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 중심 전문대학 “온라인 수업 못해”… 주말·방학 보강 고민
오푸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20.03.05 09:38

-코로나19 여파에… 대학별 비대면 수업 대책 논의 중
-“원격수업 갖출 기회 있었지만, 지원 부족으로 시기 놓쳐”

  •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개강 이후 당분간 온라인 수업을 시행하라는 교육부의 방침에 전문대학이 ‘울상’을 짓고 있다. 실무 중심 수업을 운영하는 전문대학의 특성상 온라인 수업 진행에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문대학은 일반 대학보다 규모가 작은 경우가 많아 온라인 수업에 필요한 행·재정적 기반을 갖추기가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대다수 전문대학은 궁여지책으로 개강 이후 주말이나 방학을 이용한 보충강의를 고심하고 있다.

    앞서 지난 2일 교육부는 ‘2020학년도 1학기 대학 학사 운영 권고안’을 통해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될 때까지 등교가 필요한 집합수업은 하지 않고, 원격수업과 과제물 활용 수업 등 재택수업을 실시할 것을 권고한다”며 “구체적인 방식은 각 대학의 여건에 맞게 교원과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한다”고 밝혔다.

    경인여대는 오는 16일 개강 이후 2주간 실시하는 모든 수업을 온라인 학습지원 시스템인 LMS 시스템을 통해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한다. 이론뿐만 아니라 실험·실습을 포함한 수업을 운영할 계획이다. 인천재능대는 학과별 멘토링 교수를 지정해 신입생과 전화로 일대일 멘토링과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한다. 교수와 강사들은 비대면 수업을 위해 직접 개발한 온라인 콘텐츠나 K-MOOC, KOCW, 한국직업방송 등을 활용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온라인 수업을 실시하는 전문대학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교육 현장에서는 개강 이후 온라인 수업으로 기존 수업을 대체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교협) 관계자는 “전국 전문대학 중에서 제대로 된 온라인 수업을 운영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곳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다”며 “실제로 대학별 공시 자료를 보더라도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되는 강의는 일부 교양과목이 전부고, 2~3학년 전공과목은 온라인에선 거의 손도 못 댈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지난 2일 교육부 발표 이후 각 대학은 비대면 수업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당장 비대면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교수들은 온라인 수업 대신 전화 멘토링이나 과제물 대체 수업, 주말·방학 보강을 주요 대안으로 제시했다. 특히 직업교육의 핵심인 실무, 실습수업 등은 보강이 유일한 대응책이다.

    수도권의 한 전문대학에서 공학계열을 가르치는 A 교수는 “기존 재학생 대상으로는 장비를 시연하는 모습을 짧은 영상으로 찍어 유튜브에 올려 학생이 이를 학습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면서도 “신입생의 경우엔 온라인을 통해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 아직도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실습이 필요한 교과목이 많기 때문에 보강이 사실상 가장 중요한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경남 지역에 있는 한 전문대학의 B 교수는 “학교에 온라인 강의를 운영할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아 최소 2주 이상 과제물 대체 수업을 진행하고, 상황에 따라 주말이나 방학 등에 실습을 몰아서 하자는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교육부에서 개별 대학에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모습에 교수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고등직업교육을 위한 원격수업 체계를 갖출 기회가 있었지만, 이를 놓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대교협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전문대학 관계자들이 관련 정책TF(태스크포스)를 통해 온라인 직업교육을 위한 프레임워크(Framework) 개발 지원을 꾸준히 요청해왔지만, 교육부는 모르쇠로 일관해왔다”며 “지금 와서 무턱대고 각 대학이 알아서 40~50명 단위로 원격수업을 진행하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한편, 현재 전국 전문대학 135곳 중 104곳이 개강을 2주 연기했다. 개강을 1주 연기한 대학은 29곳, 3주 연기한 대학은 2곳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전문대학 개강 연기 현황은 향후 코로나19 확진자 추이에 따라 변동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