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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 가설’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부모는 자녀를 어떻게든 잘 키워보려 하고, 잘 되지 않으면 부모의 책임이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 책은 학생은 부모보다 또래 집단에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는 주장을 해서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속담을 과학으로 증명하려는 시도였지요.
이제는 또래 집단이 무한대로 커졌습니다. 인터넷 덕분입니다. 과거에는 기껏해야 동네 친구나 학교 친구가 전부였다고 볼 수 있었는데요. 지금은 아닙니다. 인터넷을 통해 또래는 물론 온갖 사람들과 자극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지요. 오늘은 학생들이 인터넷에서 만들어낸 자기만의 세계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대표적인 아이들만의 커뮤니티로 ‘게임 공간’을 들 수 있습니다. 온라인 게임 상에서 학생들은 다양한 사람을 만납니다. 그리고 함께 협업합니다.
협업을 해야 하다 보니 다양한 은어가 생겨납니다. 마치 회사처럼 말이죠. ‘리그 오브 레전드’나 ‘오버 워치’, ‘로스트 아크’ 등 현재 가장 인기 있는 게임은 모두 ‘트롤(고의로 게임을 못하는 행위)는 ’, ‘겐트위한(겐지, 트레이서, 위도우 메이커,한조 4명의 게임 캐릭터를 묶어서 하는 말.)’, ‘새고타(새로고침 하는 시간)’ 등 게임만의 은어가 있습니다. 이런 은어는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고, 동질감을 만듭니다.
게임 못지않게 아이들이 만든 세계가 있습니다. ‘아이돌 팬클럽’입니다. 아이돌 팬클럽 또한 자기만의 정보를 공유하고, 자기만의 은어를 만들면서 서로 동질감을 공유합니다. 방탄소년단의 경우 ‘보라 해(오래오래 아끼고 사랑하자는 뜻)’ 등 팬클럽만의 애칭을 전 세계적으로 히트시키는 등, 단순히 가수가 아닌 팬클럽을 성공시켰지요.
아이돌 팬클럽은 또래 집단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지내기도 합니다. 제 지인 중 한 분은 따님이 학교에 갈 때, ‘워너원’ 팬이냐 ‘방탄’ 팬이냐에 따라 친구가 달라져 버려서, 어느 아이돌 밴드 팬이 되어야 할지 깊게 고민했다고 합니다. 아이돌이 아이돌로 끝나는 게 아니라, 또래 집단까지 결정해버렸기 때문입니다. 아이돌이 또래 집단에 미치는 영향력을 보여주는 대목이었습니다.
학생들은 공동체를 통해 정치적인 운동을 만들기도 합니다. 미국에서는 중국의 메신저 ‘위챗’이 아시아계 학생 사이에서 인기인데요. 이 위챗을 통해 일부 아시아 학생들은 ‘소수집단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을 대학 입시에서 없애라는 항의를 조직하기도 했습니다.
소수집단 우대 정책을 통해서 인종, 성별, 종교, 장애 등에서 소수자에게 이득을 주는 정책에 아시아인은 이득을 보지 못합니다. 평균적으로 성적이 워낙 좋기 때문입니다. 주로 보수 성향 아시아계 대학생들이 위챗을 통해 소수자에 대한 입학 혜택 중지를 요구하는 정치 운동을 조직해서 정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 학생들이 자기만의 세상을 만들다 못해 정책에 변화를 요구할 정도로 학생들의 온라인 세상의 힘이 커진 셈이죠.
부모가 모르는 아이의 모습이 있습니다. 인터넷이 전 세계 사람들을 연결하면서, 아이들의 세계는 좀 더 위험해지고, 좀 더 큰 가능성도 생겼습니다. 아이가 참여하고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관심을 가져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인터넷 세상에서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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