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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공과대학교(포스텍)과 연세대학교가 국내 최초로 블록체인 캠퍼스를 구축한다. 포스텍은 이미 1일부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지식콘텐츠 생산·공유 시스템 ‘엔그램’과 투표·설문 시스템 ‘보팅’을 선뵀다. 연세대는 2학기부터 지식콘텐츠 생산·공유 시스템인 ‘백팩’과 전자출석부를 도입할 계획이다.
두 대학이 모두 시도하는 지식콘텐츠 생산·공유 시스템은 학생이 직접 학교생활 등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생산하면 학생들이 이를 평가하는 구조다. 포스텍의 엔그램은 매달 학생에게 일정량의 ‘토큰’을 지급하고, 학생은 토큰을 이용해 다른 학생이 생산한 지식콘텐츠에 ‘추천’을 할 수 있다. 추천이 쌓이면 해당 콘텐츠를 생산한 학생은 토큰을 다시 ‘뉴런’이란 암호화폐로 바꾸는 방식이다. 뉴런은 학내에서 밥을 먹거나 학용품을 구매하는 데 쓸 수 있다. 연세대는 이와 달리 학생의 추천에 따라 장학금을 부여한다. 학생의 추천을 많이 받은 지식콘텐츠를 생산한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구조다. 장학금 수여 과정에 블록체인 기술을 입혀 투명성을 강조했다.
두 대학이 구축한 블록체인 캠퍼스는 우선 교육적인 목적이 강하다. 블록체인 기술이 암호화폐 투기열풍으로 부정적인 인식이 커짐에 따라 이를 걷어내고, 블록체인 기술을 학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콘셉트다.
연세대 역시 향후 학생들이 블록체인 기술에 뛰어들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용학 연세대 총장은 앞서 “블록체인 기술은 큰 기반장치나 투자가 없어도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사업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는 매력이 있어 빅데이터 등과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에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캠퍼스 구축은 점차 활기를 띄고 있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는 학위 인증 서비스를 블록체인으로 구축했다. 개인정보를 갖고 있는 대학을 거치지 않고 블록체인 캠퍼스를 통해 곧바로 다른 기관에서 별도의 비용 없이 학위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다.
◇ 학생 초기 반응은 엇갈려 유사 서비스 존재
그렇지만 사업 초기다보니 아직 학생들의 호응은 많지 않다. 교정에서 만난 연세대 학생들은 대부분 블록체인 캠퍼스에 대해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소식을 접한 학생들의 의견도 엇갈렸다. 이 대학 2학년에 재학 중인 한 학생(20)은 “듣지 못했다”며 “다른 학생 커뮤니티가 활발한 데 굳이 학교게시판에 글을 올릴 이유가 있을까 싶다”며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또 3학년 학생(22)은 “장학금 경쟁이 치열한데 다른 학생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소액이라도 장학금을 받을 수 있으니 시도는 해볼만 하다”고 평가했다. 이 학생은 이어 “다만 일부 학생들이 콘텐츠 생산을 독점하고 결과적으로 장학금을 매번 받게 되면 참여가 줄 수 있어 보완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미 엔그램 서비스를 시작한 포스텍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포스텍 한 학생은 “엔그램을 사용하는 학생들이 일부 있지만 아직 많은 관심을 끌진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지식콘텐츠를 기반으로 코인을 거래하는 블록체인 스타트업 한 곳과 유사한 서비스인데 해당 스타트업도 경영이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 학생 참여 가능하지만 안정성 위해 ‘폐쇄형’ 구축
두 대학은 앞서 지난해 공유캠퍼스를 선언한만큼 이런 서비스가 정착되면 다른 대학으로도 전파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지식콘텐츠를 생산·공유하는 서비스를 제외한 포스텍의 설문·투표 서비스 ‘보팅’과 연세대의 전자출결서비스 ‘전자출석부’는 이미 다른 대학에도 공유할만큼 완성단계다.
두 대학은 또 앞으로 학생이 블록체인 캠퍼스에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거나 서비스를 제안하는 것도 최대한 수용할 계획이다. 이영하 연세대 기획처장은 “블록체인 캠퍼스 기술을 오픈소스로 구축한 것도 다른 참여를 더 활발히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이 처장은 “연세대의 블록체인 캠퍼스는 블록체인 기술을 실제 금융거래에 활용하는 첫 사례”라며 “향후 몇 년 내 도래할 블록체인 기술의 사회도입에 앞서 연세대가 테스트베드로 이를 실험하고 이에 대한 성과를 모든 대학에 공유하겠다는 계획”이라고 전했다.
포스텍 관계자는 “블록체인을 강의로 가르치려면 충분히 할 수 있지만 학생이 몸소 체험하면서 블록체인 기술의 가능성을 체득하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다만 블록체인 캠퍼스 자체의 안정성을 위한 선별과정은 거칠 전망이다. 두 대학은 모두 블록체인 캠퍼스를 ‘폐쇄형’으로 구축했다. 블록체인 기술은 참여자들이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해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망에 자유롭게 탑재하는 ‘개방형’과 탑재 시 일정한 개발과정을 더 거쳐야 하는 ‘폐쇄형’으로 나뉜다. 많은 개인정보를 갖고 있고 또 처음 시도하는 것인 만큼 두 대학은 모두 이번 블록체인 캠퍼스를 대학본부가 관리하는 ‘폐쇄형’으로 구축했다.
[NOW] 블록체인 캠퍼스, 대학은 ‘확신’ 학생은 ‘물음표’
-포스텍 ‘엔그램·보팅 연세대 ‘백팩·전자출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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