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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상산고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운영성과(재지정) 평가에서 79.61점을 받아 지정 취소 위기에 몰렸다. 상산고가 소재한 전라북도교육청(전북도교육청)의 이번 재지정 평가 기준 점수는 80점이다.
20일 김승환 전북도교육청 교육감은 “상산고가 재지정 평가결과 기준 점수에 미달해 일반고로 전환된다”고 밝혔다. 전북도교육청은 19일 ‘전라북도 자율학교 등 지정·운영위원회’(위원회)를 열고 상산고와 또 다른 전북 지역 자사고인 군산중앙고 심의를 진행했다. 위원회는 두 학교 모두 자사고 지정 목적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해 자사고 지정 취소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앞서 전북도교육청은 4월 4일~5일 이틀간 상산고 서면 평가와 15일 현장평가를 실시했다. 지난달 17일에는 학교 만족도 온라인 설문조사를 완료했다. 31개 지표를 평가한 결과 79.61점으로 기준 점수에 미달했다.
전북도교육청은 이후 상산고에 대한 청문을 내달 초 실시하고, 중순께 교육부장관 동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교육부장관이 자사고 지정 취소에 동의하면, 8월까지 고입전형기본계획을 수정한 뒤 9월 중순부터 2020학년도 일반고 전형요강을 공고한다.
자사고 관계자들은 이번 평가 결과를 두고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서울 한 자사고 교장은 “다른 지역보다 높은 기준 점수에도 불구하고 만점에 가까운 성적을 냈는데 끝내 지정 취소된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다른 지역 자사고는 이보다 더 낮은 점수를 받고도 유지한다면 평가 자체가 합리적이지 못하단 방증”이라고 비난했다.
최종 판단을 내려야 하는 교육부도 곤혹스런 입장이다. 다른 시·도 교육청의 재지정 평가 기준 점수가 70점이기 때문이다. 홀로 높은 기준 점수를 유지한 전북도교육청의 평가를 만점에 가깝게 통과한 상산고가 지정 취소된다면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반면 기준 점수를 통과하지 못했는데 지정 취소 처분을 내리지 않는다면 재지정 평가의 당위성이 훼손된다.
◇ 15개 만점 받고도 사회통합전형서 점수 깎여
상산고는 이번 평가에서 31개 지표 중 15개에서 만점을 받았다. ▲학생 전출 및 중도 이탈 비율 ▲다양한 선택과목 편성·운영 ▲기초교과 편성 비율 ▲법인 전입금 전출계획 이행 여부 ▲학생 1인당 평균 장학금 등이다.
기준 점수 미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감사 등 지적 및 규정 위반 사례와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이다. 상산고는 최근 감사 결과에 따라 이번 평가에서 5점을 감점 받았고,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지표(4점)에서 1.6점을 받았다.
이 가운데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지표는 논란이 예상된다. 자립형사립고로 출범해 자사고로 전환한 상산고는 법적으로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지난 1월 총정원의 10%를 선발해야 만점을 받는 지표를 만들었다. 지난 2013년 일반고 교육역량강화방안을 하달하면서 자립형사립고도 사회통합전형 의무 선발 비율을 10%까지 확대 권고한 것을 근거로 삼았다.
일부 교육청은 애초에 선발 의무가 없다는 점을 감안해 이 지표를 정량평가에서 정성평가로 전환했다. 민족사관고, 현대청운고, 포항제철고, 광양제철고 등을 둔 강원, 울산, 경북, 전북교육청 등이다. 그러나 전북도교육청은 이 지표를 정량평가로 유지했다.
앞으로 진행될 청문절차에서도 이 지점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상산고 측은 평가에 앞서 기준 점수를 기존 60점에서 80점으로 크게 높인 점, 선발 의무가 없는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을 정량평가로 진행해 기준 점수 미달에 영향을 준 점 등을 적극 해명하겠다는 입장이다.
0.39점 미달 상산고, 자사고 지정 취소 몰려
-법인 전입금 등 31개 지표 중 15개 만점
-사회통합전형·감사 지적 감점 당락에 영향
-자사고 측 “기준 점수 다른 평가 용인 못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