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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에게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의 하나가 독서 영역의 지문 읽기를 어떻게 공부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사실 이렇게 물어오면 대답하기가 좀 어렵다. 워낙 범주가 큰 질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지면을 빌어 차근차근 수능 독서 영역을 공부하는 학습법을 안내하고자 한다.
수능의 다른 영역도 비슷하지만, 독서 영역의 지문은 ‘레고’라고 생각하면 공부의 방향을 정확히 잡을 수 있다. 무슨 뜻인가 하면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레고 장난감’은 작은 레고 블록을 조립하여 중간부품을 만들고 그 중간부품을 연결해서 항공모함이나 우주선을 만들기도 하고 로봇을 만들기도 한다. 수능의 독서 지문도 그런 원리로 만들어진다.
step1_문장의 뜻을 이해할 수 있는가?
수능의 독서 지문에서 가장 작은 단위의 레고 블록에 해당하는 것은 ‘문장’이다. 이 문장이 3~5개 모여서 문단을 이루고, 또 이 문단이 3~5개 모여서 하나의 독서 지문을 이루는 것이다. 수험생들은 각각의 ‘문장’을 읽고 그 뜻을 이해한 다음, 그 ‘문장’들이 결합한 ‘문단’의 내용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각 ‘문단’의 내용을 결합하여 전체 지문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한다. 전체 지문의 의미는 그렇게 조립되어 파악된다.
따라서 독서 영역에 자신이 없는 학생들은 우선 이 문장 단위에서 의미 이해에 문제가 없는지를 점검하고 넘어가야 한다. 레고 블록이 깨져 있으면 제대로 레고 조립품을 만들 수 없다. 마찬가지로 문장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면 문단의 의미, 나아가서 지문 전체의 의미를 파악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일단 문장을 읽으면 이해가 되어야 한다. 만약 문장을 읽었는데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면 그 문장 내에 자신이 뜻을 정확하게 모르는 어휘가 포함되어 있다는 얘기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늘 듣는 문장들은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 우리 밥 먹자.
- 어제 내가 숙제를 안 해가서 선생님께 야단맞았어.
이런 일상 영역에서 사용되는 문장은 쉽게 이해가 된다. 그러나 수능 독서 영역의 지문이나 선지에 사용되는 문장은 그리 만만치 않다.
- 장자는 이 경지를 만물의 상호 의존성으로 설명한다.
- 자아와 타자는 서로 존재를 온전히 전제할 때 자신들의 존재가 드러날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어떤가. 단박에 의미가 파악되는가? 만약 이 문장들을 읽었는데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면 그 문장을 구성하는 어휘 중에서 내가 정확한 뜻을 모르는 어휘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상호 의존성’, ‘자아’, ‘타자’, ‘존재’, ‘전제’ 등의 어휘의 뜻이 머릿속에서 명확하지 않으면 문장의 뜻이 잘 이해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그럴 때는 곧바로 사전을 펼치고 그 어휘의 뜻과 용례를 찾아 익혀야 한다. 문장의 뜻을 파악하지 못하는데 문단의 뜻을 파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국어에 대한 직관이 어느 정도 있다. 그래서 잘 모르는 어휘가 있더라도 앞뒤 전후 문장을 통해 의미를 유추할 수는 있다. 대강의 뜻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의미를 유추해야 하는 어휘의 수가 1~2개가 아니라 다수라면 수능 국어의 독서 영역을 정해진 시간 내에 풀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문제를 풀 때 여러 번 지문으로 돌아가야 하고 그때마다 의미를 유추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일단 문장 단위의 의미가 파악이 안 되면 열일 제쳐놓고 그 문장에 포함된 어휘를 사전 찾아가며 정확히 익히자. 그렇게 하다 보면 어휘력도 늘지만, 문장의 뜻을 파악하는 능력도 커진다. 아울러 문제를 풀 때 실수할 일도 매우 줄어든다.
2016년 6월 모의고사 B형 17번 문제를 예로 들어보자. 질문은 ‘윗글의 중심 화제로 가장 적절한 것은?’이었다. 수능 국어 공부를 조금이라도 해 보았다면 이런 ‘개요 파악’형 문제는 아주 쉬운 축에 속한다. 그런데 다른 문항들이 정답률 90%에 육박할 때, 이 문항만 정답률이 75%에 머물렀다. 정답은 ②‘장자의 호접몽 이야기에 담긴 물아일체의 진정한 의미’였는데 ⑤번 선지인 ‘마음의 두 가지 상태와 그 상보적 관계에 대한 장자의 견해’를 14%의 학생들이 골라서 틀렸다.
그 14%의 학생들은 ‘상보적’이라는 어휘의 뜻을 정확히 몰랐던 것이다. 지문은 장자에 나오는 서로 대비되는 두 가지 마음의 상태, 즉 ‘편협한 마음’과 ‘참된 마음’을 설명하고 물아일체의 진정한 의미는 그 참된 마음을 회복하는 것이라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상보적’이라는 어휘의 뜻, 즉 ‘서로 보완적인’이라는 뜻을 명확히 알았다면 아무도 선택하지 않았을 선지였다. 필자가 보기에 수험생들은 ‘상보적’을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상반된’이라는 의미와 헷갈렸고, 그래서 왠지 이 선지가 답이 될 수도 있겠다는 착각에 빠지게 되었던 것이다.
정리하면 문장 단위의 뜻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으면 어휘를 점검하자. 수능 기출 시험지 전체에 나오는 모든 어휘의 뜻과 용례를 정리하겠다는 각오로 공부해나가면 충분히 가능하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어휘가 흔들리면 문장의 뜻을 파악할 수 없게 된다. 그런 상태에서 지문을 분석하는 여러 인강선생님의 훌륭한 강의를 들어봐야 모래로 집 짓는 것이나 다름없다. 거꾸로 어휘 공부가 확실하게 되어 있으면 문장들을 어려움 없이 읽어낼 수 있게 된다. 당연히 실력이 확 오른다. 반드시 체크하자.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상상국어 강상희박사의 수능국어 학습법] 독서 영역의 지문은 레고다
독서 영역 학습법_기본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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