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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와 대학교는 모두 교육의 장이지만 학생이 느끼는 선택과 책임의 차이는 매우 크다. 고등학교에서는 시간표대로 동일한 수업을 듣고 학교에서 제시하는 과외 활동을 잘 수행하면 좋은 평가를 받는다. 대학교에서는 자신이 공부할 과목을 선택하고 스터디 그룹을 조직하거나 교내외를 아우르는 과외 활동을 찾아서 적극적으로 학습한다. 학습량과 학문의 수준이 고등학교 때보다 훨씬 높아지기 때문에 대학교에서는 학업역량이 우수한 학생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학생부종합전형의 주요 평가 요소 중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언급되는 내용은 학업역량인 경우가 많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 파악 가능한 학업역량은 고등학생일 때의 평가이므로 앞서 설명한대로 학문의 질적, 양적 수준이 높아지면 학업역량은 현저히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므로 보다 높은 수준의 학문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학업역량보다는 발전가능성에 대한 평가를 더 우선시해야 할 것이다.
건국대 등 6개 대학에서 발표한 ‘학생부종합전형 공통 평가요소 및 평가항목’에 따르면 ‘발전가능성’이란 ‘현재의 상황이나 수준보다 질적으로 더 높은 단계로 향상될 가능성’으로 정의되어 있다. 이 발표 내용에 의하면 발전가능성은 ’자기주도성’, ‘경험의 다양성’, ‘리더십’, ‘창의적 문제 해결력’이라는 4개 항목을 통해 평가된다.
자기주도성은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적절한 전략을 선택하여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성향’으로서 ‘교내 다양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수행하였는가’, ‘새로운 과제를 주도적으로 만들고 성과를 만들어 냈는가’, ‘기존에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스스로 외연을 확장하려고 노력하였는가’의 세부적인 평가 영역으로 나뉜다.
경험의 다양성은 ‘학교교육의 다양한 영역에서 직접 겪거나 활동하면서 얻는 성장과정 및 결과’로서 ‘창의적 체험활동’, ‘독서활동’, ‘예체능 등의 영역에서의 적극적이고 성실한 참여’, ‘자신의 목표를 위해 도전한 경험을 통해 성취한 적이 있는지’ 등을 포괄적으로 평가하는데 중요한 것은 단순히 폭넓은 경험만이 아니라 이를 통해 성취한 경험도 평가에 반영된다.
리더십은 ‘공동체의 목표 달성을 위해 구성원의 화합과 단결을 이끌어가는 역량’으로서 ‘학생회, 동아리 등에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가’, ‘구성원의 화합과 단결을 이끌어 가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 경험이 있는가’, ‘공동체 목표를 위해 계획하고 실행을 주도한 경험이 있는가’와 같은 세부적인 평가 항목으로 구분된다.
창의적 문제 해결력은 ‘창의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으로서 ‘교과 활동 과정에 드러나는 창의적인 발상’과 ‘교내 다양한 활동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기울인 적극적인 노력과 성과’, ‘주어진 교육환경을 극복하거나 충분히 활용한 경험’과 같은 3가지 내용을 평가한다.
이와 같이 발전가능성은 그 특성상 ‘학업역량’부터 ‘인성’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개념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서울 일부 대학이 발전가능성을 평가할 때 어떤 내용을 더욱 중점적으로 평가할까? 대학에서 발표하거나 언급한 내용을 중심으로 ‘발전가능성’의 주요 평가 항목을 다음과 같이 임의로 분류했다(단, 경희대·연세대·중앙대·한국외대의 경우 공통연구결과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아래 표에서는 제외하였다). -
이상의 결과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대학에서 ‘경험의 다양성’과 ‘창의적 문제해결력’을 중요하게 평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대, 한국외대 등은 경험의 다양성 중에서도 ‘도전’이라는 측면을 상당히 중요하게 평가하고, 서강대, 한양대 등은 ‘주어진 환경 속에서 보여준 학생의 노력’을 중요하게 평가함을 알 수 있다.
물론, 모든 대학에서 위와 같은 4개 요소를 모두 적용하여 지원자를 평가하겠으나 대학에서 발표한 자료 등을 통해 그 중에서도 주요하게 보는 항목이 해당 내용이 아닌가 가늠해 볼 수 있다.
수험생들이 많이 하는 질문 중의 하나는 ‘선택’에 따른 ‘결과’의 유불리 여부이다. 즉, ‘학생 수가 적어서 또는 어려운 과목을 선택해서 내신 성적이 불리할 때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유리한가?’와 같은 내용이다. 다음의 사례를 통해 이에 대한 답변을 살펴보도록 하자.A, B 두 학생이 재학하고 있는 학교에서는 1년에 10권의 책을 읽으면 표창을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A학생은 주요 교과 성적 1.5, 전교과 성적 1.9이며 독서활동이 1학년 10권, 2학년 10권인 반면 B학생은 전 교과 및 주요 교과 성적은 2.4이지만 독서활동은 1학년 15권, 2학년 20권이다. 이 때, 두 학생 중 어떤 학생이 더 ‘발전가능성’이 있는 학생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물론 A학생은 우수한 학생이다. 하지만 주요과목이 ‘중요’하기 때문에 주요과목을 중심으로 공부하고, 독서활동 역시 10권만 읽으면 되기 때문에 10권의 독서 외의 활동은 ‘불필요한 시간과 노력’이라고 생각하는 학생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반면 B학생은 학교생활기록부를 통해 기준과 상관없이 본인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활동을 우직하게 하는 학생이며, 다른 학생들이나 선생님들로부터 성실하고 믿을 수 있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학에서는 어떤 학생의 발전가능성을 더욱 높게 평가할까? A학생은 학생부종합전형이 아닌 학생부교과전형으로 지원한다면 보다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지원한다면 발전가능성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는 어렵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선택을 한다. 그 선택에 따라 성공을 하기도 하고 실패를 하기도 하지만 어떤 이는 모든 결과를 성공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그 사람은 순간의 실패로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본인을 성장시킬 수 있는 계기로 삼으며 더욱 노력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라면 대학뿐만 아니라 사회 어디에서나 필요로 하는 사람이 아닐까? 어쩌면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것은 그저 대학 입시의 결과가 아니라 그 이후의 삶까지 고려한 삶의 태도가 아닐까? 입시도 결국은 ‘교육’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을 것이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진학사 김무섭의 학종 Light] 대학별 서류 평가요소를 파악하라 2. 발전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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