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학사 홍성수의 바른 공부!] 새해의 계획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8.12.24 09:18
  • 이사카 코타로의 ‘종말의 바보’라는 소설은 지구의 멸망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8년 후로 예정 된 소행성의 충돌, 그로 인한 종말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한 해가 마무리 되어 갈 때면 항상, 그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떠올라 그것을 소개하고자 한다. 소행성 충돌 발표 전에 진행되었던 킥복싱 챔피언 나에바의 인터뷰 부분이다.

    “나에바, 내일 죽을 거라는 말을 들으면 어쩔 거야?” 배우가 뜬금없이 그런 질문을 했다.
    “다르지 않겠죠.” 나에바씨의 대답은 냉담했다.
    “다르지 않다니, 어쩔 건데?”
    “내가 할 수 있는 건 로킥과 레프트 훅 밖에 없으니까요.”
    배우는 그 말을 듣고 웃었다고 한다. “그건 연습 얘기잖아. 아니, 내일 죽는데 그런 걸 한다고?”
    “내일 죽는다고 삶의 방식이 바뀝니까?” 글자들이라서 상상할 수 밖에 없지만 나에바 씨의 말투는 정중했을 게 틀림없다.
    “지금 당신 삶의 방식은 얼마나 살 생각으로 선택한 방식입니까?”
    * 이사카 코타로 『종말의 바보』, 김선영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연말연시가 되면 위 이야기가 떠오르는 것은 스스로가 삶의 방식과 태도에 아쉬움이 많아서 인 것 같다. 하지만 학생들이 ‘맞아. 난 좀 나태했던 것 같아. 2019년에는 정말 하루하루 성실히 살며 열심히 공부해야지!’ 라는 식으로만 받아들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내일 죽는다고 하더라도 오늘 영어 단어를 하나라도 더 외우자.’ 이런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일 죽는다고 삶의 방식이 바뀝니까?” 너무나 멋진 말이라고 생각하지만, 저 말을 자신 있게 내뱉을 수 있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나에바가 저렇게 단호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은 본인의 목표와 또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해야 할 노력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목표뿐 아니라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도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나에바가 로킥과 레프트 훅이 아니라 높이 뛰기 선수처럼 점프 연습만 했다면? 그건 킥복싱 챔피언으로 가는 길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공부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개념이 잘 잡혀있지 않은데, 계속 응용된 문제만 풀이한다면 효율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수학 4점짜리 문제가 잘 풀리지 않는데, 3점짜리 문제만 계속 반복하는 것도 효율적이지 않을 것이다.

    새 학년까지 남은 2달의 시간은 굉장히 많은 시간이다. 나 스스로 활용할 수 있는 시간만으로 계산한다면 한 학기 전체 시간 이상이 될 수도 있다. 이 시기를 잘 활용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우려면, 내가 정말로 필요로 하는 공부가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하고 또,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공부습관도 다시 한 번 점검하며 개선점을 찾아 봐야만 한다.

    많은 학생들이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시기이다. 일년이 지나서, 누군가 2020년의 계획을 물어 봤을 때, “다르지 않겠죠.”라는 대답을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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