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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과정에서 출신학교를 공개하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을 사기업에서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3일 국회에서 이상민,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교육을바꾸는새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주최로 열린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 토론회'에서다. 이 같은 내용으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제안한 법안은 국회에서 이 의원(법사위원장)이 발의할 예정이다.
블라인드 채용은 입사지원서에 학력을 비롯해 출신 지역, 신체조건, 사진을 공개하지 않는 방식이다. 공공기관과 공기업에서 2017년도 하반기부터 차별 없이 실력에 따라 공정하게 경쟁한다는 취지에서 실시하고 있다. 민간기업에는 권장 사항일 뿐 시행해야 할 의무는 없다.
학벌 차별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블라인드 채용을 사기업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송인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민간 영역까지 블라인드 채용이 확대되는 법률이 제정돼야 한다"며 "취업자 수의 9%만 공공부문에 해당해 정책 취지를 펼치는 데 한계가 있으며, 블라인드 채용은 현재 법률이 아닌 정책이라 정권이 바뀌면 폐지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지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학부모는 막대한 사교육비를 지출하며, 대학생들도 학벌 차별 없이 뽑는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느라 시간을 소모하고 있다"며 "학벌 중심의 채용문화가 완화되면 파생되는 사회적인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영식 좋은교사운동 대표는 "교육 변화 시도가 좌절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출신대학에 따라 사회적 계층이 결정되는 구조 때문"이라며 "(블라인드 채용 전면 시행으로) 우리 사회에서 대입 경쟁이 완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블라인드 채용을 전면 시행하기 위해서는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고용상 출신학교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안'을 이 자리에서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기업에서는 근로자를 채용할 때 출신학교를 요구해서는 안되고, 학력별로 직급을 달리해 모집할 수 없다. 또한 고용노동부는 출신학교 차별에 대한 실태조사를 매년 해야 한다.
토론회를 주최한 이 의원은 "관련 법안을 환경노동위원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관련 법안으로는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학력·출신학교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안'이 있다. 강길부 바른미래당 의원,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 심상정 정의당 의원을 비롯한 야당 의원도 유사한 법안을 내놨다.
이와 관해 정부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배영일 노동부 공정채용기반과장은 “학벌주의 문제를 해결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법안·정책적 노력·사회 문화 캠페인 중 어떤 방법을 택할지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덕난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학벌주의 문제 중 입법으로 해결할 부분과 다른 방법으로 해결할 부분을 검토해야 한다”며 “또한 제시된 법안에서 벌칙이 징역형·벌금형으로 과도해 보이는 반면, 벌칙을 판단하기 위한 기준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블라인드 채용이 학벌주의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느냐는 물음이 나온다. 나명주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회장은 “여전히 다른 수단을 동원해 차별적으로 선발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기업, 블라인드 채용 의무토록 법제화해야"
- 23일 국회에서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 토론회' 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