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교사들, 관찰실 확보하고 동네 약국 돌며 ‘전쟁 대비’
하지수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20.03.06 10:40

-지난해 미리 비축해 둔 마스크도 독감으로 일부 소진
-개학 이후 ‘전쟁의 시작’ … 학생·교사·학부모 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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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말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방역 작업이 한창이다. /조선일보DB
    ▲ 지난 1월 말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방역 작업이 한창이다. /조선일보DB
    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이 미뤄졌지만, 학교 보건교사들은 여전히 고군분투 중이다. 직접 발로 뛰며 방역 물품을 확보하고 개학 후 혹시 모를 상황의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6일 교육계에 따르면, 개학이 연기됐지만 보건교사들은 틈날 때마다 출근 도장을 찍고 있다.

    주된 업무 가운데 하나는 마스크와 손소독제, 체온계 등 방역 물품 구하기. 보건교사들은 보통 1~2월에 새 학년 필요한 방역 물품을 구매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에 따른 방역 물품 품귀 현상으로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체에 일일이 확인 전화를 하고 ‘하늘의 별 따기’나 다름없어진 마스크 확보를 위해서는 편의점과 약국 등을 돌기도 한다.

    경기 소재의 초등학교에서 일하는 김모(57) 보건교사는 “작년 연말 미리 마스크를 사둔 교사들도 독감 유행으로 봄학기에 수량을 일정 부분 소진해 새로 제품을 구해야 하는 처지”라고 토로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관리자들이 기간을 정해두고 “무조건 물량을 확보하라”고 지시해 보건교사들이 이 지역, 저 지역 마스크를 찾아다니는 경우도 있다.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이는 학생들을 위한 ‘일시적 관찰실’을 마련하기 위해서도 노력 중이다. 관찰실에서는 보건소에서 연락이 오거나 부모가 학교에 도찰할 때까지 학생들이 머물게 된다.

    보건교사회 학술이사인 이재정(58) 서울 창덕여중 보건교사는 “보건실에 아프다고 오는 학생들은 대부분 면역력이 약해진 상태”라면서 “더 쉽게 감염병에 전염될 수 있어 보건실 외에 따로 일시적 관찰실을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일이 학교 안을 돌아다니며 의심 증상을 보이는 학생의 이동 동선을 최소화하고 환기가 잘 되며 다른 학생들이 자주 드나들지 않는 공간 세 군데를 마련해뒀다”고 덧붙였다.

    보건교사들은 방역 예방에 필요한 자료 준비에도 만전을 기한다. 코로나19 관련 정보와 예방 수칙을 인쇄해 각 반에 부착할 수 있도록 나눠주고 교사와 학부모 등에게 제공할 교육 자료도 마련한다. 많게는 1000여 명의 학생에 교사, 학부모 등까지 홀로 관리해야 하는 셈이다.

    오는 23일 전국 초·중·고교가 개학을 한다. 이때부터가 ‘전쟁의 시작’이라고 보건교사들은 입을 모은다. 응급처치와 보건수업을 하는 동시에 감염병 예방, 확산까지 도맡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17년차 보건교사 김모씨는 “과거에도 감염병이 돌면 운동장이나 교실에서 뛰고 열이 난다며 찾아오는 학생들이 있었다”며 “이번에도 체온이 37.5도를 넘기고 기침 등을 하면 조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악용하는 학생들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했다. 빗발치는 부모들의 문의 전화도 예상하고 있다.

    차미향 한국보건교사회장은 “보건 인력은 제한적인데 학교에서는 유일한 의료인인 보건교사에게 전부 의존하는 상황”이라면서 “코로나19로 국가적 위기상황인 만큼 학교에 계신 분들이 ‘모두 같이’ 방역에 힘써야 한다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의 건강 보호를 위해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보건교사 인력을 확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