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학사 홍성수의 “바른 공부”] 지켜지지 않는 계획
기사입력 2020.01.31 13:04
  • 긴 겨울 방학이 시작된 지 1달이 지났다. 큰 포부를 가지고 세웠던 방학 계획이 지금까지 어느 정도 달성되었는지 보면, 이 계획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예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떨까? 잘 마무리될 수 있을까? 아마도 이 질문에 자신 있는 목소리로 ‘당연하지’라고 답할 수 있는 학생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필자의 경험이 그렇고, 필자가 상담했던 학생들의 경우를 돌이켜봐도 그렇다. 그럼 왜 처음 세웠던 계획이 잘 지켜지지 않게 된 것일까?

    학부모님들과 상담을 하면서 많이 듣게 되는 말 중의 하나는 “우리 애는 계획을 안 세워요.’, “계획을 세워서 공부할 줄을 몰라요.”와 같이 학생들의 무계획성을 지적하는 말이다. 또는 “같이 계획을 세워봤는데, 그때 뿐이에요.’, ‘계획을 지킬 줄을 몰라요.”와 같은 말이거나.

    하지만 이런 학생들이 처음부터 계획 없이 공부했던 것은 아니다, 상당수의 학생은 계획을 세우며 공부해 보았던 경험이 있다. 그리고 또 상당수의 학생은 계획을 세워서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거나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왜? 계획을 세우지 않고 공부하게 된 것일까?

    학생들이 계획을 세우는 데는 여러 시기가 있다. 새해가 시작될 때, 새 학기가 시작될 때, 방학이시작 될 때와 같이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게 되는 시기가 그렇다. 또, 시험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았을 때와 같이 결과에 만족하지 못했을 때 등도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시기가 된다.

    이때, 계획을 세우기에는 어려운 것이 없다. 해야 하는 것들이 산더미와 같기 때문에, 적절히 시간 분배만 신경 쓰면 된다. 하지만 ‘이것도 해야 할 것 같고, 저것도 해야 할 것 같은’ 산더미와 같은 일들을 ‘이렇게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저렇게도 할 수도 있을 것 같고’와 같은 막연한 생각에 계획을 세우다 보니, 하루, 이틀은 이를 지킬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갈수록 계획을 지키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계획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는 그냥 ‘아...다음에 열심히 해야지.’, ‘오늘 못 한 것들은 내일 더 하면 되지.’라는 생각 정도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것들이 반복되다 보면 지키지 못한 일들이 눈덩이와 같이 불어나서 계획표를 들여다보기 싫어지게 되기도 한다.

    또, 이와 같은 경험이 반복되다 보면, 계획을 세우는 일 자체가 무의미하게 느껴지게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공부할 때는 틀린 것을 다시 읽어 보고, 써보기도 하고, 다시 풀어보기도 하고, 암기하기도 하면서 다시 그것을 고치기 위한 노력을 한다. 이렇게 공부에 오답 공부가 필요한 것처럼, 계획에도 오답 공부가 필요하다.

    왜 내가 세운 계획을 잘 지키지 못했을까? 낮에는 놀고 너무 늦은 시간에 공부하려고 했던 것일까? 인터넷 강의를 들을 때 멍하니 보고 듣다 보니까 스스로 문제를 풀어보려고 할 때, 시간이 오래 걸려 계획을 지키지 못했던 걸까? 밥 먹고 나서 졸릴 때 암기를 해보려다 보니 잘 안 되었던 걸까? 왜 안 되었던 걸까? 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고 내 습관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이런 과정이 있지 않고서는 다시 새로운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하려고 할 때, 다시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곧 다시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 하는 시기가 온다. 3월 새 학기가 시작되면, 새로운 포부를 가지고 거창한 계획을 다시 세우게 될 것이다. 중간고사에는 90점 이상을 받아야지, 이번에는 수업 시간에 졸지 않고 필기도 열심히 하면서 수업을 들어야지, 쉬는 시간에도 단어장을 보면서 암기해봐야지, 친구들과는 학교에서만 수다를 떨고 집에 가서는 SNS를 하지 말아야지, 다시 또 새로운 계획들을 세우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시기에 나의 겨울방학을 다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내 계획을 지키는 데 있어서 부족한 점이 무엇일지 생각해 보자. 그걸 정리해 두고, 남은 방학 기간의 계획을 그리고 또 새 학기의 계획을 세운다면, 지켜낼 수 있는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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