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초등학교 3학년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 김다정(가명·40)씨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반톡에서 나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여져서다. 3월 말 학부모 총회가 끝나고 개설된 반톡에는 20여 명의 엄마가 참여하고 있다. 반톡은 학부모 모임 일정, 학급 운영방침 등을 이야기하려는 취지로 만들어졌지만 어느 새 친목 도모의 장으로 변질됐다. 김씨는 “회사 일로 바빠 잠시라도 확인을 못 하면 메시지가 수십개씩 쌓여 있다”며 “채팅에서 나가는 편이 낫겠다 싶다가도 아이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까 봐 참게 된다”고 토로했다.
새 학기 학부모 총회 이후 개설된 반톡으로 고민하는 엄마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반톡은 담임교사를 제외하고 반 학생 또는 학부모들이 단체로 초대된 모바일 메신저 대화방이다. 보통 반 대표 엄마가 자녀를 통해 다른 아이의 학부모 연락처를 받아 그룹채팅방을 열게 된다.
반톡의 본래 목적은 정보 공유지만 종종 일상적인 대화까지 오간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둔 최성희(가명·42)씨는 “애들, 남편 자랑을 하거나 주말에 가족과 나들이 간 얘기까지도 올리는 엄마들이 있다”며 “때로는 일부 학부모들이 담임의 수업 방식을 비꼬면서 다른 엄마들에게 교사에 대한 선입견을 갖게 만든다”고 했다. 최씨는 메시지 알림을 꺼놨지만 안 읽은 메시지가 쌓일 때마다 신경 쓰인다고도 덧붙였다.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정다름(가명·40)씨는 “단톡방에서 계속 모임 일정을 잡는데, 참석하기 어려운 워킹맘들은 채팅 창을 보며 소외감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사람과 어울리기를 좋아하지 않는 전업주부들도 같은 문제로 고민한다. 특히 나서길 좋아하는 엄마가 그룹에 껴 있으면 다른 사람도 본인처럼 적극적으로 행동하길 원해 피곤해진다. ‘그래도 언젠가 도움받을 일이 있겠지’ 싶어 채팅 창을 나가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우울해 보이는데 이유를 말해주지 않으면 반톡을 통해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낼 수 있다.
초등학교 3학년 아이를 키우는 정영은(40)씨는 “1학년 때는 달마다 생일 자인 아이들을 모아 함께 생일파티를 여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채팅 창을 나오면 이런 행사에 자녀가 참여하지 못해 소외될 수도 있다. 같은 학교에 다니다 보면 언젠가 또 볼 엄마들이라 관계를 좋게 유지하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설령 용기를 내 채팅 창을 빠져나가도 문제다. ‘저 엄마는 왜 나갔느냐’를 시작해 단톡방에 남은 엄마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된다.
학부모들은 단톡방이 정보 공유라는 목적에만 충실하면 문제 될 게 없다고 입을 모은다. 초등학교 6학년, 고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김윤정(44)씨는 “올해 개설된 둘째 아이네 반톡은 정말 중요한 일을 전달할 때만 엄마들이 채팅 창에 글을 올린다”면서 “행사에 매번 참여하기 어려운 워킹맘들은 반톡으로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자세히 알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초등학교 4학년 자녀를 키우는 강효정(37)씨는 “자녀가 외국에서 오래 살다 왔거나 다른 특수한 이유로 학교생활에 서툴 때 단톡방에 양해를 구할 수도 있다”며 “같은 반 학부모들이 이 점을 알고 있으면 자녀에게 전달해 해당 학생을 이해하고 배려하도록 이끌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NOW]학부모 총회 후 울리는 ‘반톡’… “나가도 될까요?”
-반톡서 학급 정보 외에 일상적인 대화 이뤄지기도
-채팅 창 나가고 싶어도…아이한테 피해 갈까 걱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