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자유학기제 시행 3년, 교사가 ‘일일 학생’으로 배워보니…
최예지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8.08.02 11:24

-교육부·한국과학창의재단 ‘자유학기제 수업콘서트’ 개최…“내실화 모색”

  • 김성숙 경북 고령중 교사의 '감동 있는 기업 만들기' 수업 시연에 중학교 교사들이 참여해 노인에게 적합한 손수레를 만들어보고 있다. /최예지 기자
    ▲ 김성숙 경북 고령중 교사의 '감동 있는 기업 만들기' 수업 시연에 중학교 교사들이 참여해 노인에게 적합한 손수레를 만들어보고 있다. /최예지 기자

    “손수레 외부에 홍보 전단을 붙였어요. 손수레가 지나갈 때마다 사람들이 홍보 전단을 자연스레 보면서, 폐지 손수레 끄는 노인이 광고 수입을 얻도록 하는거죠.”

    이는 경북 고령중 자유학기제 수업 중 ‘감동 있는 기업 만들기’란 주제로 나온 아이디어다. 전차·버스·택시 등 차체의 안팎이나 역의 구내외(構內外)에 광고 전단이 붙는 ‘교통광고’를 활용해 ‘손수레 교통광고’를 만들자는 게 골자다. 해당 수업은 올해 교육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최한 자유학기제 실천사례 연구대회 자유학기활동분과에서 2등급을 수상했다.

    1일 교육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최한 자유학기제 수업콘서트에서 ‘일일 학생’으로 참여한 중학교 교사들은 해당 수업을 다시 한 번 시연했다. 수업을 기획한 김성숙 경북 고령중 교사는 “실제 수업에서도 학생들이 새롭게 손수레를 디자인해, 이를 끄는 노인이 겪을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며 “이를테면, 손수레가 무거워 방향을 바꾸기 어렵더라도 손잡이를 180도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게 디자인해 방향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생들은 수업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창의성을 기르고, 다른 학생과 함께 논의·토론하며 협업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시험 부담 없이 토론ㆍ실습수업 및 진로체험을 할 수 있도록 마련된 자유학기제가 전면 시행된 지 올해로 3년째다.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 3210개 중학교가 자유학기제를 운영 중이며, 이중 절반 가량인 1503개교가 자유학기제를 두 학기로 늘린 자유학년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날 자유학기제 수업콘서트에는 불볕더위에도 전국 각지의 중학교 교사가 찾았다.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위 사례를 비롯해 약 60여 개의 자유학기 우수수업이 시연됐다. 현장에서는 ▲수업-기록-평가의 일체화 ▲과정중심평가 ▲하브루타 수업(짝을 이뤄 질문하는 토론 교육 방식) 등을 주제로 한 130종의 자유학기제 관련 자료집을 접할 수 있다.

    행사에 참여한 중학교 교사들은 다양한 자유학기제 운영방식을 살피는 시간을 가졌다. 임양호 강원 석정여중 교사는 “자유학기제 기간 지필 평가가 없고 내신 성적이 산출되지 않기 때문에 학습 확인을 위해서는 교수학습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형성평가를 계속 진행해야 한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다른 학교에선 어떻게 자유학기제를 운영하는지 참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인선 경기 소명여중 교사는 “중학교 1학년이면 진로를 생각하기 아직 어린 나이인데, 다른 교사들은 진로와 수업을 어떻게 연계해 설명하는지 그 방법에 대해 주목했다”이라고 밝혔다.

    이번 행사를 통해 자유학기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게 됐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경현 경기 응곡중 교사는 “자유학기제는 장기적으로 교육 선진국으로 가는 방법 중 하나”라며 “학생 중심 수업, 토의 수업 등으로 아이들끼리 소통하는 능력뿐 아니라 인성이나 창의성도 함양할 수 있다”고 평했다. 김은주 부산 낙동중 교사는 “지식 위주의 수업에서 벗어나 다양한 역량을 기를 수 있는 교육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중등뿐 아니라 초등·고등 교사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김연진 강원 대화고 교사는 “최근엔 고교에서도 강의식 수업이 아닌 활동 중심 수업을 많이 한다”며 “이번 행사를 보며 협동 수업 등 다양한 수업 방식을 배워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우옥영 경북 송원초 교장은 “전인적으로 교육하는 초등교육을 중학교에서 이어나갈 수 있는 방안이 자유학기제라 생각한다”며 “자유학기제는 지식 중심의 교육을 넘어 진로를 모색한다는 점에서 초등교육과 접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2017년 자유학기제 운영에 따른 교육성과 변화 분석’에 따르면 자유학기제 시행 이후 각 학생들의 진로성숙도나 학교만족도 등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부 교사들 사이에서는 운영상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서울 소재 중학교의 김모 교사는 “자유학기제는 교사가 기존 교과와 동아리 업무 등과 함께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일부 교사들 사이에선 업무부담으로 느끼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실제로 자유학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태반”이라며 “어떤 학생들은 자유학기 동안 실컷 놀기만 해서 좋았다고 평가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교육제도에선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승재 부산 해운대중 교사는 “현 입시제도에서는 어느 정도의 교육량이 있어야 사회적으로 좋게 평가받는 대학을 갈 수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변화 없이 자유학기제가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일명 부산의 ‘강남’이라 불리는 해운대에서는 새벽 1시까지도 학원에 있는 중1 학생이 많다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이뤄진 좌담회에서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자유학년제는 현장의 사정을 보며 확대할 계획”이라며 “무조건 확대하기 보다, 학교 현장이 자유학기제의 질을 담보할 수 있는지 꼼꼼히 살펴볼 것”이라 밝혔다.

  • 1일 오전 열린 미니 좌담회 모습. (왼쪽부터) 박원주 개금여중 교사, 이수한 진부고 교사, 표혜연 부일중 교장, 박춘란 교육부 차관, 부옥연 송원초 교장, 서은경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반상진 한국교육개발원장. /최예지 기자
    ▲ 1일 오전 열린 미니 좌담회 모습. (왼쪽부터) 박원주 개금여중 교사, 이수한 진부고 교사, 표혜연 부일중 교장, 박춘란 교육부 차관, 부옥연 송원초 교장, 서은경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반상진 한국교육개발원장. /최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