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지 대표이사와 이진오 강사의 미래영재 스토리] 우리 아이가 영재일까요?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8.12.12 09:01
  • ‘작은 체구에 하얀 피부, 두꺼운 안경을 끼고 교실 구석에 조용히 앉아 아무도 풀지 못하는 어려운 문제를 단번에 척척 풀어내는 사람...’ 영화 속에서 이런 사람을 만나게 되면 우리는 흔히 저 사람은 ‘천재’ 혹은 ‘영재’일 것이라고 추정하게 된다. 대중매체에서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되어온 영재에 대한 이미지 때문에 우리는 영재가 체력적으로는 매우 허약하지만 굉장히 똑똑한 사람일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게 된다.
    영재는 흔히 이야기 하는 것처럼 단순히 지능이 높은 사람을 의미하는 것일까? 우리가 ‘영재’라는 말과 쉽게 혼용하여 사용하는 비슷한 개념의 단어(천재, 신동)들의 학문적인 정의만을 살펴보더라도 모두 조금씩 다른 의미를 담고 있는, 쉽게 정의 내리기 어려운 개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천재(Genius)'란, 하늘이 내린 재능이라고 할 정도의 뛰어난 능력을 선천적으로 타고난 사람을 이르는 말로, 인류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창조적 업적을 해낸 사람을 말한다. ‘신동(Prodigy)’은 어른에 버금가는 재능을 발휘하거나 어른보다 더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10세 이전의 아이’를 뜻하며 이 두 가지 용어(천재, 신동)가 모두 ‘선천적으로 뛰어난 능력을 타고났다’는 개념을 포함하고 있어 보통의 사람이나 아이들과 같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도 비교되지 않는 탁월함을 나타내는 어떠한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하지만 ‘영재(Gifted & Talented)’는 천재와 신동과는 약간 다른 의미의 개념을 포함한다. 영재는 ‘탁월한 잠재력’을 지닌 사람으로서 ‘창의적인 산출물’을 내거나 낼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말한다. 이 정의에서 간과할 수 없는 사항은 영재가 이미 업적을 낸 사람일 수도 있지만 아직 그렇다 할 업적이 없는 사람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영재와 보통 사람을 구분 짓는 절대 기준으로 ‘탁월한 잠재력의 소유 여부’를 꼽는다는 점이다.

    사실 이러한 영재(Gifted & Talented)에 대한 정의는 ‘탁월한 잠재력 ’즉, ‘영재성(Giftedness)’이라 불리는 이 능력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어떠한 능력을 영재성이라 볼 수 있을 것인가?’ 등의 문제들로 인해 영재를 규정하려는 노력은 아주 오래전부터 계속 되어져 왔음에도 불구하고 보편적으로 모두에게 인정받는 완벽한 정의는 여전히 존재하지 않는다.

    아주 오래 전, Terman(1925)등을 중심으로 영재를 지능이라는 준거를 중심으로 규정고자 했던 연구들에 의하면 아동들을 대상으로 Standford-Binet 지능검사를 실시하여 IQ 135 이상(상위1%이내)을 영재로 규정하려 하였으며, 미국교육위원회(Marland, 1972)는 IQ가 상위 3~5% 이상이면 영재로 인정하는 매우 보수적인 기준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만약 우리가 이 보수적인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여 ‘IQ가 상위 3~5% 이내인 사람 영재이다’라고 가정한다면, 몇 가지 빠질 수밖에 없는 함정들이 있다. 첫 번째 함정은 IQ가 영재성을 모두 나타내어 준다는 것인데, 지능검사를 통해 측정되는 검사결과인 IQ는 개인의 능력 중 아주 한정된 부분만 측정되는 것으로 정규 곡선 안에서 자신의 능력이 어느 수준에 있는지 정확히 그려 볼 수 있도록 해 주지만, 영재 행동을 낳는 많은 요인들을 모두 측정해 주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아무리 특출한 능력을 보여주더라도 지능검사를 통해 미리 선택 받지 못한 소수의 아이들은 추가적인 교육적 기회를 접하거나, 영재들을 위한 특별한 관리 프로그램 밖에 놓이게 된다는 문제들이 바로 그런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3~5% 이내의 사람들이 영재라는 보수적인 정의들이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수용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여전히 다각적 입장에서 내리는‘영재’에 대한 진보적인 정의를 묵과하고 상위 3%이내에 드는 지능을 가진 아이들이 영재라는 믿음과 함께 영재 아동 판별의 첫 관문으로 웩슬러(Wechsler) 지능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지능지수(IQ)는 개인의 잠재력을 평가하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며, 지능검사가 다른 심리검사들 중 비교적 안정적인 결과를 제공하는 검사라고 하더라도, 지능지수는 절대적으로 정해진 숫자가 아니기 때문에 측정할 때마다 5점에서 10점, 심지어 20점까지도 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아이가 시험문제 출제자의 의도를 이해한 정도, 시험을 본 장소의 소음, 아이의 컨디션 등에 따라 점수가 바뀔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실제로 제이콥스(1971)의 연구에서도 밝혀졌듯이 오랜 시간 관찰을 하는 담당 교사들에게 영재로 인정받지 못한 아이들의 50%가 개별 지능 검사에서 영재아로 판별되었고, 교사들이 영재라고 판별한 아이들 가운데 10%는 영재아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고도 영재아의 약 25%는 교사들에게 영재로 인정받지 못하였다.
    그렇다면 ‘영재’는 ‘탁월한 잠재력’을 지닌 사람으로서 ‘창의적인 산출물’을 내거나 낼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라 가정한다면, 전형적인 지능검사로 영재를 판별 하는 것이 적합한지의 여부에 의혹이 생긴다. 지능검사는 학습한 요소를 대상으로 측정하므로 독창성이나 창의성이 나타나는 상황에서의 능력은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지능검사의 결과만으로 영재성을 판별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특히 미래 사회와 교육의 패러다임은 공부만 잘하는 수재보다는 사회적 성취를 이룰 잠재력을 갖춘 창의적인 영재를 요구하고 있다. 웩슬러 지능검사의 결과가 좋을수록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잠재되어 있는 영재성을 발휘하기에 좀 더 높은 확률을 가지고 있으며, 후의 학습 성취에서 얼마나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가를 예언한다는 점에서 영재판별의 한 가지 필요조건이 될 수는 있으나 영재를 판별하는 충분한 조건이 될 수는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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