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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3월 1일
내가 어린이조선일보 독자들과 처음 만난 날이야. 3·1절인 만큼 태극기를 흔들고 만세를 부르며 등장했지. '방송국 카메라가 날 찍어주지 않을까?' 하고 잔뜩 기대하면서 말이야. 이때부터 엉뚱함 하나는 알아줬지? 킥킥!
내가 처음 등장할 때 신문의 제호는 '소년조선일보'였어. 나와 생일이 같은 친구들은 벌써 나이가 서른 다 된 어른이겠지? 난 예나 지금이나 초등학생인데 말이야! 나는 오늘(1일)까지 총 8556번 신문에 등장했어. 서울 광화문의 조선일보 정보자료실에서 먼지가 뽀얗게 쌓인 1화〈사진〉를 찾아보니 뭉클하더라. 왠지 지금보다 젊었던 것 같아! -
3만4224시간
뚱딴지라는 캐릭터를 만든 분은 김우영(80) 작가야. 나의 또 다른 아빠인 셈이지. 김 작가가 지금까지 뚱딴지 만화를 그리는 데 들인 시간은…잠깐만 기다려 봐. 네 컷 만화 한 회를 그리는 데 평균 4시간이 걸리거든. 지금까지 총 8556화를 그렸으니까…. 계산하면 3만4224시간이 맞지? 날짜로 계산하면 1426일이야. 와, 나 똑똑했어!
김 작가가 나를 그릴 땐 얼마나 집중을 하시는지, 작업실에 누군가 들어왔다 나간 것도 모르실 정도야. 심지어 자면서 꿈을 꾸다 아이디어가 떠오른 날도 있었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부랴부랴 메모를 해놓고 다시 잠드셨다니까. -
38만 부
어린이조선일보 독자들이 많이 사랑해준 덕분에 나는 출판계로도 진출했어. 책으로 발간된 거야. 가장 유명한 책은 1993년 발행된 ‘뚱딴지 만화일기’<사진>야. 신문에 연재된 만화 가운데 재밌는 걸 추려서 일기 형식으로 만든 책이지. 38만 권이나 팔렸어. 아마 독자들 부모님 중에 이 책을 모르는 분은 많지 않을걸? 이 밖에도 ‘뚱딴지명심보감’ ‘뚱딴지삼국지’ ‘명탐정 뚱딴지’ ‘뚱딴지 만화 영어일기’ 등 다양한 책을 통해 어린이 친구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 너희가 보기에 내가 늘 놀 궁리만 하는 것 같지? 이래 봬도 나 정말 바쁘게 살았다고! -
61년
김 작가는 17살이던 1956년 첫 작품 ‘물레방아’를 펴냈어.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지 올해로 61년 된 거야. 김 작가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만화를 그렸어. 반 친구들이 재밌다며 만화를 모두 돌려볼 정도였대. 그런데 가정 형편이 좋지 못해 중학교 2학년 때 학교를 그만뒀어. 이후 만화 그리기에 전념했고, 1년 반 만에 물레방아를 펴낸 거야. 그 뒤로 ‘서름길 구만리’ ‘백제의 별’ ‘달리의 방학 기행’ 등을 그려 수많은 만화 속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었어. 대단하지? 참, 김 작가가 여러분에게 마지막으로 이 말은 꼭 전하고 싶다셔.
오늘은 우리 작별의 날이야 엉뚱하지만 착한 '뚱딴지' 기억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