는 학원에서 수업을 듣는 수험생이 여전히 많다"며 "전국적으로 공평한 조건에서 수능이 치러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불안하다. 수능 연기를 통해 이러한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체능 계열 입시를 준비하는 고3 수험생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체대 입시를 준비하는 김민지(경기 복정고3)양은 “요즘 체대입시학원이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휴원에 들어가면서 실기 준비도 모두 멈췄다"라며 "3주간의 개학 연기에도 수능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빡빡한 학사일정 속에서 당장 수능을 준비하느라 실기를 준비할 여력이 없어 부담만 더욱 커질 것 같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개학 연기로 인한 학사일정과 대입일정에 일부 변동이 있다고 하더라도 과도한 불안감은 불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석훈 서울 미림여고 교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개학이 3주간 연기되면서 고3 학사일정에 일부 변동이 있을 수 있지만, 대입에선 개인 학습이 큰 효과가 있기 때문에 현 상황에 대해 크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교육부는 현재로선 수능 연기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6월 모의평가와 수시모집 원서 접수·전형 기간 등은 연기를 검토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월 모의평가가 연기되지 않을 경우, 시험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달 31일 예정대로 6월 모의평가 시행계획을 공고할 예정이다.
코로나19로 두 번 우는 학생들
-취준생 “잇단 시험 취소… 하반기로 취업 미뤄”
-수험생 “내신·모평 부담 大… 수능 연기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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