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환의 주간 교육통신 ‘입시 큐’] 인문계 대입 자기소개서, “모든 활동은 진로의 이유가 된다!”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8.07.16 09:29
  •  수년 전 국내 유명대학 입학담당자의 “전공적합성(학문계열 적합성)을 잘 담아낸 자기소개서를 쓴 학생들을 주로 선발했다.”는 대입관련 인터뷰 기사가 화제가 되었다. 그런 이유만은 아니겠지만 언제부터인가 수험생들은 지원 전공과 관련된 내용을 자기소개서 문항별 요구사항과 무관하게 어떻든 쓰려고 하는 강박이 심한 듯하다. 그런데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가면 헛스윙을 하듯이, 무릇 자기소개서는 억지보다는 자연스러운 서술이 기본이다. 앞으로 꿈을 펼칠 기반이 될 대학 전공에 대한 열정을 표현하는 것은 좋지만, 무리하게 갖다 붙이려고 하는 것보다는, 그동안 스스로 무엇을 꿈꾸고 열망하고 있었던가를 먼저 돌아보기 바란다. 돌이켜보면 고교 3년이라는 기간 동안 해왔던 수업, 동아리, 독서, 봉사, 교우 활동에 이르기까지 모두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그렇게 무수한 것들과의 관계 속에서 성장한다.” 

     이번 호는 필자가 지도했던 인문계 대입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 사례를 중심으로, 고교 활동이 학생의 진로를 결정하는 데 어떤 영향을 끼쳤고, 어떤 방식으로 자소서에 서술되었는지를 알아보기로 한다.

    # 서울대 사범대 국어교육과 사례- 수업과 교내활동을 통하여

     1학년 전공수업시간에 Michael Sandel의  ‘Justice’ 원서를 수업했습니다. 수업을 하면서 한국어판 책을 참조했는데 원서보다 이해하기 어려운 문맥 구조가 보였고, 오히려 영어 원문이 더 알기 쉬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이것은 ‘올바른 한국어 사용’에 대한 문제의식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언젠가 00의 「00」라는 책을 읽으면서도 번역이 내용을 해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글 전체가 단어만 해석해서 영어의 문장 그대로 갖다 붙여 놓은 직역 문장들만으로 이루어져 있어, 마치 한국어가 영어화(化)된 느낌이었습니다. 이런 문제들은 일상생활에서도 많이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익숙한 문장구조인 '~에 대한'과 같은 것들이 영어의 전치사구를 직역한 좋지 않은 문장이라는 것을 알고는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습니다. 일제 강점기와 해방 직후의 혼란기를 거치면서 한국어의 올바른 사용법이 훼손되어 온 것입니다. 

     보다 올바른 한국어를 사용하기 위해 저는 국어능력인증시험 공부를 했고,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를 교내 한글날 백일장에서 「00과 00에 알맞은 이름을」이라는 제목의 수필로 풀어내 금상을 수상했습니다.

    -꼭 무슨 학과에 지원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쓰지 않아도, 위 사례는 국어와 관련된 학생의 진지한 관심을 여실히 보여준다. 위 학생의 자소서는 관심과 문제제기를 넘어선 노력에 이어 그 성과까지 효과적으로 어필한다.

    # 서울대 경제학과 사례- 봉사활동과 독서활동을 통하여

    -중략- 
      00소비자 경제연맹에서 10대 경제 신문의 사설을 비교하는 봉사에서는 우리나라 경제 정책의 입안과정과 실행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봉사 결과 현재의 경제 정책에 찬성하는 신문보다는 반대하는 신문이 대체로 많았습니다. 이러한 경제학자들의 반대 의견은 정말 타당한지, 그렇다면 정부는 왜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반대하는 정책을 시행하는지가 궁금해졌습니다. 나아가 경제학과에 들어가 경제 문제를 더 심도 있게 분석할 수 있는 지식을 얻어 다수가 만족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싶다는 생각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중략- 
     이 책 “00”을 통하여 경제학이 발전하는 과정을 보면서 저는 경제학자들의 주장이 매우 다양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렇게 많은 입장들이 모여 경제학을 이루고 현실에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정부의 경제 정책에 관해 케인스, 프리드먼, 뷰캐넌 등으로 이어지는 입장은 서로를 비판하고 있지만 현재 정부에서 다 같이 수용되고 있었습니다. 저는 경제학이 이렇게 다양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다른 어떤 학문보다도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복잡하기 때문에 그를 연구하는 경제학자들도 다양한 의견을 가지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사회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경제학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 다양한 입장을 아우르는 나만의 아이디어와 정책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는 제가 경제학을 전공하기로 한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 봉사활동과 독서활동을 하는 과정 속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게 된 계기와 깨우침, 앞으로의 포부가 드러난다.

    #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사례- 동아리 활동을 통하여

     저는 스페인어 명예 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스페인어권 이민자를 대상으로 한국어 교육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스페인어 회화를 연습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시작했지만, 시험 준비로 바쁜 주말에도 시간을 내어 꼭 다녀올 만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중남미의 다양한 나라에서 온 학생들을 만났는데, 수업이 끝나면 각자 챙겨온 전통음식을 나눠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처음 만난 이에게도 푸짐하게 싸온 음식을 듬뿍 담아 권하는 것을 보며, 한국인과 비슷한 ‘정’을 느꼈습니다.

      저는 이렇게 정서적으로 비슷한 한국과 중남미가 아직 서로에게 다소 생소한 곳이라는 것이 안타까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친구들과 ‘00와 00’ 외 3편의 한국 전래동화를 스페인어로 번역해 e-book으로 출판했고, 반대로 중남미의 전래동화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작업도 했습니다. 앞으로 저는 스페인어 문화권과 우리를 연결하는 다리가 되고 싶습니다. -중략-

    - 동아리 활동에 따른 고민 이후, 적극적인 실행으로 나아가 결과물까지 만들어 내며, 전공 이후 진로 계획에도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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