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 제너럴 어셈블리(General Assembly)라는 IT 전문 교육 회사가 4.1억달러(약 4400억원)에 매각 되었다.
동사는 뉴욕에서 시작한 오프라인 성인실무 교육기관이다. 처음에는 초기 벤처기업에게 공간을 대여하는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로 사업을 시작했다. 이곳에서 예비 창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을 진행했는데 좋은 반응을 얻자 아예 교육으로 사업 아이템을 바꿔버렸다. 현재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래밍, 데이터 사이언스, UX 디자인, 디지털 마케팅 수업 등을 제공한다. 미국 뉴욕뿐 아니라 홍콩, 싱가폴, 런던 등에서 총 22개의 학원을 운영 중이다.
이들의 수강료는 비싸다. 파트타임 교육은 3,950달러이고 풀타임 교육은 15,950달러를 상회한다. 일반 대학의 등록금 수준이다. 대신 그만큼 확실한 성과를 보여준다. 풀타임 수업을 수강한 학생들의 90% 이상이 프로그램 이수 후 6개월 이내에 관련 분야에서 직업을 구할 수 있었다. 또한 기업의 실무자 등 현업 전문가들이 평균 10주-12주라는 짧은 시간안에 노하우를 전달해주기 때문에 시간 대비 효율성이 매우 높다.
필자는 제너럴 어셈블리와 같은 교육 기관들이 대한민국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 확신한다.
우리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다. 이전 칼럼에서도 언급했듯 세상이 너무나도 빨리 변화하고 있다. 대학교∙대학원에서 습득한 지식들을 10년, 20년 써먹을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지식의 반감기가 급격하게 짧아짐에 따라 4년제 대학 혹은 2년제 석사과정이 산업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에 의한 급격한 사회의 변화는, 공교육이나 범국가적 교육시스템이 따라가기에는 너무나 빠른 속도다. 결국 사회의 변화와 공교육 간의 거리감을 줄이기 위해서는 제너럴 어셈블리와 같은 성인 실무중심 교육기관의 개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해당 국내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성인의 직무관련 평생학습 참여율은 2010년 15.1%에서 2015년 27.7%로 크게 늘었다. 성인 대상 직업기술 강의 학원 역시 2010년 3192개에서 2016년 4244개로 약 33% 가량 증가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실버 교육 시장 규모는 2010년 3594억원에서 2020년 1.1조원으로 약 3배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관련 업체로는 패스트캠퍼스, 비트교육센터, DS스쿨 등이 있다. 이들은 최근 몇 년 동안 인상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국내 초중고 입시 교육시장의 규모가 약 20조원인데 반해, 성인실무교육은 2-5조원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시장 잠재력은 매우 크다. 참고로 초중고 학생수는 600만명 정도인 반면 25-50세의 인구수는 2000만명에 달한다. 인구수는 3배 이상 크지만, 시장규모는 ¼도 안 되는 것이다.
향후 벤처캐피탈(VC)이나 액셀러레이터(기업육성기관) 등이 경쟁에 참여한다면 해당 시장은 더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단순히 투자만 해주는 VC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공동창업자로서 성인 실무 교육을 직접 제공한다는 의미다. VC 업체는 폭 넓은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투자과정을 통해 여러 산업의 수많은 기업들과 관계를 구축한다. VC가 이 같은 인적 자산을 바탕으로 성인실무교육기관을 운영한다면 졸업생들에게 더욱더 다양한 채용 기회를 줄 수 있다. 또한 제너럴 어셈블리와 패스트 캠퍼스를 보면 내부 강사는 거의 없고, 현업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을 강의 목적에 맞게 섭외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산업군의 전문가들을 두루 알아야 한다. 이 역시 VC 업계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다.
VC가 운영하는 실무교육기관은 end-to-end 서비스 제공도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성인 실무교육은 이론교육, 실습, 그리고 최종 프로젝트로 구성된다. VC는 수강생들이 최종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보유한 IT 지식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현실적인 멘토링을 제공하고, 사업성이 있는 결과물이 나온다면 일정 지분을 받고 투자까지 해줄 수 있다.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더욱 매력적인 교육기관이 될 것이다. 지식의 습득부터 네트워킹 그리고 투자 과정을 한꺼번에 제공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제너럴 어셈블리도 외형적으로는 코워킹 스페이스였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기업육성기관에 가까웠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패스트캠퍼스의 모회사격인 패스트트랙아시아 역시 스타트업을 키우는 컴퍼니빌더(Company Builder)와 VC의 모습을 모두 갖고 있다.
VC 외에도 인력 공급 회사, 헤드 헌팅 회사 등과의 협업도 충분히 가능하다. 제너럴 어셈블리의 인수사가 세계 최대의 종합 인력서비스 업체인 아데코(Adecco)라는 점은 교육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분명한 건 성인 실무 교육은 앞으로도 빠르게 성장할 것이고, 변화를 주도하는 플레이어는 전통적인 교육업계의 강자들로 국한되지는 않을 거라는 점이다.
결국 교육은 시대를 반영한다. 디지털시대에는 더 이상 학벌과 같은 간판이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해당 산업에서 필요한 실무 역량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제너럴 어셈블리의 성공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메세지를 던진다.
새로운 세상은 새로운 교육을 요구한다. 성인 실무교육의 진화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아이비리그 출신 김기영 대표의 IT교실] 제너럴 어셈블리 사례를 통해 바라보는 국내 성인 실무교육의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