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학사 홍성수의 바른 공부!] 재수를 해야 할까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9.01.21 09:17
  • 2019학년도 수능이 매우 까다롭게 출제된 탓인지 평소 받던 성적보다 좋지 않은 성적표를 받은 친구들이 많은 것 같다. 그 영향인지 아직 정시 합격자 발표가 다 나기도 전인 지금 1월, 재수학원의 등록 문의가 전년에 비해 더 많고, 등록률도 높아졌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 아니더라도 대입에 한 번 더 도전해봐야 할지 고민을 하는 친구들은 늘 많이 있는 편이다. 재수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재수를 하면 내가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을지 없을지 이 글을 통해 판단을 내릴 수는 없다. 도움이 될 지, 안 될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 정보를 주자면, 재수를 했을 때 성적이 오르는 학생들이 오르지 않는 학생보다 훨씬 더 많다는 것이다. 고3 현역 시절에는 학교 수업도 들어야 하고 과제도 해야 하고, 부족한 것이 보이면 학원에 가거나 인강을 들어야 하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모자란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재수를 하면 일단 한 번 공부했던 부분이기도 하고, 자습을 할 수 있는 여유도 많아지는 편이기 때문에 성적이 오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단, 도움이 될 지, 안 될지 모르겠다고 앞서 이야기 했던 것은 얼마나 오를지에 대해서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능 백분위 평균이 50%였던 학생이 58%가 된다면 이는 분명히 성적이 향상된 것이지만, 재수를 하며 목표했던 대학에 합격하기에는 어려운 성적일 것이다. 얼만큼의 성적향상이 있을까, 과연 내가 목표하는 만큼 성적이 오를 수 있을까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각오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 하필이면 그 중요한 시기에 학교 재건축이 있었다. ‘고등학생이 되었으니 정말 열심히 공부해서 부모님과 내가 만족할 만한 대학에 갈 수 있도록 해야지’라는 큰 포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공사하느라 시끄러우면 공부에 방해가 될 텐데… 완전 망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 중요한 시기에 학교를 잘못 배정받아 원하는 대학을 못 갈지도 모르겠구나 라는 불안감을 가졌었다. 하지만 그런 고민은 곧 의미가 없어졌다. 처음의 다짐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오히려 그 걱정은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자겠네’라는 불평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입학 전 가졌던 다짐이 변했던 것처럼, 학교를 다니며 생각이 변하기도 했다. 재건축은 시끄러움을 제공하는 동시에 학교 운동장을 절반이나 빼앗아 가기도 했다. 원래도 크지 않은 운동장이었기에 농구 골대도 몇 없었고, 축구라도 하려면 골대를 ‘ㄱ’자로 배치해서 뛰어다녀야 했다. 그 좁아터진 운동장을 차지하기 위해 많은 학생들이 경쟁했었고, 1학년 때 고2, 고3 선배들과 경쟁을 하며 속으로 한 생각은 ‘고3이 농구, 축구를 할 시간이 있나? 이 시간에 하나라도 더 공부해야 하는 것 아냐? 나는 고3 때 저러지 말아야지. 진짜 민폐다.’였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나도 고3이 되자 곧… 바뀌었다는 것을 고백한다.

    재수를 시작할 때에는 누구나 큰 포부를 가지고, 거창한 목표를 가지고 시작하게 된다. 물론 이것은 좋은 시작이다. 다만 그 포부와 목표에 걸 맞는 태도를 꾸준히 유지하는 학생들이 많지 못하다는 점이 아쉽게 느껴진다. 이는 재수 생활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수능이 100일 남았을 때, 첫 평가원 주관 모의평가를 치렀을 때, 고3이 되었을 때,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등 이런 다짐을 수 차례 해 보았을 것이다. 또 그 다짐이 무너지는 경험 역시 수 차례 해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재수 생활을 하면서도 반복된다면 얼마나 마음이 아픈 일일까. 재수 여부를 결정할 때에는 과거 나의 결심이 어떨 때 흔들렸는지, 무엇 때문에 포기하게 되었는지를 생각해 보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지 찾아 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이크 타이슨이 말했다고 한다. “Everybody has a plan until they get punched in the face.” 유머사이트 식으로 표현하면 “누구나 그럴듯한 계획이 있다. 쳐 맞기 전까지는”이 된다. 복싱 경기를 하며 펀치가 날라올 것, 그리고 펀치에 맞을 수 있을 것을 가정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단 준비할 때에는 펀치가 날라오면 어떻게 피할지, 어떻게 해야 펀치에 맞더라도 충격을 최소화 할지 고민하고 연습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재수생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내게 닥칠 수 있는 위기와 그에 대한 극복방안을 찾을 수 있다면 좀 더 만족스러운 재수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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