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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작은 거짓말은 강사와 학부모 간의 신뢰를 깨는 치명적인 도구다. 학부모는 이를 잘 분별할 수 있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크다.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신뢰가 깨지기 시작하면 학습 효율은 떨어지고 학원에 대한 만족도는 급강하한다. 바로잡지 못했을 경우 소중한 시간과 재화는 무의미하게 낭비된다.
실제로 학원 성적이 떨어진 학생들은 기상천외한 거짓말을 아주 쉽게 한다. 수업 시간에 질문을 안 받아준다거나 배우지 않은 것을 시험에 낸다는 식의 거짓말은 초보적인 수준이다. 시험 시간을 너무 짧게 준다는 둥, 선생님이 잘못 가르쳤다는 둥 듣고 있다 보면 놀랍기 그지없다.
특히 학생과 강사 간 직접 상호관계가 없는 대형 강의에서 쉽게 거짓말을 한다. 개인 상담이 어려우니까 맘 놓고 던지는 것이다. 조금 가기 싫은 수업은 별 도움이 안 된다고 말하기 일쑤다. 가끔 학원에 나오게 되면 몰래 PC방으로 가는 학생들도 처음엔 다 이런 가벼운 거짓말로 시작했다.
당연히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이다. 학부모들이 가장 지양하고 싶어 하는 상태다. 하지만 이를 위한 노력은 크게 기울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보가 부족하거나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지 않거나. 감히 말하건대 이러면 안 된다. 학원에 만만치 않은 비용을 투자했으니 그만큼 관리를 꼼꼼하게 해야 한다.
딱히 어려운 말이 아니다. 그저 학생을 강사가 잘 파악하고 있는지, 그래서 만에 하나 학생이 거짓말을 해도 강사를 믿고 학생을 올바른 길로 지도할 수 있는지 따져보면 된다. 실제로도 학원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잘 이용한 학부모들은 강사와 학생, 강사와 학부모 사이의 건강한 긴장을 느슨하게 하지 않는다.
이왕이면 긍정적인 예가 좋지 않을까. 다른 학원에서 공부하다가 온 한 학생이 떠오른다. 대단히 명석한 두뇌를 갖고 있어서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영재고에 합격한 학생이었다. 그런데 연습을 안 하는 것이 문제였다. 왜냐하면 연습을 시키지는 못하는 학생이었기 때문이다. 특목고 대상 학원에 있다 보면 이런 학생들이 종종 있다. 비상한 머리를 갖고 있는데 연습은 지지리도 싫어하는. 그런데 이미 너무 아는 것이 많고 머리도 좋기 때문에 강제로 뭔가 시킬 수가 없다. 억지로 시키면 오히려 학습 의욕만 사라진다.
마침 바로 이 학생 어머님과 상담 전화를 하게 되었다. 뭔가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 것 같은데 왜 얘기가 핵심으로 안 가고 빙빙 돌까. 그래서 느끼는 바를 솔직히 말씀드렸다. 이 학생은 연습을 싫어한다. 그리고 죄송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연습을 시킬 수가 없다. 소리 높이고 잔소리해서 연습시킬 수 있는 학생이 아니다.
그제야 부모님은 갑자기 이런저런 얘기를 풀어 놓으셨다. 사실은 이전 학원에서도 그것 때문에 마찰이 있었다는 것이다. 연습만 하면 엄청나게 클 학생 같아서 부모님과 강사가 합의하에 아이에게 크게 잔소리를 했다고. 물론 부작용만 엄청 컸다고 한다.
사실 학부모 입장에선 자녀의 치부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이전 학원에서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은 부분이니까. 그런데도 이 부모님은 공개했다. 왜 그랬을까? 사실 그 순간 살짝 느낌이 왔다. 강사도 학생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학부모의 고집 같은 것. 약간 거창하게 말하면 철학이랄까?
이런 관점에서 보면 상담이 이루어진 그 순간은 작은 테스트였다. 강사가 학생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부모님이 내리는 작은 테스트. 이미 알고 있는 자녀의 모습을 이 새로운 학원 강사가 제대로 알고 있는지. 이처럼 꼼꼼한 학부모들은 기회가 될 때마다 강사가 학생을 제대로 체크하는지 파악한다. 아이들은 학원과 가정에서 매번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각 학원마다도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학부모는 아이와 강사 간 관계를 조망하고 천착하고 가끔은 테스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강사와 학부모 간의 신뢰가 생기면 학생에게 최선의 학습 환경이 형성된다.
특히 학생이 어릴수록 주의해야 한다. 중학생만 해도 부모님과 강사가 하는 얘기가 절대적일 때가 많으니까. 너무 피곤하고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마치 돌도 안 지난 아이 이유식 재료 고르는 것과 같다면 같다. 아이들은 막 사춘기가 지났고 학업으로 따지면 신생아와 다를 것이 없다. 내 아이 학원을 고를 때도 똑같이 해야 한다. 그렇게 신중하게 까다롭게 관리하면 성과도 그만큼 따라올 것이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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