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수는 줄어드는데 … 사교육비 규모는 오히려 ‘껑충’
하지수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20.03.10 12:00

-교육부 ‘2019년 초중고 사교육비조사’ 결과 발표
- 전년보다 1조 ↑,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도 최고

  • 학령인구 감소에도 지난해 초·중·고교생 사교육비 규모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교육부와 통계청은 전국 3002개 초·중·고교 교사와 학부모 8만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9년 초중고 사교육비조사’ 결과를 10일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약 21조 원으로 2018년(19조5000억원)보다 1조5000억원가량 늘어났다. 저출산으로 초·중·고교생 수가 2018년 약 558만명에서 2019년 545만명으로 13만명 감소했지만, 사교육비는 증가했다.

    학교급별로 살펴보면 초등학생은 9조6000억원, 중학생은 5조3000억원, 고등학생은 6조2000억원이었다. 특히 초등학생의 사교육비 지출 증가 폭이 두드려졌다. 2018년보다 11.8%(1조원) 늘어난 수준이었다. 중학생은 중학생 5.2%, 고등학생은 4.2%씩 증가했다. 교육부 교육통계과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베이비붐이 일었던 2012년 태어난 ‘흑룡띠’ 아동들이 지난해 대거 입학하면서 초등학생 수가 반짝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2만1000원으로 전년(29만1000원) 대비 10.4%(3만원) 올랐다.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7년 이후 가장 큰 금액이다. 교과 사교육비는 23만5000원, 예체능 및 취미·교양은 8만3000원으로 집계됐다. 교과 중에는 영어, 수학 등 주요 과목의 사교육 지출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어 9만4000원, 수학 9만원, 국어 2만3000원 순이었다.

  •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교육부 제공
    ▲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교육부 제공

    자녀가 적을수록 아이 한 명에게 투자하는 사교육비가 많았다. 자녀가 한 명인 가구의 월평균 사교육비 지출액은 36만1000원으로 전년(32만4000원) 대비 3만7000원(11.4%↑) 늘었다. 두 명일 때는 34만1000원, 세 명 이상일 때는 24만5000원으로 2018년과 비교해 3만3000원, 2만원씩 증가했다. 저출산 기조가 지속되면서 부모들이 한두 명의 자녀에게 집중 투자하는 경향이 짙어진 결과라고 교육부는 풀이했다.

    부모의 소득 수준도 사교육에 영향을 미쳤다. 고소득층일수록 사교육 참여율이 높고 이에 들이는 비용이 컸다. 사교육비 참여율은 월평균 소득 800만 원 이상 가구의 경우 85.1%, 200만 원 미만 가구는 47%였다. 금액을 따져보면 월평균 소득 800만 원 이상 가구의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53만9000원, 200만 원 미만 가구는 10만4000원으로 조사됐다.

    또한 진학을 희망하는 고등학교에 따라서도 사교육비 지출에 차이가 있었다. 교육부는 “이번 조사를 통해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특수목적고 진학을 희망할수록 사교육 참여율이 높고 1인당 사교육비 지출 금액이 크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자사고와 과고·영재고, 외고·국제고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사교육 참여율은 각각 89.5%, 88.8%, 89.1%였다. 일반고에 가려는 학생들의 사교육 참여율 78.9%보다 눈에 띄게 높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지출 금액도 ▲자사고 47만원 ▲외고·국제고 45만원 ▲과고·영재고 44만원 ▲일반고 27만원 순이었다.

    교육부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대응책을 내놓았다. 교과 사교육 가운데 지출 규모가 큰 영어 사교육을 경감하기 위한 방안이 대표적이다. 교육부는 영어 수업 개선, 교사 전문성 제고 등을 통해 엉어교육 내실화를 도모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인공지능(AI) 영어 연습 시스템을 구축해 다음 달 시범 운영하고, 중학교 입학 전 활용 가능한 6학년 겨울방학 영어 프로그램을 개발해 올 12월에 보급하기로 했다. 아울러 과다한 선행학습 유발 요인으로 지목되는 고교 서열 구조를 없애기 위한 노력도 이어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