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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를 잘 만나야 한다고 흔히들 말합니다. 그래서 새 학기만 되면 대학생들은 정보를 동원해 자신이 원하는 교수를 찾으려 노력하지요. 하지만 이미 만나기 전에 자기 마음에 드는 교수가 누구인지 알기란 쉬운 게 아닙니다.
미국에서는 이럴 때 학생들이 가는 사이트가 있습니다. RateMyProfessors.com이라는 사이트입니다. 어떤 사이트기에 이 사이트를 방문해서 수업 신청을 정하는 걸까요?
RateMyProfessors.com는 1999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John Swapceinski가 만든 웹사이트입니다. 처음에 웹사이트 이름은 TeacherRatings.com였습니다만 곧 현재 이름으로 바뀌었지요. 이 웹사이트는 미국, 캐나다, 그리고 영국의 교수를 평가하는 곳이였습니다.
곧 이 웹사이트는 큰 인기를 끕니다. 수업의 품질부터 교수의 매력도까지 다양한 분야를 익명으로 학생이 직접 평가할 수 있다는 개념 자체가 흥미가 있었기 때문이겠죠. 인기를 발판으로 RateMyProfessors.com은 주인을 거치다 2007년 MTV의 대학 채널 MTVU에 인수됩니다.
RateMyProfessors.com에는 8000개가 넘는 학교가 있습니다. 170만 명이 넘는 교수에 대한 평가가 있지요. 평가 수치만 해도 1900만 개에 달합니다. 엄청난 숫자입니다.
이 사이트는 또한 마케팅의 목적으로 매년 ‘최고의 대학’과 ‘최고의 교수’를 뽑고 있습니다. RateMyProfessors.com 웹사이트에 평가를 기준으로 말이죠. 많은 이들이 이 리스트를 인용합니다. 덕분에 웹사이트도 덩달아 유명해졌습니다.
MTVU는 또한 나쁜 평가를 받은 교수가 스스로 항의하는 비디오를 찍어 올릴 수 있는 기능을 만들었습니다. 꽤 많은 교수가 실제로 이 기능을 사용했습니다. 이 비디오 자체도 큰 화제가 되어 훌륭한 웹사이트 마케팅이 되었죠.
실제로 RateMyProfessors.com의 평가는 포브스의 대학 평가 리스트에 점수로 취합될 정도로 어느 정도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직접, 그것도 익명으로 만든 점수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의미가 있기 때문이겠죠. 그러나 그 가치가 어느 정도일까요?
상당수의 교육 전문가들이 RateMyProfessors.com의 점수는 의미가 없으며, 오히려 나은 교육을 방해한다고 말합니다. 무엇보다 근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hotness’라 불리는 ‘매력적인’ 교수가 점수가 더 높은 경향이 발견됩니다. 외모와 교육에는 아무 상관이 없는데 말이죠. 소수인종 교수가 더 낮은 점수를 받는 경향 또한 발견됩니다. 마지막으로 점수를 잘 주는 ‘쉬운 교수’ 일수록 점수를 더 많이 받습니다. 사실상 교수 평가보다는 인기평가가 아니냐는 비판을 듣는 이유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도 있습니다. RateMyProfessors.com은 교수는 이메일로 검수하지만, 학생은 검수하지 않습니다. IP 주소만 다르게 하면 한 명이 여러 번 투표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사실 들어보지 않은 교수도 평가할 수 있고 말이죠. 심지어 교수가 자신에게, 또 다른 교수에게 평가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 자세에 의미가 있는지 의심이 드는 이유입니다.
많은 한계가 있지만 RateMyProfessors.com는 엄청난 사용자를 얻으며 인기를 끌었습니다. 지금까지도 많은 매체에서 인용되고 있고요. 그 이유는 역시 유저에게 평가의 ‘기회를’ 준 덕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부족하기는 하지만 대중에게 참여하고, 남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할 기회를 주면 소비자 스스로 참여하는 게 아닐까요. 평가가 어려운 교육 분야에서 대중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만드는 웹사이트, RateMyProfessors.com였습니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인터넷이 해주는 교사 평가. RateMyProfessor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