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너무 많은 성적 데이터는 오히려 저주가 된다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8.11.13 09:07
  • 교육에 핵심에는 피드백이 있습니다.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 아는 게 핵심이기 때문이겠죠. 교육을 바꾸려는 사람도 대부분 ‘피드백’을 바꾸려 노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에듀테크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간고사 기말고사’나 ‘수능’ 등 시험으로 대변되는 거대한 피드백을 좀 더 교육적으로 개선하려 노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AI를 통해 학생의 성적을 분석해 그에 맞는 레슨과 문제를 추천해주는 ‘칸 아카데미’ 등이 대표적이겠지요.

    아닌 게 아니라 피드백은 에듀테크와 잘 맞아 보입니다. 피드백은 결국 데이터입니다. 가장 기술이 잘 다룰 수 있는 영역이지요. 게다가 모바일 시대에, 학부모나 학생에게 피드백을 빠르게 보내기도 쉬워졌습니다. 대부분의 에듀테크가 빠르고 직접적인 피드백 전달을 선호합니다. 하지만 이게 꼭 좋기만 할까요?

    고등학교 교사 출신의 자유기고가 아만다 모건은 최근 흥미로운 사설을 워싱턴 포스트에 실었습니다. 빠른 피드백이 어떻게 교육에 해가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편리하고 정확한 피드백이 어떻게 교육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걸까요?

    모건에 따르면 교사일 때 빠른 피드백은 학부모의 과보호를 유발하는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매일같이, 쪽지시험과 같은 자잘한 점수부터 숙제 완료 여부까지 학부모가 푸시 메시지로 실시간 확인합니다. 문제가 생기면 당연히 학부모는 직접 자녀에게 문자를 보냅니다. 수업 도중에 수업 시간의 피드백을 확인한 학부모가 피드백을 보내는 겁니다. 교사에게 항의 문자가 올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지나치게 빠른 부모의 개입은 두 가지 문제가 있다고 모건은 주장합니다. 첫 번째, 이런 피드백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학교 숙제에서 몇 개를 틀렸는지 여부나, 쪽지시험에서 1개를 틀렸는지 2개를 틀렸는지 여부 정도는 무시하고 넘어갈 수 있는 영역입니다. 지나치게 작은 데이터까지 실시간으로 확인하게 되면 부모는 작은 데이터에 함정에 넘어가 잘못된 오해를 할 수 있게 됩니다.

    또 문제가 있습니다. 이런 과도하게 빠른 개입이 학생을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할 수 없게 만든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문제가 생기면 이를 스스로 해결해 볼 여지없이 너무 빠르게 부모가 개입하게 된다는 거지요. 정작 가장 중요한 ‘문제해결력’은 기르지 못한 채 부모에게 위임해버릴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이후 저자는 프리랜서 작가가 되었고, 또 딸을 낳았습니다. 딸을 낳은 후에 그녀는 학교 데이터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고 고백합니다. 처음에 그녀는 빠른 성적 데이터 공유가 부모가 원해서 이루어지는 거라 생각했습니다. 틀렸습니다. 부모에게도 빠른 성적 데이터 전달은 저주였습니다.

    모건은 ‘몰라도 좋을’ 정보까지 스마트 폰을 통해 들어와 고통스러웠다고 말합니다. 자기 딸이 오늘 그린 그림의 평가가 어떤지 그녀는 알고 싶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보다는 그 그림을 그리면서 아이가 얼마나 즐거웠는지, 자녀와 친구 사이에 관계는 어땠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막상 성적이 실시간으로 들어오자 ‘정말 소중한 정보’에 신경을 쓰기 어려워졌다고 그녀는 고백합니다.

    이 이야기에 교훈은 명백합니다. 피드백은 중요합니다. 그 피드백을 빠르게 부모나 혹은 학생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된 기술 발전 또한 축복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기술을 쓰는 게 항상 좋은 건 아닙니다. 교육적으로 가치가 있을 때만 피드백을 전달하는 게 바람직하겠지요.

    지나치면 모자라니만 못합니다. 심지어 학생의 성적도 마찬가지입니다. 성적 공유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무조건 열면 좋다는 태도는 위험하겠지요. 결국, 에듀테크도 ‘더 좋은 교육’이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어야 할 겁니다. 과도한 성적 데이터 공유가 가져온 폐해에 대해 고민해봄 직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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