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실리콘밸리 부모는 정말 전자기기를 금지할까?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9.01.08 09:11
  • 잡스도 아이에게 아이패드를 금지했다. 흔히 실리콘밸리의 부모들이 얼마나 전자기기에 엄격한지 말하면서 드는 이야기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실제로 실리콘밸리의 리더에게는 자녀에게 전자기기를 금지한 이야기가 종종 등장합니다. 빌 게이츠는 아이가 14세가 될 때까지 (한국 나이로 고등학생 정도) 스마트폰을 주지 않았습니다. 식탁에서 스마트폰을 금지하고, 전자기계 사용 시간에 제한을 두는 등 다양한 규정으로 아이 전자기기 사용을 규제했지요. 기술 웹진 '와이어드'의 창립자 크리스 앤더슨 또한 고등학생 전 스마트폰 금지, 13세 이전까지 SNS 금지, 침실에서 전자기기 사용 금지 등 상당히 엄격한 규칙으로 아이 전자기기 사용을 통제했습니다.

    크리스 앤더슨의 입장은 단호합니다. 사탕과 마약 중, 전자기기는 코카인에 가깝다는 거지요. 아이에게 제한을 두지 않으면 아이는 전자기기를 무제한 사용할 거라는 논리입니다.

    펜실베니아의 사립학교 월도프 스쿨(Waldorf School)은 아예 이런 철학을 학교에까지 연장합니다. 이 학교는 중학교 1학년까지 아이에게 전자기기를 금지합니다. 교실에서 전자기기를 사용을 금지하는 게 교육적으로 도움이 될 거라고 믿는 곳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학교 근처에 구글 지사가 있습니다.

    이런 실리콘 밸리의 유행을 떨떠름하게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뉴욕대학교 마케팅 교수 아담 애틀러는 기술 업계의 리더들이 전자기기와 중독을 유발하는 마케팅 기술로 큰돈을 벌어놓고, 자신의 자녀들에게는 자신들이 만든 제품을 금지하는 행동이 위선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테크 업계가 사회에 책임감을 느끼려면 더욱 비판해야 할 수밖에 없다는 말까지 덧붙여서 말이죠.

    반면에, 전자기기 금지 자체에 회의적인 시선도 존재합니다. 금지함으로써 아이가 전자기기 사용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게 만드는 건 아니냐는 의견입니다. 또 스마트폰을 금지하면 자녀가 친구들과 어울리기가 어려워 실제로 아이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습니다. 이제 스마트폰이 없으면 또래 집단과 어울리기 어려운 시대가 왔기 때문이겠지요.

    모든 전자기기 활동이 똑같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는 점도 문제입니다. 수동적으로 SNS의 짧은 영상을 보는 행동과 직접 코딩해서 자신만의 무언가를 만드는 행동이 교육적으로 같다고 보기는 어렵겠지요. 전자기기 금지는 위험을 줄여주지만, 전자기기의 교육적 가능성 또한 막을 수 있는 행동인 셈입니다.

    그러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교육 강연가 애나 호마윤(Ana Homayoun)은 대화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아이와 전자기기 사용에 대해서 꾸준히 이야기하고, 의견을 공유해야 한다는 거지요. 금지한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이를 통해서 무엇을 얻으려 하는지를 말해줘야 합니다. 전자기기를 허가한다면 이를 통해서 아이가 무엇을 하고 있고,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를 알아야 대비할 수 있습니다.

  • 작년에 나왔던 영화 '서치'에 주인공은 실리콘밸리에 기술 기업에 다니는, 딸이 있는 아버지입니다. 아버지는 딸이 어떤 사람인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아이의 전자기기를 살펴본 다음에야 아이에 숨겨진 모습을 알 수 있었죠. 아이의 디지털 생활에 관심을 기울여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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