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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설명회에서 또는 지인을 통해 자주 듣는 질문 중의 하나는 “저는 000고(일반고, 자사고, 특목고) 학생인데요, 우리학교에서는 000대학 입시 결과가 좋지 않아요.(혹은 좋아요). 작년에 0.00대 성적으로 000대학을 (불)합격한 선배가 있는데, 저도 써도 될까요?”와 같은 내용이다.
여러 학생, 학부모 커뮤니티 등에서도 끊임 없이 제기되고 있는 ‘고교 유형별 학생부 종합 전형의 유불리’에 대한 내용은 과연 신뢰할 수 있을까?
■ 학생부 종합전형은 ‘학생’을 평가하는 전형
대부분의 학생은 ‘우수한’ 대학, ‘좋은’ 학과에 진학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앞서 말한 ’우수한’, ’좋은’과 같은 평가의 기준은 무엇일까? 어떤 사람은 과거의 기준으로 수능 입학성적 순으로 ’우수한’ 대학을 추천할 수 있겠지만 또 다른 사람은 ’취업률’ 순으로 ’우수한’ 대학이나 ’좋은’학과를 추천할 수도 있다. 그 외에도 졸업 후 진로 다양성, 대학의 연구 성과, 00고시 합격률, 특성화 여부 등의 기준을 설정할 수도 있다.
대학에서 선발하고자 하는 우수한(또는 좋은) 학생에 대한 기준 역시 이처럼 다양하다. 건국대 등의 6개 대학에서 공동으로 연구하여 발표한 ‘학종 평가요소 및 평가항목’에서 볼 수 있듯이 일부 대학에서는 ‘학업역량, 전공적합성, 발전가능성, 인성’의 기준으로 학생을 평가한다. 또 다른 대학에서는 4개 평가 요소 및 평가항목을 구체화하여 더 많은 항목으로 평가 요소를 늘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을 평가한다는 점이다.
“하나의 정형화된 공식과 기계적인 수치는 학생의 다양한 능력을 모두 보여주지 못합니다. 학생이 속한 환경과 학업 동기, 학업에 대한 의지, 열정, 노력과 같은 요소들도 반영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하여 도입한 종합적인 평가 제도가 바로 학생부종합전형입니다.”
-2019학년도 서울대종합전형 안내 책자 中
“교내 수상이 20개 남짓인 학교가 있는 반면, 100개 이상의 수상을 운영하는 학교도 있습니다…(중략)… 수상 내역을 파악할 때 공통고교정보를 함께 활용하는 것은 지원자의 수상 실적에 기록된 수상 개수와 등위를 정량적으로 파악하기보다 지원자에게 열려 있던 모든 기회와 가능성 중 지원자의 성취 정도를 파악함으로써 주어진 환경 내에서 어느 정도 노력했는지 주목하기 위함입니다.”
-2019학년도 고려대학교 학생부종합전형 안내서 中
“평가자가 전교 학생회장, 학급 회장 같은 임원활동 경험 자체만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직책을 맡았는지보다는 작다고 생각되는 역할이라도 학교 구성원으로서 수행한 역할의 내용, 그리고 활동과정에서 드러나는 학생의 주도성과 책임의식 등이 중요합니다. 동국대학교는 서류평가 시 ‘역할의 주도성’ 평가항목에서 주도적 역할 이행 과정을 평가합니다.”
-2019학년도 동국대학교 학생부종합전형 가이드북 中
즉, 대학에서는 ‘학생이 처한 환경’ 속에서 ‘어떤 이유’에서 ‘구체적인 활동’을 했는지, 그 과정에서 학생이 ‘변화하고 성장한 점’이 무엇인지를 중심에 놓고 평가를 한다. 최근에는 대학의 검증시스템도 좋아져서, 같은 고교의 학생이 지원하는 경우 자기소개서 유사도 뿐만 아니라 학생부 유사도까지 살펴보기도 한다. 서울대 입학 본부가 간담회에서 밝힌 자료에 의하면 동일한 고교의 두 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 중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확인한 결과 일부 문구를 제외하면 동일하게 작성된 내용도 있었다고 한다. 이것을 교사의 성의부족이라고만 생각할 수 있을까? 어쩌면 학생이 수업 중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학생만의 특성’을 드러내지 않아 불가피하게 기재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아닐까? 많은 이들이 학교 유형에 따라 학교생활기록부의 양과 질이 달라진다고 학생부종합전형이 불공정한 전형이라고 의문을 제기 한다. 이때 학생 스스로의 노력에 대한 의문도 같이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 인간이 숨길 수 없는 세 가지, 아니 네 가지
탈무드에서는 인간이 숨길 수 없는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기침, 가난, 사랑’이 그것이다. 여기에 개인적으로 한 가지를 더 덧붙일 수 있다면 ‘학생의 관심과 노력’이라고 하겠다. 똑같은 내신 등급, 같은 고등학교의 같은 동아리 활동, 봉사활동, 독서활동을 한 학생이라면 두 학생은 같은 학생인가? 다른 학생인가? 만약 이 두 학생의 고교 유형이 다르면 합격과 불합격의 결과 역시 달라질까?
명칭이 같은 활동을 했다고 같은 학생일 수는 없다. 하다 못해 동아리에 부원이 두 명이라면 한 명은 동아리의 장(長)일 것이고 또 다른 한 명은 동아리의 부장(副將)일 것이다. 그리고 두 사람이 하는 역할이 다를 수 밖에 없다. 동아리 장은 학생을 모집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부장은 동아리 장을 도와 홍보용 물품을 제작하는 등의 활동을 할 것이다. 홍보용 물품을 두 사람이 같이 만든다고 하더라도 한 사람은 문구를 작성하고 한 사람은 그림을 그릴 수도 있다. 이처럼 각 학생은 같은 부서라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활동에 있어서 얼마든지 다른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는 그 학생의 장점과 특성, 관심 분야와 노력 등을 보여줄 수 있는 기록 등의 모습으로 드러나게 되며, 대학의 입학사정관은 이를 통해 학생을 평가한다. 결국 학생이 관심이 있고 노력하는 한 그 모습은 학교 유형이나 교사의 좋고 나쁨의 여부와 상관 없이 학교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 면접 등을 통해서 드러날 수 밖에 없다.
학생부종합전형을 시행함에 있어 학생의 활동을 꼼꼼히 기록할 수 없는 고교환경이나 꾸며진 내용을 충분히 검토하기 어려운 대학 환경 등 앞으로 더욱 보완해 나가야 할 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현재 환경이 불리하다고 하여 학생이 제도, 환경 등을 탓하고만 있는 것 역시 본인에게 유리할 것은 없다.
물론 학생을 둘러싼 시스템을 혼자서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결과와 상관 없이 잘못된 혹은 불편한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학생이라면, 그러한 환경 속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경험을 통해 무엇인가를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면 그것 역시 본인에게, 그리고 후배들을 위해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닐까? 대학에서는 이런 학생을 충분히 ‘우수한 학생’으로 인정하고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까 한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진학사 김무섭의 대입 전형 소개서] 정말 특정 유형의 고등학교가 학생부종합전형에 유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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