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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권위주의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현상이다. 대통령이 꿇어앉아 어린이와 눈높이에서 대화하고 대학 총장이 신입생들과 댄스 배틀을 벌인다. 격식 파괴는 가장 앞서가는 트렌드의 한 단면이 됐다. 동등한 인간 사이에 나이와 지위에 따른 높낮이가 있을 수 없다. 소통이 막힌 우리나라에선 더욱 강하게 이 바람이 불기를 희망한다.
그렇다고 모든 격식과 예절 파괴가 쿨한 것은 아니다. 덥다고 팬티 차림으로 학교에 갈 수 없다. 화난다고 엄마를 “야!”라고 불러선 안 된다. 공동체 사회에선 타인에게 지켜야할 최소한의 예의가 있다.
특히 글쓰기는 말하기보다 훨씬 더 보수적일 수 밖에 없다. 말하기는 상대와 직접 대면을 하므로 분위기가 훨씬 더 친숙할 뿐 아니라 표현이 정확치 않아도 표정, 몸짓 등 다른 비언어적 의사소통 수단으로 보충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할 수 있다. 반면 글쓰기는 비대면 상황에서 온도를 잴 수 없는 문자만으로 의미 전달하기 때문에 혼선과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정확히 격식을 따라야 한다.
최근 들어 한국 학생들이 격식에서 벗어난 표현(informal words)를 사용하는 빈도가 급속히 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한다. 초성 줄임말, 이모지 등 언어의 격식 파괴가 일상화된 결과라 생각한다. 하지만 소설, 수필 등 창작 작품(creative writing)이 아닌 학교 과제나 테스트 에세이는 격식에 맞게 써야 한다.
다음은 격식에서 벗어난 표현의 사례다. -
다음 아이비리그 등 명문대에 진학한 학생들의 실전 사례를 보자.
<Level 1>
(교정 전) I have seen many kids in my school who are vulnerable to the stress for higher GPA.
(교정 후) I have seen many teenagers in my school who are vulnerable to the stress for higher GPA.
“kids”는 격식에 맞지 않는 구어적 표현. “children”, “students”, “teenagers” 등으로 고친다.
<Level 1>
(교정 전) Oprah Winfrey unwaveringly walked the road to her dream by pouring tons and tons of efforts.
(교정 후) Oprah Winfrey unwaveringly walked the road to her dream by pouring tremendous efforts.
“엄청난”으로는 “enormous”, “tremendous”, “incredible” 등이 있다.
<Level 1>
(교정 전) The creature exposed his awful body to wreak havoc on the show.
(교정 후) The creature exposed his detestable body to wreak havoc on the show.
“awful”과 “awesome” 둘 다 격식에 맞지 않는 표현. 형용사 “detestable(혐오스러운)”로 대체한다.
<Level 2>
(교정 전) He knew having a lot of money can be relaxing to some people but not for him.
(교정 후) He knew financial success can be relaxing to some people but not for him.
“having money”도 격식이 떨어지고 “a lot of”도 격식이 떨어진다. 따라서 “financial success (금전적 성공)”으로 대체한다.
<Level 2>
(교정 전) He depicts his opponents as going overboard with their claims, thus intentionally ignoring the point of the issue.
(교정 후) He depicts his opponents as unreasonably obsessive with their claims, thus intentionally ignoring the point of the issue.
감정 표현이 격하면 격이 떨어진다. “go overboard(잔뜩 열광하다)”는 격식에 맞지 않는 표현으로 “unreasonably obsessive(과도하게 집착하다)”라는 더 객관적인 표현으로 대체한다.
<Level 3>
(교정 전) He claims that having less stuff is the key to happiness.
(교정 후) He claims that the detachment from possession is the key to happiness.
“having less stuff”는 매우 격식에 맞지 않는 표현. 그렇다면 “무소유”를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non-possession” 또는 “detachment from possession(소유물에 대한 무심함)”이 좋겠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세민의 PERFECT ESSAY] 격식을 갖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