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기술이 아이에게 '모임'을 가져다줄 수 있다면?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9.03.05 09:30
  • 최근에 사교육을 집중적으로 다뤄 큰 화제를 끈 드라마 '스카이 캐슬'에서는 학생끼리 하는 독서모임이 나옵니다. 학생이 모여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이에 대해 토론하지요. 그다지 긍정적인 모습으로 표현되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인상적인 모습이었습니다.

    트렌드를 반영하듯 미국에서도 학생들 사이에 독서모임이 큰 유행이라고 합니다. 결국 공부는 '논픽션'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이해하는 행위인데요. 논픽션 책을 함께 읽고, 이를 독후감으로 표현하고. 서로의 독후감과 의견을 교류하는 과정이 공부를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겁니다. 이런 모임을 거치면 공부의 기초체력이 크게 올라, 나중에 공부도 쉽게 한다는 생각이 미국 실리콘 밸리 학부모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고 하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최근 50억 투자를 받은 독서모임 서비스 '트레바리'를 3년 넘게 해오고 있는데요. 단순히 책을 읽는 게 아니라 그 생각을 독후감으로 정리하고,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과 몇 시간씩 토론하는 일을 해봤습니다. 이런 행동을 거치니 정말 책에 대한 이해도가 크게 상승했습니다. 혼자서는 절대 읽지 않을 책을 읽게 되기도 했지요.

    독서모임이 교육에 효과적인 이유는 이론적으로도 설명이 가능합니다. '에빙하우스 망각곡선'이라는 게 있습니다. 데이터를 수집한 결과, 배우고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학생은 배운 내용을 급격히 잊어버린다는 내용의 차트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배우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빠르게 내용을 복습해야 합니다. 복습을 하면 할수록 지식이 머릿속에 오래 남게 됩니다.

    복습이라고 다 효과가 같은 게 아닙니다. 적극적으로 배울수록 더 오래 남습니다. '학습 피라미드'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배우는 방식에 따라, 현저하게 그 효과가 달라진다는 내용을 담은 차트입니다. 가장 효과적이지 않은 학습법은 수업 듣기(Lecture)입니다. 읽기. 듣고 보기, 시연하기, 토론, 연습, 가르치기 순으로 점점 효과가 좋아져, 남에게 가르치면 평균적으로 90%의 내용이 기억에 남게 되지요.

  • 학습 피라미드 (출처: 위키미디아 커먼스)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Learning_Retention_Pyramid.JPG
    ▲ 학습 피라미드 (출처: 위키미디아 커먼스)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Learning_Retention_Pyramid.JPG

    독서토론 모임이 효과적인 학습법인 이유가 여기에서 나옵니다. 우선 읽습니다. 수업을 듣는 행동보다는 효과적이지요. 내용에 본인의 생각을 담아 정리해서 글로 씁니다. 상당히 적극적인 공부입니다. 거기에 서로 토론하고, 서로를 가르칩니다. 매우 적극적인 공부법이지요. 점점 효과는 덜하지만 하기 쉬운 공부법에서 하기 어렵고, 효과가 좋은 적극적인 공부법까지 배우니 훨씬 내용이 기억에 오래 남을 수밖에 없겠지요.

    어려서부터 공부를 잘했던 학생 중에는 무의식적으로라도 서로 가르치고, 토론했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자연스러운 스터디 모임이 어쩌면 공부에 비법이었을지 모릅니다. 서로가 자극을 줌은 물론, 적극적으로 서로 토론하고 가르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던 거지요.

    문제는 이런 조직이 저절로 만들어지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학생들은 서로를 내신성적의 경쟁자로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게 아니더라도, 마음이 맞고, 수준이 비슷하고, 그러면서도 서로 자극이 되는 상대를 만나서 모임을 만드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요. 막상 시작해도, 무단결석 등으로 인해 금방 김이 새는 경우가 많습니다.

    '트레바리'는 기술을 통해 이런 문제를 줄였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취향이 맞는 사람들을 모아 준 거지요. 덕분에 원래는 만날 일 없을 사람들이, 자신에 관심사에 맞게 자연스럽게 모일 수 있었습니다.

    현재도 학생 대상으로 오프라인 북클럽이 존재합니다. 다만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초보적인 수준을 넘지는 못한 듯합니다. 인터넷, 기술이 가장 잘하는 일 중 하나가 이런 사람들을 서로 '연결 지어주는' 일입니다. 오프라인 모임을 조직하는 데야말로 데이터의 힘이 필요할지 모릅니다. '숨겨진 공부비법'이었던 독서모임에서 기술의 역할이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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