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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수시, 그 중에서도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2020학년도 대입은 기존의 경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입3년 예고제에 따라 대학에서는 전형별 모집인원 등을 고려하여 전형계획을 발표하므로 갑자기 대입 전형이 변하게 되면 기존 발표 내용을 바탕으로 대입을 준비한 학생들에게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교협에서 발표한 2020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에 따르면 전체 모집인원 347,866명 중 수시모집에서 268,776명(77.3%)을 선발하고, 정시로 79,090명(22.7%)을 선발한다. 전체 수시 모집인원 중 가장 비중이 높은 전형은 학생부교과 전형(42.4%)이지만, 수험생들의 선호도가 높은 서울 11개 주요 대학으로 범위를 좁혀보면 학종(64.9%), 논술(17.8%), 실기(10.4%), 교과(6.8%)순으로 많은 인원을 선발한다(정원 내 모집인원 기준). 따라서 이와 같은 대학에 지원하고자 하는 수험생이라면 학종을 중심으로 지원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학종을 준비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은 바로 학교생활기록부(이하’학생부’)의 경쟁력이다. 학종은 대부분 서류 평가 또는 서류평가와 면접을 병행하여 진행이 되는데 서류 평가의 기초가 되는 자료가 바로 학생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학생부의 중요성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어떤 학생부가 좋은 학생부인지, 경쟁력이 있는 학생부인지 아는 수험생은 많지 않다. ‘수상실적이 많아야 한다’거나 ‘소논문이 반드시 기재되어 있어야 한다’는 등의 설(舌)들은 많지만 대학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일관되게 이야기하고 있다.
Q.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려면 해야 하는 중요한 활동이 정해져 있나요?
A.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평가를 위해 해야 하는 활동은 없습니다. 지원자가 진로를 고민하는 과정에서의 활동과 학업 성취를 위해 수행한 활동 모두 지원자가 고등학교 생활을 어떻게 했는지 보여주는 자료입니다...(중략)…개수만 다양한 활동이나 누적 시간만 많은 활동도 중요하지 않습니다.따라서 ‘어떤 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어떻게 활동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고려대학교 2019 학생부종합전형 안내서 중
학생부종합전형은 교내 수상 몇 건, 봉사 몇 시간, 독서기록 몇 건으로 평가하는 전형이 아니다.지원자의 학교생활을 거짓 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진심은 어디서나 통한다.
※ 서울시립대 2019 학생부종합전형 특별 가이드 중
이상에서 살펴본 대학 외에도 거의 모든 대학에서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내용은 ‘학생부는 학생의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대학의 입학사정관들은 학생부를 통해 지원자가 구체적으로 어떤 학교 생활을 하고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으며 어떤 학업 태도, 역량 등을 갖추고 있는지 그려본다. 이후 궁금한 점이나 부족하다 싶은 부분을 면접이나 자기소개서, 추천서 등을 통해 확인, 검증한다. 따라서 본인의 학생부가 경쟁력이 있는지 알고 싶다면 앞서 언급한 입학사정관처럼 스스로의 학생부를 직접 평가해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학생부를 입학사정관처럼 평가해볼 수 있을까?
일단 본인의 학생부를 처음부터 끝까지 한 글자도 빼놓지 말고 꼼꼼하게 읽어보자. 주의해야 할 것은 ‘사실’과 ‘평가’를 구분하는 일이다. 대부분의 학생부에는 긍정적인 ‘평가’가 기재되어 있다. ‘성실’, ‘책임감’, ‘밝은’, ‘긍정적인’, ‘창의적인’, ‘우수한’ 등과 같은 단어는 모두 교사의 학생에 대한 평가이다. 이는 객관적일 수도 있으나 주관적일 수도 있다. 특히 그러한 평가를 하게 된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면 ‘정말 그런 학생일까?’라는 의문을 지우기 어렵다. 따라서 ‘평가’보다는 ‘사실’을 중심으로 학생부를 분석해보는 것이 본인의 경쟁력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다음의 예를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
두 사례 중 어떤 학생이 보다 구체적인 모습으로 보여질까? 어떤 학생에게 보다 긍정적인 평가가 이뤄질까? 아무래도 B학생이 그렇지 않을까? A학생은 활동에 참여했다는 것 외에 아무런 정보도 얻을 수가 없다. 반면 B학생은 동일한 활동에 참여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떠한 환경 속에서 어떤 노력을 했으며 그 결과가 어땠는지를 알 수 있다. 이처럼 평가를 제외하더라도 ‘사실’을 통해 학생이 어떤 학생인지 짐작해 볼 수 있다. 또 다른 사례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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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례에서도 학생 D가 어떤 학교생활을 하는지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두 학생 모두 PPT를 제작하는 역할을 맡았으나 C학생은 어떤 학생이었는지 알 수 없다(원래 PPT를 능숙하게 다루는 학생이었는지 혹은 능숙하지 않았으나 준비하는 과정에서 능숙하게 되었는지). 하지만 D학생은 처음에는 능숙하지 않았던 일을 책을 찾아보는 등의 적극적인 활동으로 극복해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상과 같이 학생부의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글자도 빼놓지 않고 꼼꼼히 읽으면서 사실과 평가를 구분하여 분석한 후 학생부의 각 항목들 간에 기재되어 있는 사실들을 전체적으로 재구성하면 학생의 모습을 보다 구체적으로 그려낼 수 있다. 여기에 본인의 희망하는 진로가 합쳐진다면 어떨까? -
학교의 학년도는 「초〮중등교육법」 제 24조에 따라 당해 년도 3월 1일부터 시작하여 다음 해 2월 말일까지이며, 매 학년이 종료된 이후에는 당해 학년도 이전의 학교생활기록부 입력 자료에 대한 정정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따라서 2월 말에는 지난 1년간 본인이 활동했던 내용이 모두 기재되어 있는 학교생활기록부를 받아볼 수 있을 것이다.
예비 고3이라면 지금 당장 본인의 학생부를 확인한 후 위와 같은 방법으로 경쟁력이 있는지 판단해 보자. 만약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어 학종 지원을 고려한다면 남은 한 학기동안 어떤 내용을 보완하면 좋을지 생각하고 활동 계획을 세워 실천하자.
대입은 이제 시작되었을 뿐이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진학사 김무섭의 대입 전형 소개서] 나의 학교생활기록부 경쟁력 분석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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