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디지털 시대에 시민교육도 달라져야 하는 이유
기사입력 2019.10.01 08:33
  • 올해 UN 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 최고의 스타는 스웨덴의 10대 소녀였습니다. 그의 이름은 그레타 툰베리. 그녀는 '기후 변화를 위한 학교 파업'을 1년여 전에 시작했습니다. 미래에 필수적인 변화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환경운동은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로 퍼졌습니다. 그런 그녀가 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 각 국 정상에게 기후 대책을 요구하는 연설을 했습니다. 10대 소녀가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는 기후 운동가가 된 겁니다.

    이런 일은 비단 해외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닙니다. 아이돌 그룹의 멤버 RM이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자신을 사랑하라'는 연설 또한 전 세계적인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 뿐만 아닙니다. 일반인 또한 '청와대 청원'부터 '트위터 해시태그 리트윗 운동'까지, 실로 다양한 방식으로 정치에 참여 중입니다. 정치적인 이슈가 많지만, 그 외에도 법 제정, 정책 고민을 요구하는 방식의 청원 또한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아이돌 팬덤은 그 정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방탄소년단 팬덤, 통칭 '아미(Army)'는 방탄소년단의 소식을 전 세계 언어로 번역해 퍼트립니다. 독도 이슈 등 부정적인 이슈가 터질 때는 초보적인 씽크탱크를 만들어 서방 언론에 이메일, 투고, SNS 댓글 등을 통해 방탄소년단의 입장을 홍보하기까지 하죠. 웬만한 국가기관 못지않게 적극적으로 정치 활동에 참여하는 셈입니다.

    한 고등학교 선생님은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일환으로 '청와대 청원'을 교육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학생은 물론, 학부모까지 반발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이런 걸 왜 배워야 하느냐. 이게 무슨 소용이냐.'라는 취지였다고 합니다.

    왜 디지털 시민운동을 배워야 할까요? 시대가 바뀌며 시민의 정치 참여가 점차 활발해졌습니다. 나아가 정치에 핵심이 돼버린 듯한 느낌도 듭니다.

    그게 어떤 방식이든, 정치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은 정치에서 과소 대표되게 될 겁니다. 거꾸로 정치에 적극 참여하는 계층은 점차 정치에서 많이 대표되게 되겠죠. 자연스럽게 사회에서도 불평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혹자는 이런 시민 참여형 정치를 '민주주의의 위기'라 말할지도 모릅니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투표에서는 모든 이가 똑같이 1표를 지닙니다. 정치에 관심이 많든 적든,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든 적게 참여하든, 돈이 많든 적든, 일단 투표를 하기로 선택하면 평등하게 1표가 되죠.

    시민 참여형 정치에서는 다릅니다. 적극적일수록, 서로 더 연대할수록, 더 많은 관심을 얻는 방법을 알수록 더 크게 대표할 수 있습니다. 이는 희망이기도 하지만 저주이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이런 식으로 정치가 바뀌는 게 좋지 않다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저는 뉴미디어 시대 시민의 정치 참여가 더 좋은지 나쁜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건 저보다 더 정치에 고민해보셨던 분들의 고견을 들어봐야겠지요.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좋든 나쁘든, 미래 아이들이 살아갈 사회는 이미 모든 시민이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이를 마케팅적으로 알리기 위해 애쓰는 곳이라는 겁니다.

    이런 방식의 정치가 좋을 수도 있습니다. 혹은 싫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좋든 싫든 이 새로운 사회에 적응하려면 이런 종류의 시민 참여형 정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먹고 사는 일과 아무 관계도 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한 명의 시민으로 미래 사회에서 사는 데 가장 중요한 능력일지도 모릅니다. 다양한 시민 정치 참여 플랫폼에 교육적 관심을 가져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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