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학사 홍성수의 바른 공부!] 왜 틀린 문제를 공부하지?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9.03.04 09:11
  • “왜 틀린 문제를 공부하지?” 참 멍청한 질문이다. 그 이유는 내가 몰랐던 것들을 알아야지만 문제를 맞춰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왜 좋은 점수를 받아야 하지?” 이 역시 바보 같은 질문이다. 내가 이루고 싶은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 성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질문이고, 질문한다고 해도 너무나 쉽게 답할 수 있는 문제다. “왜”라는 부사가 붙는 질문치고 이렇게 쉬운 질문들은 세상에 몇 없지 않나 싶다. 하지만 또 멍청하게도, 가끔은 왜 틀린 문제를 공부하는지 잊어버린 채 노력하는 학생들이 있다. ‘모르는 것들을 알게 하기 위해서’라는 비교적 쉬운 목적을 기억하지 못하고 공부를 한다.

    예전에 만났던 학생은 한 수학 인터넷 강사님의 열렬한 팬이었다.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 주시는 선생님의 강의력은 나무랄 데 없었고, 내가 고등학생이라고 해도 이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학생은 선생님의 커리큘럼을 한 강의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따라갔다. 그 뿐만 아니라 같은 강의를 2~3번씩 들으며 복습했다. 예습하는 과정도 나쁘지 않았다. 먼저 스스로 개념을 읽고 문제를 풀어본 다음, 본인에게 부족한 것이 어떤 것인지 체크하고 난 후에 강의를 들으며 본인이 모르는 것들에 집중했다. 하지만 이 학생의 성적은 일정 수준에서 정체했다. 나쁜 성적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본인의 목표에 해당하는 점수를 얻는 것은 요원해 보였다.

    이 학생의 문제는 ‘내가 알게 되었다.’ 라는 착각에 빠졌던 것이었다. 학생은 선생님의 쉽고 명료해서 아름답기까지 한 문제 풀이 과정을 여러 차례 감상한 것에 불과했지 그 문제를 스스로 풀이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니었다. 물론 감상을 하기 위해서도 이해하는 과정은 필요하다. 영화를 보더라도 이해하지 못하는 장면은 몰입도 안 되고 감상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하지만 감상은 순간 가슴을 적셔 그 순간에 빠지게 만들더라도 물을 계속 주지 않으면 금방 말라 버린다. 무언가를 알게 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감상만으로는 부족하다 선생님의 훌륭한 풀이를 보거나 해설지의 설명을 읽어서 이해했다고 하더라도 거기서 끝나버리면 그 풀이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없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시험을 치르고 나왔을 때 하는 후회 중 하나가 공부했었던 문제를 틀렸다는 것이다. 분명히 비슷한 문제를 풀이해 보았는데, 분명히 이해했던 문제인데 시험이라 긴장을 많이 해서, 아니면 시간이 부족해서 틀렸다며 아쉬워하고 후회한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긴장감과 시간 의 문제라고 생각 한다면 다음 시험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런 결과를 피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틀린 문제를 반복해서 풀이해 보는 것이다. 이해한 문제를 스스로 다시 풀이할 때에도 여러 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 어떻게 접근했었지? 라며 막히기도 하고, 계산과정에서 계산을 틀리거나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방법이 생각 안 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반복된 풀이, 연습은 그 문제를 내 손에 익게끔 하는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는 너무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단점도 있다. 조금 더 효율적인 방법은 오답을 정리할 때, 전체 개념이나 풀이과정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몰랐던 포인트만 정리하고 이를 꾸준히 읽어 보는 것이다. 위에서 이야기한, 문제의 어떤 조건이 주어졌을 때는 어떻게 접근해야 한다든지 이 풀이과정에서 다음 과정으로 넘어갈 때는 어떤 개념이나 공식이 사용된다든지 하는 것을 정리한 이후에 이를 꾸준히 읽어 보는 것이다. 정리된 하나의 포인트를 읽는 데에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하루에 10분에서 30분 사이의 시간만 투자한다고 하더라도 생각보다 정말 많은 정리된 오답, 개념을 읽을 수 있다. 이것을 시험 때까지 매일 반복한다면, 굳이 암기하려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그 풀이과정이 머리에 각인 될 수 있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틀린 문제를 공부하는 이유라는 것을 모르는 친구들은 없겠지만 이것은 한 번의 이해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 반복된 연습에서 나온다는 것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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