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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법 시행 뒤 인문학 강사를 중심으로 채용기회를 완전히 상실한 강사가 속출하는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인문학 관련 투자를 늘리고 강사의 고용을 보장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같은 논의는 11일 국회에서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국국공립대인문대학장협의회, 전국사립대인문대학장협의회 주최로 ‘강사법 시행과 교육현장의 변화’ 토론회에서 진행됐다.
강사법은 고등교육법 시행령 등 4개 법안으로, 강사의 지위를 보장하고 처우를 안정화하기 위해 지난 8월 1일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대학가에서는 강사법이 취지와 달리 많은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인문사회 분야는 상황이 심각한 수준이다. 교육부가 지난 8월 발표한 ‘2019년 1학기 대학 강사 고용현황 분석결과’를 학문분야별로 살펴보면, 올해 1학기 강의 기회를 완전히 잃은 4704명 중 1942명이 인문사회분야였다. 예체능(1666명)과 자연과학(633명)이 그 뒤를 이었다. 이강재 서울대 교수(인문학연구원장)은 “강사 문제는 인문대에서 가장 심각하게 체감한다”고 말했다.
강사 사이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시활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경북대분회장는 “강사법이 적용된 이번 학기에 어떤 사람은 강의가 넘쳐서 스무 시간이 넘는 강의를 하고 어떤 사람은 한 시간도 못하고 해고된다”고 했다. 계승범 서강대 교수는 “강사 사회의 양극화 현상으로 강사법을 반대하는 강사들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는 강사법을 보완하기 위한 각종 대안이 제시됐다. 우선 강사법의 타격을 크게 받은 인문사회분야에 연구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교수는 “인문사회분야 연구지원은 정부 R&D 예산의 1.5%에 불과한데, 이를 2.5%(약 5000억) 수준으로 증액할 필요가 있다”며 “민간투자 유인이 부족한 인문사회분야에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투자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강사별 강의 시수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출강 대학 수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분회장은 “교원으로 채용된 강사가 다른 대학에 강의를 무차별적으로 출강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강사들 사이에서 소모적인 경쟁이 일어나는 것을 막자는 취지”라고 했다.
강사 지위를 안정화하기 위해서는 정부 지표가 변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김성택 경북대 교수는 “강사를 교원확보율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대학에서 확보해야 할 교원확보율 산정에 강사가 포함돼야, 대학이 강사 권리와 처우 개선을 위해 자발적으로 노력한다는 이유에서다.
발제와 토론에 참여한 교수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도 내놨다. 이 교수는 “일반인이 강의와 연구용역을 발주할 수 있는 지식산업플랫폼을 구축해 개별 연구자들이 대학 밖에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고 했다. 계 교수는 “국립강사원(가칭) 설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국가에서 강사를 교육공무원으로 채용해 필요한 대학에 파견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축사에서 서유미 교육부 차관은 “강사에게 대학 평생교육원 강의를 지원하는 사업을 마련하는 등 강사의 지위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사법 시행 부작용 속출 … 인문학 교수들 “대안 필요”
- 11일 ‘강사법 시행과 교육현장의 변화’ 토론회
- “인문학 붕괴, 부익부 빈익빈 현상 해결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