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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의 영어 습득 트랙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엄마가 직접 가르치는 경우 영어유치원 학교 그리고 학원(또는 기타 사교육)이다.
엄마가 직접 가르치는 경우는 대개 3세 즈음 디지털기기를 이용한 단어 줍기를 시작으로 영어 동화책이나 전자책(E-Book)을 듣고 소리를 모방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만 5세 이상이 되면 원어민 교사와 말하기 수업을 할 수 있는 영어 유치원으로 보내기도 한다. 초등학교 1~2학년 때부터 영어 동화책 읽기, 학습지, 영어도서관, 어학원, 화상 영어와 같은 여러 형태의 사교육에 노출되기 시작한다. 우리나라 영어 공교육은 초등 3학년에 시작해 고교 3학년까지 10년간 이어진다.
이렇게 다양한 방법과 각고의 노력으로 영어를 공부하지만 중학교 입학 후 복문 노출 빈도가 높아지면 아이들은 대혼란에 빠진다. 복문과 문법이 어우러진 수업을 알아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유아기부터 초등학교까지 단문 위주로 노출되던 아이들이 복문의 등장으로 미로에 빠져버리는 것이다. 이때부터 대다수 아이의 영어 실력은 평준화의 길로 접어든다. 얼마나 오래, 얼마나 좋은 방법으로 공부해왔든 상관이 없다.
우리나라 교과 과정상 중등 영어 실력은 문장의 응용력에 의해 좌우된다. 문장의 응용력이란 단문에 덧씌운 부사·형용사를 아는 것 절과 구로 이루어진 명사·부사·형용사의 형태와 쓰임을 아는 것 다양한 수식으로 얽힌 복잡하고 긴 복문을 읽고 쓰고 말할 수 있는 능력이다.
단문에 쓰인 수식어와 복문의 구조를 쥐락펴락할 능력을 키우려면 영어 문장의 어순 원리와 활용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 쉽게 말하면 문법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20년 전 배웠던 방식의 문법은 아니다. 우린 아직도 그때 배운 문법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을 안다는 것은 고개를 끄덕이며 속 시원히 이해한 지식을 내 것으로 응용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아이들에겐 그런 영어 교수법이 필요하다. 누가 내 아이의 고개를 끄덕이게 할 수 있을까? 바로 엄마다. 엄마는 뭘 할 수 있을까?
먼저 아이가 배울 학교 영어 교육 과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가능하면 학년별 교과서 일독을 권한다. 하지만 이것이 어렵다면 목차와 단원별 학습 목표를 한 번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아이가 어떤 시기에 영어를 어려워할지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아이가 그 단계에 이르기 전에 다양한 수식어의 형태와 복문을 만드는 부사·형용사의 원리를 미리 공부하면서 아이가 쉽게 이해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본질을 꿰뚫는 원리를 체계적으로 설명해주면, 응용은 아이 혼자서도 할 수 있다.
일단 시작하면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마음 한편에는 왜 엄마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회의가 밀려올 것이다. 하지만 내 아이가 앞으로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영어를 잘 못할 수도 있다는 현실을 깨닫는다면 그런 회의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 옛날 엄마의 학창시절을 돌아보자. 수업시간마다 난무하던 문법 용어가 ‘@#$%^&*$#@’ 이렇게 들려서 정신을 놓을 뻔한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을 것이다. 엄마가 중학교 때부터 배운 학교 영어를 초등학교 3학년 때 시작한다는 것 외에 우리 아이들의 영어 수업 현장은 20년 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 그때 내가 이해하지 못했던 걸 지금 내 아이도 이해하지 못하는 거고, 그때 내가 포기했던 것을 지금 내 아이도 포기하는 것이다.
대(代)를 이어 영어를 포기하게 하는 교과 과정이라면 틀을 다시 짜는 게 마땅하다. 하지만 공교육 개편은 국가만이 할 수 있는 일이므로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니 엄마는 회의를 느끼기보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아이의 어려움을 함께 헤쳐나가야 한다. 엄마가 영어를 습득해 우리말처럼 유창하게 말하기 위한 것이 아니니 지레 겁을 먹을 일도 아니다. 영어 문장의 원리는 한두 번 읽는 것만으로도 이해와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영어 문장의 원리를 내 아이만의 언어로 풀어내 아이와 편안한 대화로 교감할 수 있다면 내 아이의 영어 뇌만큼은 엄마가 겪었던 혼돈 속에서 헤매지 않게 될 것이다. 불안은 절대 답이 될 수 없다. 성공의 키워드는 엄마의 따뜻한 관심이다. 아이보다 한발 앞서 길을 만들 수 있는 엄마의 혜안만이 아이와 영어를 함께 키워갈 것이다. -
現)한국항공전문학교 교수 (‘엄마 영어 학교’ 저자)
前)스탠포드어학원 강사
前)두란노교육 이사 및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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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숙의 엄마 영어 학교] 아이가 영어를 어려워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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