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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학교 설명회가 한창인 가운데 과학예술영재학교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해보다 뜨겁다. 올해 첫 졸업생을 배출한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의 압도적 입시 실적 때문만은 아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다른 영재학교들과도 차별화된 교육 프로그램과 전국에 단 두 곳뿐이라는 희소성도 그 원인들 중 하나다. 그렇다면 여섯 곳의 다른 과학영재학교들과 과학예술영재학교는 무엇이 다를까?
영재교육진흥법에 따르면 설립목적과 교육과정 등 학교 운영의 거의 모든 면에서 크고 작은 차이를 보인다. 핵심은 수학·과학에 더한 인문·예술 및 융합 역량의 강조다. 두 곳의 과학예술영재학교는 신입생 선발 전형의 모든 단계에서도 관련 영역 평가를 다양한 방식으로 포함시킨다. 이들 학교들의 교육과정 중 20~30% 이상이 창의융합교과와 융합연구활동(STEAM Activity)으로 구성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이들 영역의 입시 준비에서 이렇다 할 기준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중학교 교육 과정에서는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을뿐더러 평가 관련 자료도 누적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두 학교 자기소개서의 3번 항목과 2단계 지필고사 마지막 시간에 대한 준비가 은근히 신경 쓰이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과학예술영재학교를 준비한다면 수·과학 공부와 별개로 반드시 챙겨봐야 할 인문·예술 및 융합 평가 대비 요령에 대해 알아봤다.
인문·예술 및 융합 영역 자소서 작성이 어렵다면
세종·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의 2019학년도 입시용 자소서는 세 번째 항목에서 동일한 내용을 요구한다. ‘인문·예술적 소양 또는 융합적 역량’이 그것이다. 작성 분량은 각 800자, 600자 이내로 세종영재고의 분량이 다소 많다. 항목 세부 내용에서도 인천영재고는 ‘경험과 노력’에 방점을 찍은 반면 세종영재고는 이에 더해 ‘배우고 느낀 점’까지를 함께 포함시킨 것이 특징적이다.
세종영재고 초창기 지원자들은 해당 항목에 주로 음악이나 미술 관련 재능을 적는 경우가 많았다. 악기 연주 실력이나 미술 창작 활동에서의 자기 활약상을 관심 분야와 엮어 강조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입시에서 인천영재고가 관련 항목을 자소서에 포함시키면서부터는 지원자들의 소재군도 다양해졌다. 언어, 문학, 역사, 경제 등 인문 분야 자질을 강조하거나 특히 여러 영역이 연관된 융합 관련 활동을 적는 경우가 많아졌다. 음악·미술 등에서 수학이나 과학적 원리를 찾은 탐구활동이나 발명품, 여행이나 박물관 탐방 등 체험 활동 관련 소재도 늘었다. 그런데 이러한 ‘체험’ 중심의 소재를 써야 한다는 강박은 때때로 자소서를 망치거나 소재 발굴에 어려움을 주기도 한다. 또한 표리부동의 소재로 자기 특성을 제대로 드러내는 데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이는 수·과학 항목 등 자소서 다른 영역을 작성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일반적인 중학생들, 특히 영재학교에 관심을 갖고 지원할 정도의 학업 수준을 갖춘 상위권 학생들의 상당 수는 활동이나 체험보다는 심화나 선행 등 교과 공부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게 일반적이다. 문제풀이에 매진했던 실제 자신의 모습을 뒤로 하고 일시적인 활동이나 단순한 행사 참여를 소재로 내세우려 한다면 맞지 않는 옷처럼 어색할 뿐 아니라 자신의 진짜 재능을 드러내기에도 부적절할 수밖에 없다.
이런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학교 생활, 그 중에서도 교과 수업과 연관된 소재들에 우선적으로 관심을 두는 것이 좋다. 좋아하는 과목에 대한 적극적인 수업 참여 사례나 공부법, 또는 그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문제풀이나 독서 등의 경험도 좋은 소재가 될 수 있다. 또한 소재 선택을 두고 고민이 되거나 해당 항목이 요구하는 바나 그 의도가 명확히 파악되지 않을 때에는 지원 학교의 교육과정 중 관련 커리큘럼을 참고해 보는 것도 도움될 수 있다.
과학예술영재학교 지필고사 3교시는 에세이?
세종·인천영재고는 2단계 지필고사 문제를 공통으로 출제한다. 1~2교시는 수·과학 시험으로 다른 영재학교들과 크게 다를 바 없지만 3교시는 인문·예술 및 융합 소양 평가로, 그 동안은 에세이 형식을 표방해왔다. 사진이나 그림, 제시문 등을 보여주고 핵심 내용을 파악해 요약·분석하거나 그와 관련된 자신의 생각 등을 적게 하는 형태였다. 700~800자 분량으로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기존에 접하지 못했던 유형으로 작성에 어려움을 겪는 수험생이 적지 않았다. 보통은 글쓰기나 논술 평가 등으로 이해해 그에 준하는 준비를 하기도 하지만 짧은 기간 강의식 수업으로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세종영재고 입학담당자 또한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기주장을 펼치는 논술 시험과는 거리가 있다’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세종영재고가 올해 전형요강상 2단계 안내에서 ‘에세이’라는 표현을 배제한 것도 그러한 오해를 막기 위함이었다. 올해 평가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답안 작성의 형식이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할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문·예술 및 융합 관련 소양을 평가한다는 점은 변함이 없으므로 수험생 입장에서는 예년의 기출 형식을 분석해 보는 것이 준비의 기본이다. 최근 3년간 출제된 영역을 살펴보면 원자모형, 문학·미술작품(기형도/쇠라/박수근), 지구온난화 등 그 소재가 매우 다양했는데, 지원자의 경험이나 생각을 함께 물었다는 점이 공통적이었다. 출제 영역에 대한 예측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남은 기간 관련 배경 지식을 쌓는 등의 준비는 실효적이기 어렵다. 다만 주어진 내용을 분석하거나 그에 관련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의 평가 구도는 올해도 크게 변하지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특정 영역의 지문이나 자료를 임의로 택해 핵심을 요약해 보고 그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창의적으로 표현해보는 연습은 어느 정도 도움될 수 있다. 특히 자소서의 관련 항목(3번)을 비롯해 자기 어필을 위해 떠올렸던 여러 소재들과 활동 경험들이 자소서 작성뿐 아니라 해당 지필고사에서도 유용할 수 있음은 반드시 기억할 필요가 있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임태형의 영재학교 이야기] 과학예술영재학교의 인문·예술 및 융합 역량 평가 대비