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훈의 학습 원포인트 레슨] 오래 앉아 있는 것이 공부를 많이 하는 것은 아니다.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9.03.29 09:03
  • 통상 공부의 동기부여를 위해서 많은 시간 공부를 마음먹고 도전하기를 권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단발성으로 한번쯤 그런 노력을 하는 것은 여러모로 쓸모가 있다. 그러나 그걸 지속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 학창 시절의 공부뿐만 아니라 어른의 세상에서 맞이하게 되는 여러 가지 공부들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단발성 이벤트로 끝나는 공부라는 것은 없다. 꾸준히 몇 개월 몇 년 이상의 기간 동안 쌓이고 숙성되고 발전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 공부다. 그러니 이런 긴 호흡의 공부에서 진짜 공부를 많이 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아는 지 모르는지를 구분하는 것이다. 모르는 줄을 아는 것도 공부의 일부인 것이다. 이때 공부를 많이 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은 모르는 상태에서 아는 상태로 전환 된 양이 많은 것이 진짜 공부를 많이 한 것이다. 앉아있는 시간이 길다고 공부를 많이 한 게 아니라는 말이다. 물론 모르는 상태에서 아는 상태로 전환된 양이 많으려면 기본적으로 앉아서 공부하는 시간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그러나 무작정 오래 앉아서 인내심 싸움을 하는 것이 공부를 많이 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모르는 상태에서 아는 상태로 전환된 양을 늘리려면 어떻게 공부해야 하고, 어떻게 하면 그 전환을 느낄 수 있는가. 쉬운 방법을 예를 들어보자. 소위 가풀이진풀이 방법이다. 주로 수학이나 과학보다 국어/영어/사회 계열의 과목에 잘 적용된다. 보통의 공부는 내용을 다 학습하고 수업을 듣고 암기한 다음 적용이나 확인의 차원에서 문제를 푼다. 그러나 이런 문제풀이는 확인이자 반복일 뿐 공부의 전환량을 느끼기엔 어렵다. 모르던 상태와 비교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적게 공부한 케이스는 문제집을 풀었는데 다 맞고 즐거워하는 경우다. 아는 것을 재확인하며 기뻐할 뿐 모르던 것이 아는 것으로 전환된 양은 제로인 공부다. 어떤 것은 틀리고 왜 틀렸는지 확인하기 위해 찾아보고 제대로 된 내용이 뭔지 공부하여 다시 풀 때 맞게 되는 공부를 해야 전환량이 발생한 것이다.

    가풀이진풀이 방법을 활용하면 이 전환량을 느낄 수 있다. 먼저 국어나 사회나 영어 과목을 공부할 때 우선 공부나 수강 전에 자기 기본실력으로 문제를 풀어본다. 그러면 문제 안에서 자기가 생각해서 풀 수밖에 없다. 기본적인 배경지식으로. 답을 채점할 필요는 없다. 이 상태에서 비로소 내용을 읽거나 이해하거나 암기하거나 수강을 하자. 그렇게 공부를 한 다음 기존에 풀어둔 흔적 위에 다시 문제를 풀어보자. 그러면 답안 선택이나 기재가 바뀌는 것을 느낄 것이다. 원래는 생각해서 풀었을 때는 몰랐던 내용을 알고 나니 제대로 풀 수 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생각해서 풀 때는 어떤 이유로 알고 풀 때는 어떤 이유로 답을 고르는지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한 공부다. 이런 과정이 많을수록 전환량이 늘어나는 것이다.

    수학계통의 과목은 문제를 풀기 전에 풀 수 있을 것 같은 문제의 개수를 세어보고 실제 풀어낸 문제의 개수를 세어보면 그 차이가 바로 아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의 차이다. 아는 것 같지만 풀지 못했던 문제들은 다시 오답노트를 작성하면서 포함개념/전제조건/발상방법/틀린이유/풀이과정을 써보며 할 수 있는 상태로 전환량을 늘려야 한다.

    모르는 것, 틀리는 것은 내가 아니라 나와 별개의 실력이다. 부끄러워 할 필요도 신경쓸 피필요도 없다. 그런게 없었다면 공부할 이유도 없었겠지. 오히려 공부 전환량을 늘리기 위한 즉, 나의 실력을 늘려줄 좋은 재료들이다. 이것을 나와 분리하고 모르는 상태에서 아는 상태로, 아는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상태로 전환량을 늘리기 위해 용기있게 공부하고 문제풀고 노력하자. 그런 모든 일련의 과정이 쌓여서 숙성되었을 때 성장은 비로소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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